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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당구를 신사적인 스포츠라고 한다. 양복에 나비넥타이를 하고 치르는 경기이니 이런 수식어가 붙었다. 하지만 당구장에 대한 이미지가 처음부터 건전하지는 않았다. 불량한 사람들의 아지트로 치부돼 왔던 세월 탓이다.

하지만 현재의 당구장은 청소년 출입이 가능하며 금연구역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당구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이 전환됐다. 한번 빠지면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한다는 매력적인 스포츠 당구, 그 당구에 빠져 함양에서 가장 오랫동안 당구장을 운영한 '사장님'이 있다. 동문당구장을 운영하는 권영필(53)씨다.

"제가 결혼 후 서른 살 때부터 당구장을 운영했죠. 1997년부터니까 23년째네요. 처음 당구장을 했을 땐 함양에도 당구장이 여럿 있었는데, 이후에 사라졌다 생기기를 반복하고 있죠."  

당구장의 생명은 '청소'와 '관리'
     
함양이 고향인 권영필씨는 고등학교 때까지 축구를 했다. 함양중학교 축구부 창단멤버였던 그는 축구를 하기 위해 고등학교를 대전에서 졸업했다. 고등학교 2학년 시절 친구 따라 당구장에 첫발을 디뎠다. 처음 큐대를 잡고 당구를 쳤을 때 쿠션을 맞은 공이 다른 공을 맞추는 걸 보고 신기해하며 당구의 매력에 빠졌다. 20년 넘게 당구장을 운영했으니 실력도 선수급일까?

"당구장 주인이라고 당구를 잘 치는 건 아닌데... 300이라고 써 주이소."

권영필씨는 자신의 점수, 일명 '다마'를 250으로 할지 300으로 할지 오랜 고민 끝에 '300'이라고 공포했다.

"서울은 물다마고 촌으로 갈수록 다마가 짜요. 서울서 300치면 함양 오면 다 깨져요. 게임에서 지면 게임비도 내야하고 밥도 사야 하는데 다마 올릴 때는 신중해야지, 한번 올리면 못 내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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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당구장 단골 중에는 매일 오는 손님도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출석도장을 찍는 사람도 여럿이다. 규모는 작지만 동문당구장만 찾는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당구대와 큐대관리가 탁월하기 때문이다.

당구를 좀 친다는 사람들은 당구장에 오면 제일 먼저 큐대를 살핀다. 함양의 당구인들에게도 인정받은 실력이지만 타지에서 오는 손님들도 "동문당구장 큐대는 아무거나 빼서 써도 좋다"는 말을 한다.

"손님들이 당구장에 와서 기분 좋게 당구를 치려면 당구대 상태가 좋아야 하고 큐대 관리가 잘 돼 있어야 해요. 큐대 손질만큼은 함양에서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는다고 자부할 수 있죠."  

당구대는 청소가 가장 중요하다. 3개의 돌로 결합돼 있는 당구대 위에 얇은 천이 깔려있는데 청소가 깔끔하지 않으면 공이 굴러갈 때 소리가 난다. 먼지나 보풀이 생기지 않도록 매일 청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 번 사용한 큐대는 바로바로 손질한다. 큐클리너로 깨끗이 닦아주고 팁도 깔끔하게 다듬어 놓는다. 당구장을 오래 운영했으니 자신만의 관리 노하우도 있다.

"당구는 최고의 실내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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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필씨의 작은 바람이라고 한다면 함양에도 당구동호회가 만들어져 당구가 더욱 활성화 되는 것이다.

"도시는 당구동호회가 결성돼 정기모임도 하고 시합도 하죠. 요즘 도시에는 여성뿐만 아니라 어르신들도 치매예방에 좋다며 당구를 치시거든요. 반듯하게 자세를 잡고 공의 회전, 두께를 예측하고 집중하는 스포츠니까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니까요."

당구 한 게임을 할 때 한 시간 정도 걸린다고 가정하면 당구 두 게임이면 5킬로미터를 걷는 운동효과가 난다는 권씨. "땀 흘리며 뛰는 운동은 아니지만 실내에서 하는 스포츠로는 이만한 게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앞으로도 당구장은 계속할 생각이에요, 아들, 아버지, 할아버지가 함께 와서 당구를 치면 좋겠네요. 내 팔다리가 허락할 때까지 나도 당구를 쳐야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간함양에도 실립니다.


태그:#368-동문당구장 권영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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