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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뉴딜의 막이 올랐습니다. 정부는 미국의 뉴딜에 버금가는 것이라며, '위기 극복과 코로나 이후 글로벌경제 선도를 위한 국가발전전략'이라고 소개합니다.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탄소의존 경제에서 저탄소 경제로, 불평등 사회에서 포용사회로 도약'한다는 비전입니다. 있어보이는 단어들이 연속됩니다.

교육분야는 한국판 뉴딜 중에서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입니다. 전국의 모든 초중고등학교에 고성능 와이파이를 깔고, 교사용 노후 PC와 노트북을 바꿔주며, 태블릿PC를 나눠줍니다. 대학에는 노후 서버 교체와 원격교육지원센터 설치가 이루어집니다. '그린 스마트 스쿨'이라고 오래된 초중고 건물을 리모델링하면서 태양광과 친환경 단열재 설치하고 와이파이 깔아주는 사업도 진행합니다.
 
그린 스마트 스쿨의 개요 정부의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서 발췌
▲ 그린 스마트 스쿨의 개요 정부의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서 발췌
ⓒ 송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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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수업이 더 잘 되도록 하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하긴 원격수업을 대학교육의 뉴-노멀로 정립하겠다고 교육부가 밝힌 바 있습니다. 3차 추경에서 예견된 것이기도 하구요.

얼마 전에 끝난 3차 추경은 학교교육에 그리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당초 예산보다 5053억 원 증액되고 2조3736억 원 감액되어 줄어든 예산이 더 많습니다.

늘어난 것은 한국판 뉴딜입니다. 3918억 원으로 전체 증액의 77.5%에 달합니다. 초중고에 와이파이와 새 PC, 대학에 원격교육지원센터 등으로 증액 예산의 상당 부분을 할애합니다. 국회가 증액한 등록금 반환 간접지원이나 초중고 방역 지원 없었다면, 정부안대로 되었다면, 증액은 모두 한국판 뉴딜이고 원격수업이었을 것입니다.

감액은 기존 교육예산입니다. 초중고등학교와 관련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2조1145억 원 줄었고, 대학과 관련된 대학혁신지원이나 전문대학 혁신지원은 각각 503억 원과 264억 원 지출이 구조조정을 당했습니다. 국립대학 육성도 75억 원 줄었고, 이공학학술연구기반 구축도 60억 원 구조조정입니다. 한 마디로 원격수업은 예산 늘었고, 기존 교육예산은 줄었습니다.
 
3차 추경 7월 3일 확정된 3차 추경의 결과. 교육 분야는 한국판 뉴딜 예산 증가하고, 초중고나 대학 예산은 감소
▲ 3차 추경 7월 3일 확정된 3차 추경의 결과. 교육 분야는 한국판 뉴딜 예산 증가하고, 초중고나 대학 예산은 감소
ⓒ 송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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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 와이파이가 깔려 있고 학생들에게 태블릿PC 나눠주면 좋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원격수업하면 집에서 배우는데, 교실에 와이파이 까는 것과 무슨 관계일까' 우문은 넘어가겠습니다.

한 가지는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와이파이와 태양광을 두고 미래교육이라고 하면 고개가 갸우뚱합니다. 방역과 안전 차원에서 학교에 갈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집에서 원격수업을 듣지만, 원격수업이 정말 미래인지는 생각해봐야 하니까요.

원격수업도 단점 있습니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격차입니다.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대학입시와 관련하여 재수생과 재학생의 격차입니다. 재학생 불리하다는 우려가 많아 교육감들은 수능을 쉽게 내자는 제안도 했습니다. 교육부는 수능 난이도 조절보다는 대학이 코로나19 상황을 입학전형에 반영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그런 방향이라면 대학 입학처 관계자들이 함께 입장을 발표해 국민과 수험생의 불안을 해소해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학종이 본래 취지대로 작동하기를 바랍니다.  

또 다른 격차는 우리 자녀들입니다. 교육격차 하면 떠오르는 수준을 능가할 수 있습니다. 자기주도 학습능력 뛰어나고 집안의 도움이 탄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최상위권 이외에는 대체로 성적이 떨어질 수 있다는 말입니다.

아직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아 수치를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경험적으로나 직관적으로나 우려됩니다. 얼마전에 나온 수능 6월 모의평가 결과에서 영어 2등급 이하 학생들이 감소한 점은 하나의 신호일 수 있는데, 이런 데이터들이 쌓이게 되면 원격수업의 결과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격차는 교육당국도 우려하지 않을까 합니다. 등교수업 방안을 내놓을 때 '학부모 조력 여하에 따른 교육격차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으니까요. 다른 나라도 많이 지적하는 부분이구요. 어쩌면 원격수업의 근본적인 한계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원격수업이 미래교육인지는 곰곰이 따져보고 충분히 논의해야 합니다. 섣불리 했다가 길이 아니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우리집은 와이파이 깔려 있습니다. 테스크탑 컴퓨터와 스마트폰 있습니다. 등교하지 않을 때, 아이들은 책상과 침대에서 원격수업을 듣습니다. 듣는 것 맞는데, 제대로 배웠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이에게서 배움이 일어났는지, 충분히 자기 것으로 소화했는지 자신할 수 없습니다. 불안합니다. 이런 가운데 등교하면 시험입니다. 수행평가를 치르거나 중간·기말고사입니다. 제대로 배웠는지 모르겠는데, 시험만 봐도 될까요. 교육당국은 격차해소 방안이나 학생의 배움에 초점 맞춰야 하지 않을까요. 3차 추경에서 격차해소 예산은 한국판 뉴딜의 4%인데 과연 충분할까요?

와이파이 깔린 우리집에서 염려하는 것은 '교실에 와이파이 안되면 어쩌나'가 아닙니다. '잘 배웠나'와 '선생님과 친구들은 언제 만나나'입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선생님과 직원 분들입니다. 교실과 학교입니다. 여기에서부터 미래교육이 출발하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을 쓴 송경원은 정의당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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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교육기관에서 잠깐잠깐 일했고 지금은 정의당 정책위원회에 있다. 꼰대 되지 않으려 애쓴다는데, 글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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