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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유예기한 확인서 9월까지 출국 항공편이 없는 베트남 이주노동자에게 8월 15일까지 출국하라고 명령하고 있다.
▲ 출국유예기한 확인서 9월까지 출국 항공편이 없는 베트남 이주노동자에게 8월 15일까지 출국하라고 명령하고 있다.
ⓒ 고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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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고, 장맛비에 바람까지 불어도 출입국은 언제나 그렇듯 문전성시다. 베트남 이주노동자 쩐 하우푸가 13일에 수원출입국외국인청을 방문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이 무색할 만치 바글대는 건물 안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다들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귀국 항공편이 없어서 매달 출입국에 출국 기한 유예 신청을 하는 쩐은 요즘 속이 탄다. 외국인 고용허가제로 입국해 4년 10개월을 한 업체에서 일하고 지난 3월에 출국하려 했지만, 하늘길이 막혀서 발이 묶인 지 벌써 넉 달이 넘고 있다. 체류 기한이 지났을 때 퇴사 조치가 끝났기 때문에 일할 수도 없고, 하릴없이 항공편이 열리기만 기다리고 있다.

항공권 무리하게 구하려다가 사기 당하기도

그간 출입국에서는 한 달마다 예약한 항공권을 들고 출입국에 직접 와야한다고 요구했는데, 요즘은 인터넷에서 항공권 판매처를 찾기도 어렵다. 코로나19 이후 베트남은 공식적으로 9월 16일까지 한국뿐만 아니라 모든 국제선 여객 입국 항공편을 중단시켰기 때문이다. 항공편이 취소되고 나면 다시 예약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수중에 갖고 있던 돈은 이미 바닥나고 없는 처지에 기댈 구석은 항공권 구매 금액 환불밖에 없는데 판매처에서는 차일피일 미루며 지급하지 않고 있다. 

쩐은 항공권을 판매처를 통해 구매했다. A항공은 코로나19로 인한 국제선 전 노선에 대한 환불 위약금과 재발행 수수료를 면제해 주고, 최대 7일 이내에 환불한다고 공고하고 있으나, 판매처에 따르면 실제 A항공 차원에서 환불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한다. 

쩐이 보기에 간혹 뜨는 판매처들은 대부분 체류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아 절박한 심정으로 항공권을 찾는 이들을 등쳐먹는 사기꾼들이다. 쩐은 베트남 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출국 항공편이 취소됐지만, 몇 달째 항공권 구매 금액을 환불받지 못하고 있다. 쩐의 친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환불 요청을 위해 판매처에 연락하면 없는 전화이거나, 무대응일 경우가 태반이다. 

쩐과 비슷한 시기에 퇴사했던 전 직장 동료 부반스는 판매처가 사라져 항공료를 떼였다고 울상이다. 그나마 쩐은 아직까지 판매처와 연락이 닿는다. 

해당 판매처는 지난달 환불 신청할 때는 한 달만 기다리면 처리해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은 석 달은 기다려야 가능하다고 말을 바꿨다. 그마저도 확실한 것은 아니고, 항공사 사정에 따라 환급일이 연기되거나 안 될 수도 있다는 말을 흘리고 있다. 

판매처 관계자는 2월까지만 해도 항공편이 취소되면 연차 탑승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언제 항공편이 연결될지 모르기 때문에 환불 절차가 늦어지는 것이라며, 인력 감축으로 업무에 과부하가 걸린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판매처 관계자의 말이다. 

"출국 항공편 취소는 항공사에 의한 것이 아니고, 베트남 정부에 의한 조치이기 때문에 환불 절차가 예전과 다를 수밖에 없다. 코로나로 항공사 경영이 악화됐고, 많은 발권 대행사들이 문을 닫다 보니 환불 규정 안내마저 제대로 못 하고 있다."

출입국은 이런 형편은 살피지 않고 출국 유예를 한 달씩만 해 주고 있다. 베트남 정부 발표에도 불구하고 출입국은 7월 출국 예정이었던 사람은 8월에 다시 연장해야 한다고 고집하고 있다. 그나마 13일 유예 신청을 한 쩐에 따르면 7월부터는 항공권 구매를 하지 않더라도 연장 신청을 받아주고 있단다. 

쩐은 부반스를 예로 들며, 아직까지 출입국 안내를 받지 못한 이주노동자들 중에는 항공권 구매를 위해 인터넷을 뒤지다가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출입국은 자진 출국자의 경우 온라인 신청이 가능한 데 비해, 출국기한 유예 신청은 온라인 신청을 받지 않고, 방문 신청만 가능한 이유에 대해 합리적 설명을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항공권 없이는 출국 유예가 불가하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주인권단체들은 출입국이 이주노동자들을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만 볼 뿐, 서비스 대상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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