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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는 누군가 자신의 등을 밟고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존재다. 또한 모든 것을 이어주는 존재다. ‘이음과 매개, 변화와 극복’은 자기희생 없인 절대 이뤄질 수 없다.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옛 다리부터, 최신 초 장대교량까지 발달되어 온 순서로 다룰 예정이다. 이를 통해 공학기술은 물론 인문적 인식 폭을 넓히는데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편집자말]
모래는 작은 알갱이로 부스러진 돌 부스러기다. 이렇게 부스러진 알갱이가 모이고 쌓여 만들어진 모래밭이나 언덕(沙丘)을 '모래사장'이라 부른다. 모래사장이 만들어지는 조건은 우선 물이 풍부해야 한다.

물이 풍부하다는 것은 강폭이 넓고, 물 흐름이 완만한 개활지이며, 바람이 잘 통하는 곳이라는 의미다. 또한 모래가 쌓이는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선, 물이 회돌이 하는 곳 주변에 확 트인 공간이 있어야 한다. 이런 곳에 보통 드넓은 모래사장이 자리한다. 따라서 모래사장이 자리하는 곳은, 강의 중·하류가 통상적이다.

모래사장 위에 놓이는 다리
 
내성천과 무섬마을 외나무다리 내성천과 S자 모양의 무섬마을 외나무다리가 만들어 내는 그림같은 풍경. 금빛 모래사장이 드넓다.
▲ 내성천과 무섬마을 외나무다리 내성천과 S자 모양의 무섬마을 외나무다리가 만들어 내는 그림같은 풍경. 금빛 모래사장이 드넓다.
ⓒ 영주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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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곳의 하상(河床, 하천 바닥)엔, 오랜 시간 물이 모래와 흙을 쌓아 놓았다. 따라서 지반이 상대적으로 무르다. 이런 연약지반에 다리를 놓으려면, 어떤 방법으로든 지반을 안정화 시켜야만 한다.

통나무 여러 개를 깊이 박아 튼튼한 인공지반을 만드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적심(積心) 작업이다. 또는 교각이 설 자리를 미리 정해 물을 막고, 무른 땅을 깊이 파낸 후 단단한 기초를 세우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외나무다리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조그마한 교각을 세우는 활용도에 비해, 쏟아 부은 공력이 너무 엄청나다. 비효율적이다. 대규모 기초 작업이 아닌, 일체화된 간단한 구조물을 무른 땅 속에 깊이 박아 세워,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법이 합리적이다.

아울러 경제적이기도 하다. 이런 곳은 물이 많아 징검다리나 섶다리를 놓기엔 불리한 여건이다. 따라서 굵은 나무를 통째로 박아 교각으로 삼고, 그 위에 상판 역할을 하는 가설물을 얹는 방법을 고안했을 개연성이 높다.

지름 20cm 이상 되는 통나무를, 1.5∼2.0m 길이로 자른다. 끝은 뾰족하게 깎고, 머리는 네모 모양으로 다듬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나무를 강바닥에 깊이 박는다. 간격은 1.5∼2.0m가 적당하다. 이것을 '교각 목'이라 부르기로 하자. 교각 목보다 더 두꺼운 나무를 길이 2.0~2.5m 정도로 자른다. 가지를 쳐내고 잘 다듬는다. 이 나무의 한가운데를 정교하게 반으로 가른다. 이를 '상판 목'이라 부르자.

교각 목의 간격에 맞게, 상판 목의 둥근면에 네모난 홈을 판다. 그 다음 교각 목의 네모나게 다듬어 놓은 머리 부분에 잘 맞춰 끼워준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다리가 '외나무다리'이다.

강 위에 이런 방식으로 수십∼수백 개를 잇대어나가는 방식으로, 긴 외나무다리를 놓는다. 상판 목 폭이 30cm 내외로 좁아, 교행이 가능하도록 중간 중간 대피할 수 있는 여분의 공간을 따로 만들어 둔다. 이 다리는 낙동강 지류인 길안천과 내성천 같은 감입곡류하천(하곡(河谷) 단면이 대칭인 굴삭곡류하천, 비대칭인 생육곡류하천으로 나뉨)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나누고 소통하는 드넓은 길, 외나무다리

이 다리를 외나무다리라 부르는 것은, 좀 어색한 면이 없진 않다. 우리 속담에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라는 말이 있다. 이 경우 외나무다리는, '긴 통나무가 걸쳐진 다리'가 연상되는 것이 통념이다. 앞서 살펴본 다리는 실상 '외 널판다리'에 더 가깝다.

외나무다리는 생육곡류하천에 주로 설치한다. 한쪽은 강물에 침식된 단면이 매우 가파르고, 반대편은 부드러운 모래사장이 넓게 펼쳐진 완만한 지형을 형성한다. 측방침식과 측방퇴적이 극명하게 이뤄진 곳이다. 이런 강가의 풍경은 무척 아름답다. 물이 빙빙 돌아 나가고, 금빛 모래사장이 드넓게 펼쳐져 반짝인다. 반대편은 거대한 절벽이나 가파른 경사면을 이뤄, 마치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시킨다.
 
하회마을 부용대 하회마을 솔술 쪽에서 바라 본 가파른 부용대 모습.
▲ 하회마을 부용대 하회마을 솔술 쪽에서 바라 본 가파른 부용대 모습.
ⓒ 이영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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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곳이 안동 풍천면 하회마을이다. 하회마을 쪽 솔숲이 있는 모래사장과, 반대편 부용대가 이루는 경치를 상상하면 된다. 하회에 서면,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하회마을에는 외나무다리가 없다.

여러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부용대로 가려면 나룻배를 이용해야 한다. 5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하회에도 섶다리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2019년에도 영국 왕세자 방문을 기념해 섶다리를 만들었으나, 그마저 폭우에 유실되어 버리고 말았다.

인접한 청송 안덕면에 방호정이란 정자가 있다. 이곳 풍광도 선경(仙境)이다. 방호정을 휘감아 도는 길안천은 감입곡류하천으로, '유네스코 세계 지질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방호정(길안천) 감입곡류하천 하늘에서 바라 본, 방호정 주변을 휘돌아 나가는 길안천의 아름다운 모습.
▲ 방호정(길안천) 감입곡류하천 하늘에서 바라 본, 방호정 주변을 휘돌아 나가는 길안천의 아름다운 모습.
ⓒ 청송 유네스코 세계 지질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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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나무다리는 조신한 몸가짐으로 건너는 다리다. 폭 30cm 내외 상판 위를 조심스럽게 걷는다. 긴 막대로 강바닥을 짚어가며, 지팡이 삼아 건너기도 한다. 말 탄 사람은 말 탄 채로 강을 건너고, 말잡이는 외나무다리 위로 건넌다. 가마는 주로 2인용이며, 매우 조심해서 건너야만 한다. 가마 탄 고운 아씨가 강물에 빠지면 모두가 곤란해진다. 나들이를 나서거나 강 너머 들판에 일 나가는 사람은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건너면 된다.

이때 강은 마을을 외부와 경계 짓는 울타리가 되어준다. 외나무다리는 밖으로 넓게 열려있는 최대한의 마음 씀씀이다. 안팎으로 마음을 주고받는 긴 통로이다. 마을로 들어오는 잡다한 것들은, 잘 선별해서 받아들인다. 마을의 부끄러움은 되도록이면 감춰둔다. 맑고 밝음에 이른 것들은 밖으로 내보여, 나누고 소통하는 드넓은 길이 된다.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가마 모습 무섬마을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시집오는 모습을 재현한, 2인용 가마의 모습.(무섬마을 외나무다리 축제 중)
▲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가마 모습 무섬마을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시집오는 모습을 재현한, 2인용 가마의 모습.(무섬마을 외나무다리 축제 중)
ⓒ 영주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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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나무다리는 양보와 배려이며, 같이 건너는 다리이기도 하다. 긴 다리 양쪽에서 마주 오는 사람을, 어느 한쪽에서 먼저 기다려 준다. 쉴 수 있는 여분의 다리를 만들어둔 까닭이다. 다소 시간이 걸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야 서로 엇갈린 방향으로 다리를 건널 수 있게 된다. 이렇듯 상대방을 최대한 배려할 수 있도록 고안된 다리가 외나무다리다.

다리 평면선형(평면적으로 본 도로 중심선의 형상. 직선, 단곡선, 완화곡선, 배향곡선 따위로 구성됨)은 여러 모양으로 변형이 가능하다. 곧은 직선으로도, 꺾은 모양으로도, 유려한 곡선의 긴 호(弧)나 S자 모양으로도 가설할 수 있다. 교각과 상판이 한 단위로 일체화 되어 있어, 배열을 자유자재로 변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외나무다리는 자유와 해학, 배려와 유연함이 물씬 풍겨 나오는 다리다.

가벼운 마음으로 강변에 가자. 가서 외나무다리를 건너보자. 맑게 흐르는 강물에 비겁해진 마음 한 조각 스스럼없이 흘려보내자. 금빛으로 반짝이는 드넓은 모래사장에, 숨겨둔 부끄러움 한움큼 묻어두자. 언젠가 스스로 떳떳해지면, 기꺼이 다시 꺼내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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