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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정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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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심어둔 채소들이 제법 자라 텃밭만 돌면 한두 가지를 들고 들어온다. 점심엔 고구마 단호박을 찌고 피망, 양배추, 방울토마토, 바나나로 들깨 파인애플 소스를 넣어 야채 샐러드를 만들었더니 보기도 좋고 맛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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깻잎, 신선초, 방아잎, 미나리, 취는 지속적으로 내어주어 장아찌를 담갔다. 대부분 사람들은 물 간장 설탕 식초를 1:1:1:1로 하는데 나는 짜지 않고 감칠맛 나는 장아찌를 위해 육수를 내어 다시마, 염도 낮은 간장 그리고 매실청과 3배 식초로 새콤달콤 끓여 뜨거울 때 붓는다.

이틀 뒤, 다시 끓여 식힌 장아찌에 물을 부어 누름판으로 눌러서 김치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일주일 뒤 먹어보니 새콤달콤한 맛이 여름철 반찬으로 딱이다. 특히 이 장아찌들은 고기 먹을 때나 누룽지 먹을 때 입맛 돋우는 데 최고다.

머위도 밑둥은 놔두고 잘라 대는 껍질을 벗기고 잎도 따로 떼어 살짝 숨만 죽은 듯 데쳐 찬물에 담가 쓴 물을 우려낸다. 하루 정도 담가 쓴 맛이 우러지면 꼭 짜서 위에서 만든 만능장아찌 간장으로 뜨거울 때 부어둔다. 같은 방법으로 이틀 뒤 다시 끓여 식혀 부은 뒤 김치 냉장고에 저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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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담가 놓은 죽순을 선두로 깻잎, 신선초, 불미나리, 취머위대와 잎 등 장아찌는 두고두고 먹는 비상반찬이다. 오이와 가지는 밥상에 빠지지 않고 매일 오르는 단골반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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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이라고 백숙을 해 먹었는데 장아찌가 빛을 발할 정도로 닭고기와 잘 어울린다. 특히 방아잎은 향이 좋아 강추하고픈 장아찌다. 오이 고추장 간장 무침도 상큼하고 아삭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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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정성을 들인 만큼 내어주는 고마운 장소다. 그래서 하루 종일 찾아 잡초도 뽑고 물도 주고 찬환경 농법인 쌀뜨물 발효액인 이엠도 준다. 마당 앞 텃밭에서 살아서인지 동네 어르신들이 지나갈 때마다 한 마디씩 건넨다.

"밭에서 사는 구만."
"뭘 그리 하는고. 풀 뽑지 말고 제초제 뿌리지 그래."  

제초제를 뿌리면 편하긴 하지만 그 독한 것을 머금은 땅이 내놓은 채소들을 먹기가 싫어 힘이 들어도 풀은 직접 뽑는다. 그래서인지 허리가 아프다. 보다 못한 남편이  앉는 둥그런 깔판을 사와  깔고 앉아 잡초를 매니 조금 수월하다. 다만 모기에게 헌혈을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진디 방지제를 몸에 뿌리긴 하지만 냄새가 옅어지면 금방 달려 들어 곳곳을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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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 가지, 호박, 고추는 매일 밥상에 올라오고 옥수수는 간식으로 입을 즐겁게 한다. 매일 물 줘 가며 어렵사리 뿌리 내린 고구마는 이제 두덕을 다 덮고 그 옆 파 두덕까지 넘 볼 정도로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머잖아 고구마 줄기 김치를 담아야 할 것 같다.

텃밭에 갈 때마다 모기에게 헌혈하는 고통은 따르지만 매일 열매와 채소를 내어주어 풍성한 식탁을 차리게 하는 곳이다.


태그:#텃밭, #풍성한 삭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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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두 자녀를 둔 주부로 지방 신문 객원기자로 활동하다 남편 퇴임 후 땅끝 해남으로 귀촌해 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주로 교육, 의료, 맛집 탐방' 여행기사를 쓰고 있었는데월간 '시' 로 등단이후 첫 시집 '밥은 묵었냐 몸은 괜찮냐'를 내고 대밭 바람 소리와 그 속에 둥지를 둔 새 소리를 들으며 텃밭을 일구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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