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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유신체제가 아직도 문제 되는 이유는, '구체제' 유산이 우리 시대를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1961년 5.16 군사 정변과 1972년 유신 정변은 모두 박정희와 군부 엘리트가 도모한 정변으로서 헌정 중단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그러나 유신 정변은 헌정질서를 완전히 파괴하는 데까지 이르렀다는 점에서 볼 때, 헌정질서 복귀로 이어진 5.16 군사 정변과는 중대한 차이가 있다.

독재 정권이 제정한 유신헌법이 불법적인 이유

유신 정변 이후 박정희와 군부 엘리트들은 소위 '유신헌법'을 제정하였는데, 이는 적법한 헌법 개정 절차를 거친 것이 아니다. 그들은 계엄령하에서 국회를 해산하고 모든 정치 활동을 금지한 가운데, 찬반 토론도 없이 국민투표를 거쳐 유신헌법을 선포했다.

내용상으로도 유신헌법은 '헌법'이라고 할 수 없다. 당시 모든 국가 권력이 박정희 1인에게 집중됐으며, 국민주권주의, 권력의 분립과 상호견제, 권력기관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원칙 등은 구현되지 않았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의 보호,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할 국가의 기본적 책무조차 국가안보의 미명 아래 방기되었다.

국민은 오로지 통치의 대상이었으며, 정부 대표자를 선출할 권한은 물론이고, 입법·사법 기관들을 구성하고 공직자와 관료들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방법이 봉쇄되었다.

1979년 박정희의 피살과 1987년 6월항쟁을 거쳐 유신독재와 그를 계승한 군부독재 정권은 종말을 고했지만,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정보기관, 사법기관 등은 유신체제 하에서와 마찬가지로 특권적 지위를 유지했고, 어떤 점에서는 오히려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였다.
  
유신체제 비판 심포지엄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사라진 국회, 10월 유신과 민주주의 말살’이란 주제로 제72주년 제헌절 맞이 유신독재 청산 심포지엄이 열렸다.
▲ 유신체제 비판 심포지엄 지난 2일 국회에서 ‘사라진 국회, 10월 유신과 민주주의 말살’이란 주제로 제72주년 제헌절 맞이 유신독재 청산 심포지엄이 열렸다.
ⓒ 김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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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정부는 정당정치 미숙성 때문에 관료들 도움 없이는 정부를 운영할 능력이 없었고, 이에 따라 그들의 특권적 지위를 박탈한다든가 하는 민주적 통제 장치를 감히 도입하기가 어려웠다.

특히 사법 관료들은 '진보적 성향'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정치적 중립성' 내지 '사법권의 독립'을 앞세워왔다. 그리고 마치 '조폭' 집단처럼 자신들만의 위계질서를 더욱 공고히 구축하였다.

민주적 통제 장치가 작동하지 않는 가운데 기득권 세력과의 유착이나 사익추구 행위가 버젓이 자행됐고, 전관예우는 일상화됐다. 공정한 시장 질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엄정한 법 집행은 기대하기 어려웠고, 국민의 사법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진 상태다. (관련 기사: "21대 국회, 유신체제 무효와 불법성 결의해야")

통제받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

통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자신들의 집단적 이익을 위해서 얼마든지 권력을 남용하고, 기득권 세력과 야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법 관료들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내지 '재판의 독립성'을 사법기관 자체의 독립성으로 포장해 민주적 통제를 회피해 왔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러한 통제 불능의 사법기관과 관료들의 특권은 사실 유신체제 아래에서 형성된 것이다. 군부 엘리트들이 군과 정보기관을 통하여 강압과 공작으로 정치를 대신하는 한편, 사법기관을 통하여 법을 통치 수단으로 악용하였기 때문이다. 대신 사법기관에는 국민들 위에 군림할 수 있는 지위와 특권이 부여됐고, 사법 관료들은 국민이 아니라 독재자에게 봉사하는 만큼 그 지위와 특권을 보장받았다.

그러므로 유신헌법이 불법·무효였음을 선언하는 것은, 유신체제를 뒷받침한 정보기관, 사법기관 등의 반민주적인 행태와 그들이 자행한 국가폭력의 진상을 규명하는 작업의 전제가 된다. 그리고 이러한 진상 규명 작업은, 작금에 요구되고 있는 사법기관의 민주적 개혁을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례'라고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송병춘 변호사는 '긴급조치사람들' 법률대책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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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교육청소년위원회) 변호사 2010. 9. ~ 2013. 1. 서울시교육청 감사관 2013. 2. 2015. 2. 서울시 감사관 현 (사)시민자치감사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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