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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시장은 옛시장과 달리 단장이 되어있다.
 지금의 시장은 옛시장과 달리 단장이 되어있다.
ⓒ 이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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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한가로운 주말, 조치원 시장에 나들이를 갔다. 시장에 장을 보러 가지 않고 나들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대형마트나 온라인 구매가 일반화된 요즘은 시장이라는 공간이 시간과 마음을 내야 가는 곳이 되었기 때문이다. 차를 타고 20분을 가야 재래시장을 만날 수 있는 도시에 사는 나에게는 그렇다. 점심으로 시장 골목 중국집에서 짜장면과 짬뽕, 탕수육을 시켰는데 그 가격이 너무도 놀라운 과거의 가격이기에, 시장과 관련된 추억들이 소환되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엄마는 시장에 가실 때면 "경희야~ 같이 시장 가자" 하시면서 나를 앞세우셨다. 내가 앞에 걸으며 홀짝홀짝 뛰는 모습이 이쁘다며 그 모습을 바라보시는 걸 무척이나 즐거워 하셨다. 엄마는 그렇게 나의 깡총거리는 모습을 보시고자 나를 시장에 데리고 가셨고, 시장을 따라나서는 나에겐 다른 꿍꿍이가 있었다. 바로 시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간식이 그것이다. 

시장길에는 나의 간식 코스가 정해져 있었다. 우선 시장 골목에 들어서면 커피 파는 아주머니가 작은 수레를 밀고 다니셨는데, 거기에는 어린이용 코코아도 함께 있었다. 그 한 잔이 주는 달콤함은 나의 어린시절에는 흔히 맛볼 수 없는 맛이었다. 그렇게 달달한 코코아를 손에 들고 엄마따라 한두 골목을 따라 걸으면 순대 파는 좌판이 나타나는데 그곳이 바로 나의 두 번째 간식 장소였다.

앞서 장 본 보따리를 내려놓으며 내가 먹을 순대를 주문해 주신 엄마는 나를 잘 봐달라는 부탁을 남기고 나머지 장을 보러 가셨다. 순대 파는 아줌마의 보살핌과 함께 순대를 집어 먹으며 두리번 두리번 시장골목을 둘러보며 엄마를 기다리던 시간은 지금도 따스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연탄불에 구워 주시던 엄마김이 떠오르는 장면이다.
 연탄불에 구워 주시던 엄마김이 떠오르는 장면이다.
ⓒ 이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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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추억을 떠올리며 점심을 먹고 나오니 김을 숯불에 구워 파는 가게가 눈에 보였다. '맞아~ 엄마는 김 한 장 한 장에 참기름을 바르고 소금을 치고 연탄불에 저렇게 구워 주셨지'. 나는 엄마가 정성스레 구워 통에 담아놓은 김을 한 번에 반 통씩이나 간식처럼 꺼내먹기도 했다. 지금은 다양한 브랜드의 포장 김들이 많지만 아직까지 그때 엄마가 만든 김보다 맛있는 김을 찾지 못했다. 추억을 떠올리면서 구운 김을 장바구니에 담는다.

지금의 시장은 그때의 시장과는 또다른 모습이다. 비올 때도 불편함이 없게 천장을 만들었고, 바닥도 먼지가 날리지 않도록 깔끔하게 정돈이 되어있다. 무엇보다도 요즘의 시장은 물건만 파는 곳이 아니라 여러 문화적 시도가 일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젊은이들의 창업을 적극 지원하기도 하고 그 지역의 문화를 소개하는 곳으로도 활용되며 추억을 소환하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조치원 시장에서도 그런 노력과 활동들이 눈에 보였다. 이런 다양한 노력들이 모여 시장이라는 곳이 단지 물건과 돈이 거래되는 곳 이상으로 남길 바란다. 나의 어린시절의 시장처럼 따뜻한 추억이 함께 쌓이는 문화의 장소로 활성화되길 희망한다.
 
젊은이들의 도전을 수용한 재래시장
 젊은이들의 도전을 수용한 재래시장
ⓒ 이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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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재래시장,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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