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코로나19 인권대응 네트워크는 15일 '사회적 소수자가 상상하는 코로나19 이후'라는 좌담회를 열었다. 두 편으로 나눠서 좌담회를 연재한다. [편집자말]
코로나19 인권대응 네트워크는 지난 15일 ‘사회적 소수자가 상상하는 코로나19 이후’라는 제목의 좌담회를 열었다
▲ ‘사회적 소수자가 상상하는 코로나19 이후’ 좌담 전체사진2 코로나19 인권대응 네트워크는 지난 15일 ‘사회적 소수자가 상상하는 코로나19 이후’라는 제목의 좌담회를 열었다
ⓒ 권순택

관련사진보기

 
(☞ 이전 기사 : [좌담①] "코로나19로 인생 계획이 무너졌다")

"혐오와 차별이 코로나로 인해 더 심해졌다"

명숙 : 
기존의 차별 구조가 코로나19로 더 심해졌다. 이주노동자·중국인 혐오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초기에 중국인 혐오로 인해 중국인 이주노동자가 해고당한 사례가 있었다. 고용허가제라는 게 워낙 차별적이니까 최근에는 그로 인한 어려움을 겪는다. 국경이 봉쇄돼 본국으로 들어가지 못하는데 정부에서는 체류를 50일만 연장해준다. 그다음은 생계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해고된 이주노동자들이 월급도 못 받는데 기숙비를 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비정규직들의 사례도 비슷하다. 이전에는 최저임금을 받으며 생활할 수 있었지만 무급휴직 혹은 해고가 되면 곧바로 생계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특히, 특수고용노동자는 안정적인 월급을 받지 못하고 건당으로 받는 돈이 월급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 자체가 끊기니까 최저 임금조차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통계청의 5월 발표에 의하면 소득 하위 10%(1분위)만이 소득이 30% 이상 감소했고 하위 1분위와 상위1분위의 소득 격차는 6배 이상 벌어졌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 계속돼서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여름 : 장애인의 노동권 문제도 계속되고 있다. 외부취업 노동자의 경우 통상 시설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아예 못 나가니까. 이런 경우 임금 보전이 됐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시설 안에서 보호작업장을 운영하는 곳도 있기 때문에 시설 내부에서 노동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외부취업을 나가던 장애인들에게 코로나19 상황으로 시설 안에만 있게 되면서 '외부 취업 대신 시설 안 보호작업장에서 일하고 돈을 벌자'가 아니라 '(외부취업 못 가는 대신) 어차피 시간이 남아도니 시설 내 보호작업장에서 봉사하라'라고 말하며 무료노동이 이뤄진 사례도 있었다. 노동의 문제는 장애인 입장에서도 민감하다. 시설에 사는 발달장애인들만 하더라도 자신이 돈을 벌어야 독립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고 있다. 돈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시설을 나가려면 돈을 벌어야 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돈을 벌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것은 앞선 트랜스젠더의 사례의 문제와 같다. 시설 내 장애인들 역시 삶의 계획이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지역사회에 사는 장애인의 경우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코로나 이전부터 문제 되고 있던 내용은 장애인은 최저임금적용제외대상인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우리 사회는 장애인의 노동을 노동자로서 보다 직업체험을 하는 훈련생 정도의 인식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장애인을 고용하는 일자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장애인이나 주변 입장에서도 '장애인이 일을 할 수 있는 게 어디냐'는 인식이 높다. 동시에 장애인을 고용하는 사업체 입장에서는 '일하고 싶어 하는 장애인은 많기' 때문에 고용된 장애인이 노동자 정체성을 갖고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전달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리고 장애인 일자리는 보호자들에게는 돌봄 시간을 나눌 방법이기도 하기에 장애인이 설사 돈을 적게 받더라도 문제 삼지 않는 경향도 있다. 구조적으로 장애인들은 약자일 수밖에 없다. 이런 조건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장애인의 노동 환경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명숙 : 비정규직 생계노동자들의 상황과도 유사한 점이 많다.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라 이러다간 굶어죽겠다'라는 말을 많이 하신다. 아시아나케이오 지부의 사례가 심각했다. 정부는 모든 업종에 대해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비율을 휴업수당의 90%로 올렸다. 사업주가 내는 건 단 10%였다. 그런데, 아시아나케이오 사측은 그 10%조차도 내기 싫어서 노동자 8명을 잘라버렸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코로나19 상황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보다 6배 이상 실직 경험을 했다고 한다. 소득에 있어서도 "소득이 감소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비정규직 52.8%로 정규직 19.2%보다 크게 높았다. 특히, 프리랜서·특수고용 노동자들은 67.6%의 수치를 보이기도 했다. 정부가 전 국민 고용보험을 실시한다고 했고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사각지대가 너무 넓다. 전속성이 높은 특수고용직을 우선대상자로 선정했는데 77만 명 수준이다. 하지만 전체 특수고용노동자는 현재 220만 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사실상 많은 특수고용, 프리랜서 노동자들은 전혀 보호를 받지 못하는 거다. 해외에 비해 우리나라는 사회 안전망이라는 게 너무 부족한 거 아닌가.

한희 : 고용안정 문제는 성소수자도 겪고 있다. 전체 파악이 안 되니 통계가 없지만, 성소수자의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건 사실이다. 특히, 트랜스젠더 남성의 경우 배달·일용직·상하차 등의 노동을 많이 한다. 외모 지적도 없고 신분 확인 없이 바로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감염인 중에 트랜스젠더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통계가 전혀 잡히지 않으니 대책도 세우기 어려운 실정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무지함도 문제다. 복수의 지자체가 성소수자 '아웃팅'에 대해 사생활 침해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는 걸 확인했다. '똑같이 대하면 되지 않냐', '특별대책은 역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성소수자에게 아웃팅이라는 게 어떤 침해를 가져오는지 모르는 거다. 2주간의 자가격리 기간이 풀리고 직장에 복귀하게 됐을 때 예상되는 문제들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다. 인천시가 성소수자를 전수조사하겠다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정부의 태도가 성소수자를 숨게 했고 방역에 어려움을 겪게 되니까 그제야 '성소수자 차별 혐오 중단' 메시지와 정책들이 나온 것이다. 그런데 잠잠해지니까 성소수자 차별혐오 문제는 관심 밖으로 밀러났다. 정부에게 인권은 지켜야 할 원칙이 아니라 방역에 도움 되니까 필요했던 수단이었다는 말이 된다.

명숙 : 혐오가 코로나 방역에 방해가 된다는 걸 알아야 하는데 참으로 안타깝다. 한 외신기자는 '한국은 왜 코로나 환자를 비난해요?'라고 물었다더라. 코로나에 걸린 사람이 잘못한 게 아닌데 말이다. 감염병 자체가 개인의 잘못이 아니지 않나. 다른 질병도 마찬가지이고. 사실 코로나 환자들에게 필요한 건 위로와 치료인데, 한국의 문화는 낙인찍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그런 상황에서 나온 게 '코로나19와 인권-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위한 사회적 가이드라인'이었다. 인권의 원칙을 지키는 게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데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의료공백' 문제 이외에 HIV감염인들 요구사항이나 인권의 원칙에 대해 말한다면 무엇이 있나.

소주 : 정부가 확진자를 비난하고 혐오하는 분위기를 어떻게 대처했는지 묻고 싶다. 정부의 접근 자체가 '통제'와 '처벌'이었다. 인류 역사상 처벌과 통제로는 질병을 예방할 수 없다는 게 확인된 바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런 정책을 펴고 있는 거다. 질병에 걸린 책임을 개인에게 지워 그 사람이 욕먹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 마냥 말이다. 정부는 확진자들에게 안심 밴드를 채우고, 위반하면 구상권 청구를 때렸다. 언론은 옆에서 부추기고 말이다.

정부의 '처벌'적 접근에 에이즈 혐오가 겹쳐 보였다.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을 두고, 피해자와 가해자 구도로 만들어 버리는 것. 같이 치료하고 예방해야 할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처벌과 통제 기조로만 정책을 펴고 있다. 실제 HIV감염인들에게 행해지는 손가락질이 많다. 질병에 대한 잘못된 정보들이 떠다녔지만 정부는 나 몰라라 했다. 사실 정부는 질병을 관리하는 주체로서 정확한 정보가 유통되고 전달되게 할 책임이 있다. 잘못된 정보와 혐오적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퍼뜨리는 이들을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얘기다. HIV/AIDS 인권운동이 그동안 제안하고 제언했던 것들을 지금이라도 하면 된다고 말하고 싶다. 그 요구안 중 상당수가 코로나19 대책에도 적용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질병을 처벌하는 공포의 정책으로는 예방할 수 없다는 것, 질병에 대한 처벌을 폐지해야 한다는 원칙 말이다.

명숙 : HIV감염인들의 운동에서도 드러났듯 현안 대응만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 유엔인권기구에서도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가 있다면 이를 개선하기 위한 모색도 같이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장애인 정책에서 시설중심정책 탈피, 이주노동자 정책에서 고용허가제 폐지, 파견법 같은 비정규직 제도 철폐 등 차별적인 정책에 대해 근본적으로 얘기돼야 한다. 정부가 코로나19로 얻어야 할 교훈은 거기에 있다고 본다.

21대 국회가 개원하고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에서 300명의 의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비정규직 8대 긴급요구안'을 제출한 바 있다. ▲ 모든 해고 금지 ▲ 비정규직·중소 영세사업장 노동자에 휴업수당·실업수당 지급 ▲ 이주노동자 차별 없는 동일 지원 ▲ 모든 노동자에 노조할 권리 보장 ▲ 모든 노동자 4대 보험 적용 ▲ 상병수당 보장 ▲ 30대 재벌 사내유보금 1000조 원 환수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이 담긴 요구안이다. 300명 국회의원 중 11명만 좋다고 답변했다. 노력할 의지가 없다는 거다. 현재의 차별적 제도나 정책들이 나쁘다라는 걸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의 이득 때문에 나서지 않는 것이 아닐까. 그런 정책으로 비정규직 특수고용노동자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지금보다는 조금 더 인간적인 사회를 위해, 존엄과 인권을 세우기 위해 말이다.

"집은 기본조건이라며 장애인은 시설에 있는 게 당연?"

여름 : 사람이 집에 산다는 건 기본조건이다. 우리 사회는 유독 장애가 있는 사람은 당연히 시설에 있는 것을 기본값으로 여긴다. 장애 운동에서 그동안 요구해왔던 것을 코로나19 이후에도 계속, 더 강하게 주장할 수밖에 없다. '탈시설'이다. 지역사회에서 각자의 삶을 꾸리는 것은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다. 정부는 그것을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지 정책을 마련하고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청도대남병원이나 각종 요양병원에서 감염이 확산됐듯 집단생활한다는 것은 이미 안전에 부합하지 않고 보호조치도 아니라는 것이 드러나지 않았나. 이제, 시설이 안전하다는 환상을 깨야 한다. 격리는 방법이 아니다. 이렇게 주장하면 또 누군가는 '장애가 있는데 어떻게 당장 나와 살아?'라고 질문할 수 있다. 비장애인도 하고 싶다고 바로 독립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장애인 역시 준비를 하고 조건이 마련됐을 때 독립하는 것이다.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권리 자체가 박탈되면 안 된다는 얘기다. 워낙 장애인을 시민의 주체로서 상상하지 않으니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그동안 후순위로 미뤄놓은 지역 사회에서 장애인의 삶을 어떻게 더 가능하도록 만들 것인지를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비장애인들이 '통제'라는 감각을 겪어봤다는 점은 조금의 기대를 하게 만든다. 각자 차이는 있겠으나 자신의 의사와 달리 집안에 머물러야만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해외여행은 물론 국내 여행도 자유롭게 다닐 수 없었다. CCTV나 차량 블랙박스 등 모든 게 기록되는 사회가 한국이다. 이 모든 기록이 어쩌면 '사회적 감시망'이 될 것을 알면서도 '애써 어쩔 수 없어'라고 하거나 '내 일이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었겠지만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남 일로 둘 수만은 없다는 게 드러났다. 통화기록을 통한 기지국 수사 그리고 신용카드사용 내역을 포함해 나의 개인정보들이 취합될 수 있고 개인을 특정해낼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한국 사회가 촘촘한 감시사회라는 것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그것은 마치 장애인들의 시설화된 삶과 유사했다. '탈시설' 운동에 대해 우리 사회는 경험으로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을 직면했고 더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통제를 무너뜨릴 감각을 함께 키워야 한다.

한희 : 그동안 '성소수자는 어디에나 있다'라고 이야기해왔지 않나. 정말 그랬다는 것을 코로나19에서 정확히 보여줬다. 서울에도 있고 부산에도 있고 물류센터에도 있고 학교에도 있고 어디에나 있었다. 성소수자들에게 '얼굴 드러내놓지 말라'라는데 그것이 얼마나 문제인지 잘 드러나기도 했다. 성소수자 혐오는 한층 심화됐지만, 성소수자에 대한 접근 태도·시각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도 함께 확인된 계기가 됐다. 성소수자 혐오를 부추긴 <국민일보> 기사 댓글을 보더라도 혐오 일색만은 아니었다.

성소수자들을 안 보이는 사람 취급해도 절대 안 보이는 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면, 이제 대책을 세워야 한다. 혐오 사회를 바꾸는 과정으로 나갔으면 좋겠다. 문제는 사회는 바뀌고 있는데, 정부가 못 따라간다는 점이다. '성소수자는 당신의 일상 속에 있습니다'라는 차별금지 관련 포스터 광고를 서울교통공사에서 게시를 거부했다. '민원이 들어올 것'이라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근거로 댔다. 사회는 바뀌고 있는데 괜히 겁내고 두려워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확실해졌다. 평등해야만 우리 모두 안전하다는 것 말이다. 코로나19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고 또 다른 이름으로 찾아올 것이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똑같은 실패를 반복할 텐가.

명숙 :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평등 감각이나 감시 등 인권에 대한 감각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만 것들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노동'에 있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사태에서 보여주듯, 여전히 경쟁에서 이긴 자들에게만 인권의 자격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존엄한 평등'이나 '공존'보다는 경쟁이 주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비정규직 비율이 45%라는데 이런 인식이 달라지지 않는다. 그들을 차별해야 내가 살 수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아니면 기업들의 공포 프레임이나 낙수효과라는 프레임을 노동자들이 내면화한 결과일 수도 있다. 비단 정부 정책의 문제만도 아닌 것 같다. 노동에 있어서 '차별·착취 받는 노동자가 필요하다', '비정규직은 능력 없는 애들이니까'라며 '나'의 문제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도 차별 정책을 유지하는 큰 축이 되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우려가 크다. (한숨)

직장갑질119 설문조사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실직 경험을 묻는 질문에 정규직은 4%(비정규직은 26.3%)라고 답했다. 소득 감소 역시 비정규직과 특수고용 등 저임금 노동자 집단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150만 원 미만의 월 소득 집단에서 70.2%가 소득이 감소했다. 반면, 월소득 500만 원 이상인 집단에서는 24.1%에 불과했다. 노동자의 영역에서 코로나19가 모든 노동자의 소득에 대한 위협으로 곧바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선 HIV감염인 그리고 장애인·성소수자와는 차이를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특수고용 등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곧 지속가능한 공존'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런 인식을 바꿔나가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코로나19 사망자 향한 '애도'를 짚고 넘어갔으면"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명숙 상임활동가
▲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명숙 상임활동가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명숙 상임활동가
ⓒ 권순택

관련사진보기

 
소주 : K-방역을 예찬하는 분위기이지만, '사회권', '인권'의 측면에서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는가라는 질문을 해봐야 한다. 임금·소득을 비교해보면 한국은 여전히 후진적이다. 자랑하고 싶으면 부족한 것을 함께 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코로나19를 통해 배워야 할 것은 명백하다. 똑같은 게 평등이 아니다. 질병에 취약한 이들이 왜 특히 취약한지, 그 환경에 대해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사회적 소수자의 권리 보장은 더 주목받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서로 의존하면서 같이 살아간다는 것도 기억해야 할 것 같다. 우리 모두는 관계 속에 있고 그 관계에 소수자가 있다는 것. 그런 감각을 함께 길렀으면 좋겠다.

명숙 : 불평등을 드러내는 것도 정부가 해야 할 일 같다. 해외를 보면, 여성 학대가 많이 늘어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통계조차 못 잡고 있지 않나. 아동도 마찬가지다. 아동학대 및 폭력이 사건으로만 드러날 뿐, 정확한 통계는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런 점에서 실태조사부터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래야 대책도 가능하다.

한희 : 대책을 세우기에 앞서 의견 수렴을 받는 각종 부처 혹은 전문위원회의 구성도 문제다. 기본적으로 성별 고려조차도 없다. 소수자의 경험들이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 구조라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어쩌면 전문위원회 등의 구성부터 깨야 하는 게 아닐까.

여름 : 코로나19 사태를 보면서 중요한 현상을 봤다. '애도하지 않는 것'이다. 사람이 죽거나 아픈 것을 보면서 위로하는 마음을 나누지 않았다. 대신 비난과 혐오가 만연했다. 코로나 확진자들을 사회에서 없애버리려고만 했다. 인간에 대한 존엄을 이야기할 때 '애도'의 마음을 꼭 짚고 넘어갔으면 좋겠다. 그것부터 회복돼야 존엄을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명숙 : 코로나19 정책을 마련하는 데 있어 '시민사회 참여원칙'이 지켜져야 제대로 된 해결책이 나올 수 있는데 정부가 그렇게 하지 않는 것 같다. 특히 K-방역 성공이라는 자아도취에 빠져있다 보니 시민사회 의견을 덜 듣는 것 같다. 시민 감시와 장애인, 비정규직 특수고용노동자의 인권 문제가 대표적이다. 정부가 실업으로 고생하는 비정규직·특수고용 노동자들을 포함한 전 국민 고용보험을 해달라거나 (코로나19로 인한) 해고를 금지해달라는 당연한 요구들을 받지 않고 추상적으로 '코로나19를 극복하자'라고 한다. 얼마나 허망한가. 소수자를 제외한 채 말하는 극복은 몇몇 기업과 재벌만을 위한 것은 아닌지 질문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당장 깨워야 할 것은 이윤보다는 인간 존엄의 감각이 아닐까.

(정리=언론개혁시민연대 권순택 활동가)

태그:#코로나19, #성소수자, #장애인, #HIV감염인, #비정규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 그냥 내킬 때 내키는 글'만' 쓴다. 개인적으로 자랑할 건 동거묘들 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