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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빨래를 개던 엄마의 어깨를 톡톡 치던 날
▲ 어느 날 빨래를 개던 엄마의 어깨를 톡톡 치던 날 어느 날 빨래를 개던 엄마의 어깨를 톡톡 치던 날
ⓒ 이샛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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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로 살아가는 삶은 소음 같을 때도, 조용한 클래식 음악처럼 느껴질 때도 있을 것이다. 더 잘 보는 사람으로 성장하려는 농인 부부에게 어느 날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 아들 예준이는 우리와 다르게 소리를 알아가고 있는 '작은 사람'이다. 아이를 '작은 인격체'로 대하면 대할수록 부모로서 숙연해지는 이유는 뭘까?

우리의 보호 아래 크고 있지만 머지않아 사회의 한 구성원이 될 사람이기도 한 아이는 소리 가운데 농인 부모를 이해하고 있다. 진통 끝에 품 안에 안아 든 아이의 울음소리는 내 손바닥에 전해지는 아이의 가슴팍 진동으로 느꼈다. 나도, 아이도 서로를 이해하고 있는 과정에 있다.

어느 날, 아이는 햇볕에 말랐던 옷가지를 개고 있던 내 어깨를 '톡톡' 쳤다. 그 손바닥에 내 마음은 이내 햇볕 같은 따뜻함으로 물들었다. 어쩌면 벌써 '엄마'라고 몇 번이고 불렀을지도 모른다. 옷을 개는 데 열중하고 있던 엄마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아이의 마음을, 감히 헤아리기도 미안하다. 엄마가 뒤돌아보며 웃는 순간을 기다렸는지 이내 마주한 아이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우리는 이제 서로에게 한 뼘 더 다가가게 됐다.

모든 날, 모든 순간마다 들려오는 소리에 더 귀 기울이기도 바쁜 와중에도 엄마가 그 소리를 함께 공유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아이의 시선이 머무른 곳마다 엄마의 시선은 한 박자 늦게 머물러도 괜찮다. 우리의 거리를 얼마든지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소리 말고도 많다는 걸 알아가는 엄마가 있기에.

세탁기가 돌아가는 소리에 뛰어와서 엄마의 옷깃을 잡아당기면서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아이를 바라보면서 "그래, 고마워~" 쓰다듬으며 칭찬을 한다. 그 속에 숨겨진 애틋함이 있다. 나는 지금껏 세탁기가 돌아가는 소리도, 누군가가 뒤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도 모른 채 컸다. 반면 이 아이는 내 목소리로 부르는 자기의 이름을 알아가고 있다. 부모와 다르게 커가고 있는 아이에게 상처로 와닿을까 늘 노심초사이지만, 아이의 미소로 이내 걱정을 지운다.

아이의 미소는 엄마의 하루를 채워 준다. 엄마의 미소가 아이의 마음을 채워 주는 것처럼. 소리를 알지 못하는 엄마에게 '톡톡' 따뜻한 감촉으로 대신 마음을 전하던 아이. 유난히 햇볕이 오랫동안 우리 집을 비추던 그 날이었다. 그날의 오후 내내 우리는 빨래 사이로 오랫동안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며 미소지었다. 뽀송뽀송해진 빨래를 안아 들고 걸어가는 엄마의 뒷모습을 따라 걷는 아이의 걸음이 신났다. 엄마에게 소리를 알려준 그 마음이 뿌듯했던 걸까.

덧붙이는 글 | - 이 기사는 베이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브런치에 기재된 글입니다.


태그:#농인, #코다,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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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인(청각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다수 매체 인터뷰 등 전반적인 영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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