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가 4일(미국 현지시각)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 독립기념일 기념행사를 주최하고 있는 모습.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가 4일(미국 현지시각)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 독립기념일 기념행사를 주최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UPI

관련사진보기


3월 중순, 가주 주지사 개빈 뉴썸(Gavin Newsom)의 행정 명령으로 가주민 대부분은 집에 갇혀 지내기 시작했다. 자가 격리 한달이 지나고 두달째 접어들자, 언론에서는 '격리 피로(quarantine fatigue)'란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 미국인들이 집에 오래 갖혀 있다보니 자가 격리가 만성화되어 경각심이 줄어든단 의미로 사용한 말이다. 국민들의 불만 때문인지 아니면 진짜 상태가 호전되었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가주는 5월 첫째 주 오프닝 일단계(Opening Phase 1)가 시작됐고, 5월 둘째 주에 들어서 오프닝 이단계(Opening Phase 2)가 실시되면서 가주의 거의 모든 사업체들이 다시 문을 열었다. 나 역시 5월 세째주부터 다시 일을 나가기 시작했다. 

5월 네번째 주 월요일은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라고 한국으로 치면 현충일과 같은 날이다. 미국 공휴일은 독립 기념일이나 크리스마스처럼 정해진 날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월요일 아니면 금요일에 쉬는 걸로 법으로 정해놨다. 그래서 공휴일이 낀 주말은 항상 롱 위크엔드가 된다. 미국의 여름은 이 메모리얼 데이 위크엔드부터 시작되는데, 이때부터 바야흐로 파티의 계절이라고 보면 된다. 

먼저 대학은 물론이고, 초,중,고등 학교 대부분이 메모리얼 데이 전에 학기를 마친다. 미국은 가을 학기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이때부터 학생이나 학부모 다 마음놓고 쉴 수 있는 여름 방학이 시작되는 셈이다. 또한 가주의 경우 날씨가 바닷가에 나가 해수욕을 할 만큼 따뜻해지고, 바베큐를 해먹고 하루 종일 야외에서 놀아도 좋은 날씨이기에 바베큐 시즌의 시작이기도 하다. 여름에 진행되는 메이져 프로 스포츠는 야구와 나스카(NASCAR) 밖에 없다. 농구나, 아이스하키는 6월 중순이면 시즌이 끝나고, 풋볼은 8월 말이 되어야 시즌이 시작된다. 그래서 여름은 시청할 프로 스포츠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고, 방학을 맞은 학생, 가족, 친구들이 모여 비치 파티, 풀 파티, 바베큐 파티 등 파티를 자주 연다.

7월 4일 미국 독립 기념일은 미국의 가장 많은 인구가 바닷가에 운집하는 날이다. 비치에서 일광욕하고, 해수욕하고, 바베큐 해먹고 놀다가, 밤에는 불꽃놀이 하는 걸 구경한다. 바닷가에 가지 않는 사람들은 집에서 모여 독립 기념일 파티를 연다. 올해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와 오렌지 카운티는 독립기념일 주말에 비치를 폐쇄하기로 결정했지만, 가장 남쪽에 위치한 샌디에이고 카운티 비치는 문을 열어 북쪽에 거주하는 사람들까지 방문해 더욱 북적거리는 모습이 뉴스를 통해 방송되었다. 

독립 기념일 몇 일 전, 난 코스코에 장보러 갔다가 매장 중앙에 기획 전시된 독립 기념일 파티 준비용 상품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맥주는 브랜드별로 수십 박스가 쌓여 있었고, 칩스(chips)와 딥스(dips) 역시 종류별로 다양하게 진열되어 소비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베큐 할 때 쓰는 챠콜(charcoal) 봉지도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이건 파티 타임을 앞에 두고 장보러 오는 고객들의 편의를 고려해 필요한 상품을 한 곳에 모아놓은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이런 거는 전혀 염두에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캘리포니아는 하루 8744명의 새로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메모리얼 데이 이후, 가주 56개 카운티 가운데 12개 카운티가 10% 이상의 감염자 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워낙 코로나19 검사를 철저히 하고, 이주 자가 격리 등이 철저하게 지켜지지만, 미국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누가 코로나19에 감염됐는지 모르는 것이 여기 현실이라 사람이 모이지 않는 것이 현재로선 최우선의 예방책이다. 그런데 파티 시즌을 맞아 사람들이 여기 저기 모여서 파티를 여니 감염자 수가 증가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가족, 친구들 다 모이는데, 나만 빠질 수 없다는 심리다. 

플로리다가 하루 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왔다는 뉴스를 독립 기념일 전날 큰 아들을 통해 들었는데, 독립 기념일 저녁 아들들 둘 다 파티에 간다고 나갔다. 뉴스는 뉴스이고, 친구들 다 모이는데 나만 빠질 수 없다는 심리가 미국의 코로나19 팬데믹을 멈추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셈이다. 

태그:#COVID-19, #메모리얼 데이, #미국 독립 기념일, #비치 파티, #파티 문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금속공예가의 미국 '속' 이야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