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확산으로 인해 늦은 개막을 한 KBO리그가 어느덧 시즌의 1/3을 넘겼다. 여느 시즌이었다면 정규 시즌의 절반 가량을 이미 치렀고 올스타전과 휴식을 맞이하는 시기였을 테다. 하지만 올해는 5월 5일 개막을 했고, 7월 25일 인천에서 열릴 예정되었던 올스타전도 취소됐다. 개막이 5주 이상 늦어지면서 시즌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올스타전을 취소한 것. 올스타 브레이크(휴식) 역시 함께 사라졌다. 선수들은 이 시기를 이용하여 떨어졌던 체력을 보충하고 남은 시즌에 임하는데 올해는 시즌 중 휴식기가 없어진 셈이다.

또한 올해 2020 도쿄 하계 올림픽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올스타 브레이크와 올림픽 기간까지 도합 3주 동안 리그 휴식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비게 된 3주는 3월 28일부터 진행하지 못했던 3주 동안의 일정을 우선 편성했다.

미뤘던 경기 다시 편성, 3연전-2연전-3연전 시즌

3월 28일부터 5월 3일까지 진행되지 못한 경기는 팀당 32경기씩 총 160경기였다. 3월 28일과 29일 경기는 2연전이었고, 나머지 경기들은 모두 3연전 일정이었다. 5월 5일부터의 7월 23일까지는 당초에 편성했던 경기 일정대로 진행하고 있다.

또한 올림픽을 마친 뒤에는 8월 11일부터 후반기 일정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7월 24일부터 8월 9일까지 팀당 15경기 씩 도합 75경기가 다시 편성된다.

편성하지 못한 나머지 미뤄진 경기는 팀당 17경기 씩 도합 85경기다. 이 경기들은 기존에 편성되었던 정규 시즌 일정들의 바로 다음 일정으로 편성됐다. 쉽게 정리하면 5월 5일부터 8월 16일까지는 기존에 편성된 3연전과 일부 미뤄졌던 3연전이 편성됐다. 8월 18일부터 9월 27일까지는 기존에 편성된 2연전, 그리고 9월 29일부터 10월 18일까지는 미뤄졌던 3연전이 다시 편성됐다.

만일 여기서 순연 경기가 하나도 없었다면 10월 19일에 와일드 카드 결정전 미디어데이를 실시한 뒤 10월 20일부터 와일드 카드 결정전을 시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10월 20일부터는 기존의 순연 규정에 의하여 다시 편성되는 잔여 경기를 치러야 한다.

물론 예년에 비해 잔여 경기 편성 일정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5월과 6월, 9월 그리고 10월에는 서스펜디드 규정 및 더블헤더 규정이 적용되면서 이미 서스펜디드 게임과 더블헤더 게임을 실시하고 있었다. 다만 일요일 경기가 미뤄지며 월요일에 경기를 한 적은 아직까지 없었다.

기상 악화로 인해 콜드 게임 선언으로 일찍 끝낸 경기도 있다. 6월 10일 수원 경기는 비로 인하여 5회까지만 진행한 뒤 10점 차로 벌어진 상황에서 강우 콜드를 선언하며 경기를 끝냈다. 이 경기에서 애런 브룩스(KIA 타이거즈)가 5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행운의 완봉승을 챙겼다.

이제 장마 시작인데... 벌써 7경기 이상이 10월로 연기
 
 12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릴 예정인 2020 KBO리그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kt wiz의 경기가 우천 취소됐다. 사진은 관계자들이 방수포로 그라운드를 덮는 모습. 2020.7.12

12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릴 예정인 2020 KBO리그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kt wiz의 경기가 우천 취소됐다. 사진은 관계자들이 방수포로 그라운드를 덮는 모습. 2020.7.12 ⓒ 연합뉴스

 
다만 이러한 규정 적용에도 예외는 있다. 평일 시리즈의 마지막 경기가 5회 이전에 중단되면 다음 날 서스펜디드 게임을 실시할 수 없기 때문에 노 게임 처리된다. 혹서기인 7월과 8월에는 서스펜디드 게임과 더블헤더를 실시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미뤄진 경기들은 월요일 편성을 제외하고 10월 20일 이후로 편성된다.

5월 10일 이전에 순연되었던 경기들도 10월 20일 이후 편성이다. 이로 인하여 5월 9일에 취소되었던 3경기는 10월로 밀렸다. 5월 15일 비로 열리지 못했던 1경기와 6월 10일 1경기, 6월 12일 1경기는 바로 다음 날 더블헤더 편성으로 해결했다. 6월 13일 대전 경기는 서스펜디드 선언으로 14일 낮에 재개되었는데, 바로 이 경기에서 한화 이글스가 18연패를 끊어냈다.

6월 18일 광주 경기(NC 다이노스 VS KIA 타이거즈)는 평일 시리즈 마지막 경기였다. KIA는 바로 다음 일정이 홈 경기였지만 NC가 다음 홈 경기 일정을 위해 밤에 창원으로 이동해야 해서 이 경기를 바로 해결하지 못했다. 이 경기 역시 나중에 다시 편성될 예정이다.

6월 24일에는 대구 경기를 제외한 나머지 4경기가 모두 비로 밀렸다. 이로 인해 6월 25일에는 수원과 인천 그리고 잠실 3곳에서 더블헤더가 열리면서 이 날만 7경기가 열렸다. 부산은 24일과 25일 모두 비로 경기를 진행하지 못하면서 2경기 모두 10월로 미루게 됐다.

6월 30일 화요일에는 광주 경기가 비로 밀렸다. 그러나 이 주의 시리즈부터 혹서기인 7월 일정이었고, 이로 인하여 7월 1일에 더블헤더를 진행하지 않고 1경기를 10월로 미루게 됐다. 혹서기에는 지상파 중계가 편성되지 않는 한 주말에도 낮 경기를 치르지 않으며 일요일 경기만 월요일로 미룰 수 있다.

7월 12일 일요일에는 전국적으로 비가 내렸다. 잠실도 비가 내리긴 했지만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가 일단 경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1회초가 종료된 직후 비 때문에 33분 동안 중단되었다 경기를 이어갔고, 3회초가 종료된 시점에서 비 때문에 그라운드 상태가 좋지 않았고, 그라운드 정비 차원에서 경기가 또 중단됐다.

30분 동안 상황을 지켜보았으나 상태는 여전히 좋지 않았다. 결국 노 게임이 선언되었고 잠실 경기도 13일로 연기 처리했다. 서스펜디드 규정이 혹서기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13일 경기는 3회말부터 시작하지 않고 1회부터 다시 시작한다. 12일에 선발로 등판했던 LG 김윤식과 NC 구창모의 투구 기록은 정식 기록에 반영되지 않는다.

수원, 대전, 광주, 부산 경기는 아예 처음부터 월요일로 경기를 미뤘다. 올 시즌 첫 월요일 경기 편성인데, 13일에도 전국적으로 비 예보가 있어서 이 5경기가 모두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 장담 할 수 없다. 월요일로 미뤄 진행하는 주말 시리즈 경기의 경우 저녁에 시작하지만 다음 일정을 감안하여 더블헤더 첫 경기와 마찬가지로 9회까지만 진행한다.

경기 강행했던 잠실, 두 팀 모두 가용 불가 선수 자원만 증가

사실 서울도 경기가 시작되기 1시간 전에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잠실과 강수량이 비슷했던 수원은 박종훈 감독관이 경기 시작 시각 기준으로 35분 전에 순연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잠실 경기를 담당했던 김시진 감독관은 경기 강행을 결정했다.

경기 전까지는 감독관이 경기의 순연 또는 진행 여부를 결정하며 그 이후에는 심판진이 결정하게 되어 있다. 잠실 경기는 1회초 종료 이후 오후 5시 7분에 중단되었는데, 비가 계속 내리고 있음에도 심판진은 오후 5시 41분에 경기 재개를 선언했다.

상황이 조금 괜찮았다면 그래도 6월 10일 수원 경기처럼 어떻게 5회까지는 진행을 해도 괜찮았을 것이다. 그러나 두 팀의 선발투수 김윤식과 구창모 모두 마운드 흙이 스파이크에 끈적하게 박히면서 공을 던지는 데 애를 먹고 있었다.

3회초 종료 이후 오후 6시 50분 쯤 2루와 3루 사이에 웅덩이가 파인 것을 확인한 심판진은 다시 경기를 중단했다. 잠실 야구장 관리 직원들이 웅덩이를 메우고 상황을 기다려봤지만 오히려 1루와 2루 사이에도 웅덩이가 생기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일부 경기장들은 메이저리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내야 전체를 덮는 방수포가 있어서 최소 웅덩이가 생기는 경우를 막을 수는 있었다. 그러나 잠실에는 내야 전체를 덮을 방수포가 없었고 비가 계속 내리는 와중에 웅덩이를 수습할 방법이 딱히 없었다. 내야에 웅덩이가 생긴 이상 5회까지 경기를 꾸역꾸역 진행한다는 것도 선수들의 부상 위험이 있었다.

감독관과 심판진의 뒤늦은 결정으로 인해 이 날 두 팀의 선수들은 최소 2시간 이상 그라운드에서 비를 맞으며 시간을 보내야 했다. 경기 기록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김윤식과 구창모는 기록에 남지 않는 투구수를 소모하며 기록적인 면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한 바퀴 거른 셈이 됐다.

뒤늦은 우천 취소 결정으로 인해 LG와 NC는 다른 선발 로테이션도 꼬이게 됐다. LG는 13일에 이우찬이 올 시즌 첫 선발 등판할 예정이며, NC는 이재학이 8일 경기 이후 4일만 쉰 뒤 마운드에 오르게 됐다. 여러 모로 다른 선발투수들까지 루틴이 꼬인 셈이다.

장마철에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일, 기준을 확실하게 정해야

일단 12일에 진행해야 했던 5경기 모두 13일로 다시 편성됐다. 원래 주말 3연전이 끝난 뒤 월요일은 보통 이동일이었으나 코로나 19로 지연 개막한 올 시즌에 한정하여 주말에서 순연된 경기를 위한 예비일로 변경된 상태다.

문제는 12일에 이어 13일에도 전국적으로 비 예보가 있는 상황이다. 포스트 시즌까지 감안하면 겨울인 11월에도 경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잔여 경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일단 경기 시작 전까지는 상황을 지켜 볼 가능성이 높다.

다만 13일 경기가 끝난 뒤에는 10팀 중 7팀이 밤에 이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감독관과 심판진이 최대한 신속하고 현명하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 kt 위즈와 롯데 자이언츠는 홈 경기 일정이 이어지기 때문에 이동하지 않으며, NC는 잠실 원정 다음 일정이 고척 스카이돔 원정이라 서울 숙소에 그대로 머무른다.

장마철과 더불어 태풍이 북상하는 시기에는 12일과 같은 상황이 또 다시 발생하여 5경기 모두 통째로 순연될 가능성이 높다. 올스타 브레이크가 없는 이상 다른 해에 비하여 일정이 빡빡한 만큼 선수들이 피로 누적으로 인해 부상이 발생할 확률이 높은 시즌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를 진행할지 연기할지에 대한 결정을 보다 신속하게 내릴 필요가 있다. 그래야 각 팀도 상황에 따라 선수들의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고, 향후 일정에 대한 대비도 미리미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마철에 순연 경기가 집중될 확률이 높은 만큼 10월 잔여 경기 시즌을 대비하여 각 팀은 엔트리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실내 경기장을 사용해 홈 경기가 순연되지 않는 키움 히어로즈만 잔여 경기 일정이 여유가 있을 뿐이며 나머지 팀들은 불규칙적인 이동 일정으로 인하여 피로가 크게 누적될 수 있다.

사실상 겨울에도 시즌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이 시기 몸이 굳어지면서 부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11월 15일 이후에는 실내 경기장인 고척 스카이돔에서 포스트 시즌 중립 경기장 규정을 한시적으로 적용한다고 쳐도 그 이전까지는 컨디션 관리가 힘들 수도 있다.

선수단이 융통성 있게 일정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그 만큼 경기 감독관과 심판진들의 결정이 중요하다. 12일 잠실 경기처럼 선수들의 피로만 쌓이고 경기 기록이 사라지는 안타까운 일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날씨 및 경기장 상황을 보다 꼼꼼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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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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