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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박원순 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냈다는 비밀대화방 초대문자를 공개하고 있다. |
| ⓒ 권우성 | 관련사진보기 |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폭력 혐의로 고소한 서울시 직원 측이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비서직을 수행하는 동안 겪은 성폭력 피해를 공개했다. 이날 "저와 제 가족의 보통의 일상과 안전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내용이 담긴 고소인의 입장문이 대독되기도 했다.
이에 '추모 일색'이기만 했던 정치권 분위기도 변하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3일 "피해 호소 여성의 아픔에 위로를 표한다"고 말했고, 장례식의 상주 역할을 했던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14일 추모의 말과 더불어 "고소인께 그 어떤 2차 피해도 없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고인을 추모하는 분이라면 이에 공감하고 협조해 주시리라고 믿습니다"라는 당부를 남겼다.
그럼에도 일부 정치인과 유명인사들이 고소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음모론'이나 고소인의 피해를 조롱하거나 믿지 못하겠다는 글을 SNS에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
"여비서로 인한 피해 심각"... "여성이 가만히 있으면 남자는 호감인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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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컷뉴스> 보도에 인용된 A의원의 페이스북 게시물 |
| ⓒ 노컷뉴스 홈페이지 | 관련사진보기 |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정읍고창)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원순 서울시장의 떠남에 담긴 숨은 유지'라는 글을 올렸다.
윤 의원은 "고인이 죽음을 통해 주는 숨은 유지는 '미투와 관련된 의혹으로 고소되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부끄럽고 이를 사과한다. 더 이상 고소 내용의 진위 공방을 통해 피해자에게 2차가해를 가하지 마라'가 아닐까 합니다"라며 "고인은 죽음으로 당신이 그리던 미투처리 전범을 몸소 실천하였습니다"라는 아전인수격 해석을 늘어놓았다.
이는 "안전한 법정에서 그분을 향해 이러지 말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습니다. ...(중략)...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법의 심판을 받고, 인간적인 사과를 받고 싶었습니다"라는 고소인의 입장과도 배치되는 말이다.
심지어 윤 의원은 "행정1부시장으로 근무하면서 시장실 구조를 아는 입장에서 이해되지 않는 내용들이 있었습니다. 침실 등 언어의 상징조작에 의한 오해 가능성에 대처하는 것은 남아있는 사람들의 몫입니다"라고 말해 역설적으로 그가 2차가해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윤 의원은 14일 오전 "피해자의 고통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라며 "일부 언론에서 가짜미투 의혹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는데 전혀 그런 의도가 없다"고 사과했다.
또한 13일 <노컷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부산의 한 기초의회 A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비서로 인한 피해가 너무 심각합니다. 비서를 배우자, 자녀 등에게도 허용했으면 합니다"라는 글을 올려서 논란이 됐다. 현재 A의원 페이스북에는 해당 글이 삭제 되고, "박원순 시장을 외롭지 않게 보내드렸다"는 내용의 글만 남아있는 상태다.
통영·고성 지역구에서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를 지낸 B씨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남성은 자신의 행위가 여성에 대한 호감인지 추행인지 스스로 판별할 수 없다. 상대방 여성이 추행이라고 알리지 않는 한 호감으로 오인할 수 있는 동물이 남성이다"라며 "피해 고소인이 일찍 지적했어야 했는데 이 점이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여성이 가만히 있으면 호감으로 받아들인다고 남성은 인식한다"고 말해 온라인 상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현직 검사 "페미니스트인 제가 추행했다고 말했으니 추행"
시사평론가 김용민(사단법인 평화나무 이사장)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소인이 제시한 피해 증거에 의문을 제기한 글을 공유했다. <딴지일보> 게시판에 올라온 '텔레그램으로 시장님 되기'라는 제목의 해당 게시물은 '텔레그램 대화방'은 조작하기 쉽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소인 측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가 제시한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 캡처본'이 가짜일 수도 있다는 의혹을 담고 있는 글인 것이다.
김씨는 이 게시물을 공유하면서 "텔레그램도 증거효력이 떨어진다면..."라고 간단한 코멘트만 남겼다. 그러나 게시물 아래에는 "공작의 냄새가 진동한다", "저도 매일 성폭력에 시달린다, 비밀대화방 초대가 너무 많아요"라는 2차가해성 댓글이 달리고 있다.
김씨가 공유한 게시물 중에는 진혜원 대구지검 부부장검사의 글도 있었다. '권력형 성폭력'이라는 제목으로 진 검사가 쓴 글은 고소인을 조롱하는 듯한 내용이 담겨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진 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 박원순 전 시장과 팔짱 낀 사진을 올리며 "평소 존경하던 분을 발견했습니다. 한 분도 아니고 두 분이나! 냅다 달려가서 덥석 팔짱을 끼는 방법으로 성인 남성 두 분을 동시에 추행했습니다. 증거도 제출합니다. 페미니스트인 제가 추행했다고 말했으니 추행입니다. 권력형 다중성범죄입니다"라고 썼다.
이어 그는 "고소장 접수 사실을 언론에 알리고, 고인의 발인일에 기자회견을 하고, 선정적 증거가 있다고 암시하면서 2차 회견을 또 열겠다고 예고하는 등 넷플릭스 드라마같은 시리즈물로 만들어 '흥행몰이'와 '여론재판'으로 진행하면서도..."라며 고소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나아가 진 검사는 "진실을 확인받는 것이 중요한지, 존경받는 공직자를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여론재판이 중요한지 본인의 선택은 행동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말까지 남겼다. 그가 올린 게시물에는 고소인을 비판하는 댓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진 검사는 제주지검에서 사기 사건을 수사중에 법원에 제출한 '영장 청구서'가 상관에 의해 회수된, '제주지검 영장 회수 사건'을 고발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고소인에게 '죽음의 책임'을 따지는 상황"
이같은 현상에 대해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전 대표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피해자는 친구들의 '~하지 말지 그랬어'와 같은 말도 비수가 되어서 꽂힌다고 느낀다. 결국 피해자를 책망하는 말이기 때문"이라며 "심지어 지금은 (박 전 시장) 죽음의 책임을 피해자(고소인)에게 물으며, 원망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며 심각한 2차가해가 일어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임 전 대표는 "음모론이 시민사회나 진보적이라고 평가받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확산되고 있는 배경 등을 살펴봐야 한다"며 "시민들이 피해자(고소인)가 발표한 입장문을 읽고, 피해자의 말에 집중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살아생전 박원순 전 시장은 성폭력 고발 사건에서 피해자를 향한 2차가해나 정치적 음모론 제기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박 시장은 2002년 우근민 전 제주도지사의 성추행 사건 민간조사위원으로서, 당시 일각에서 제기된 음모론에 대해 "아무런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며 일축한 바 있다.
2000년에 일어난 장원 전 총선연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선 "오죽하면 '음모론'이 머리를 들었을까. 믿고 싶지 않은 사실을 부인하고 싶은 속성이 반영되었을 것이다 (...) 아무리 술에 취해있었다고 해도 그 정황은 이해하기 어려웠다"(신동아 2000년 7월호, '장원 추문은 짧고 시민운동은 영원하다')라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