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도, 챔피언스리그 티켓도 사실상 멀어졌다. 이제 남은 희망은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 뿐이다.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은 7일 오전 4시(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에버턴과 2019-2020시즌 프리미어리그(EPL) 33라운드 홈 경기를 치른다.

손흥민과 토트넘에게 있어서 2019-2020시즌은 아쉬움으로 기억될 것 같다. 이미 각종 대회에서 탈락하며 무관이 확정된 토트넘은 마지막 지상과제였던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티켓 획득마저 물거품이 되기 일보직전이다. 토트넘은 지난 32라운드 셰필드 유나이티드 원정에서 충격의 1-3 패배를 당하며 승점 45점으로 10위에 머무르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리그 휴식기 이후 3경기에서 승점 4점(1승1무1패)에 그쳤다.

6경기를 남겨놓은 상황에서 UCL(챔피언스리그) 진출 안정권인 4위 첼시와는 승점 12점으로 벌어졌다. 2위 맨체스터 시티가 국제축구연맹의 재정페어플레이룰 위반으로 다음 시즌 UCL 출전자격이 박탈될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 5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도 승점 10점차다. 그나마 가능성이 남아있는 것은 유로파리그 출전권이지만 현재로서는 이 역시 장담하기 힘들다. 유럽클럽대항전 티켓마저 놓친다면 그야말로 손흥민이 토트넘에 입단한 이래 최악의 시즌이 확정된다.

이제 손흥민에게 기대할 수 있는 목표는 얼마 남지 않은 시즌이라도 최대한 많은 공격포인트를 달성하며 개인기록과 팀 승점을 함께 끌어올리는 것 뿐이다.

손흥민은 올 시즌 각종 대회에서 16골 9도움, 프리미어리그만 놓고보면 9골을 기록 중이다. 손흥민은 지난 2월 애스턴 빌라와의 26라운드에서 멀티골을 폭발한 뒤 5개월 가까이 골 맛을 보지 못하고 있다. 리그가 재개된 이후에는 도움만 2개 추가했다.

에버턴전에서 득점한다면 손흥민은 2016-17시즌부터 무려 4시즌 연속 EPL 두 자릿수 득점이라는 기록을 쓰게 된다. 손흥민은 최근 3시즌간 프리미어리그에서 14골-12골-12골을 각각 기록한 바 있다. 여기에 도움까지 추가한다면 최초로 득점과 도움에서 동시에 두 자릿수를 돌파하는 10-10클럽에도 가입할 수 있다.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통산 154경기에서 51골 28도움을 기록중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의미있는 기록은 역시 대선배 박지성의 EPL 출전 기록을 뛰어넘는 것이다. 손흥민 이전에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레전드였던 박지성은 2005년부터 2013년까지 맨유, 퀸즈파크레인저스(QPR) 소속으로 9시즌 동안 154경기에 출장하여 19골 21도움을 기록했다. 손흥민은 지난 3일 셰필드 유나이티드 원정을 통해 박지성과 어깨를 나란히했고, 선발출장이 확실시되는 에버턴전에 나설 경우 155번째 출전으로 박지성의 기록을 넘어서게 된다. 한국인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다출전 단독 2위다.

현재 한국인 프리미어리그 최다출전 기록은 기성용이 기록한 187경기다. 기성용은 스완지 시티, 선덜랜드(임대), 뉴캐슬 유나이티드 소속으로 8시즌간 EPL 무대를 누비며 15골 9도움을 기록했다. 현재 페이스대로면 손흥민이 다음시즌 이를 경신해 최다출전 선수로 등극할 가능성도 높다.

뜻깊은 기록을 앞둔 날, 하필 상대가 에버턴이라는 점도 아이러니하다. 손흥민에게 에버턴은 인연과 악연이 모두 얽힌 팀이다. 손흥민은 에버턴전에서 통산 5경기 3골 3도움으로 강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4일 열린 올 시즌 첫 맞대결(1-1 무승부)에서는 경기중 백태클로 상대 선수 안드레 고메스가 크게 다치는 빌미를 제공하며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

손흥민의 태클로 넘어지는 과정에서 고메스는 다른 토트넘 선수와 충돌하며 발목이 골절되는 끔찍한 부상을 입고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손흥민은 바로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했고 자책감에 눈물까지 흘렸다. 고의가 아닌 불운에 가까운 사고였고, 고메스에게도 개인적으로 사과했지만 이 사건으로 손흥민은 한동안 마음고생을 해야했다. 다행히 고메스는 최근 부상을 털고 그라운드에 복귀했다.

손흥민의 활약을 좌우할 또다른 변수는 역시 주제 무리뉴 감독이다. 성적부진으로 경질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후임으로 등장한 무리뉴 감독은 토트넘의 구세주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무색하게 실망스러운 성적에 그치고 있다.

그동안 부상선수가 많았다는 변명거리가 있었지만, 리그 재개 이후 3경기에서 완전체에 가까운 전력을 회복했음에도 기대에 못미치는 경기력을 드러내며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셰필드전에서 역습과 속공에 최적화된 손흥민을 전술적으로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손흥민 활용법에 대한 논란은 무리뉴 감독 부임 이후 계속되고 있다. 비록 무리뉴 체제에서 꾸준히 주전으로 나서고는 있지만, 골을 넣는데 특화된 손흥민의 장점을 살리기보다 자신의 전술에 맞춰서 수비적인 부담을 강요하고 있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공격진에 한창 부상자가 많았던 시기에는 손흥민의 해결사로 나서서 5경기 연속골을 기록할 만큼 눈부신 골결정력을 발휘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해리 케인이 복귀한 이후로는 페널티박스 침투나 직접 슈팅의 비중이 크게 줄어들면서 존재감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무리뉴 감독이 남은 6경기에서 팀성적이나 손흥민 활용법에서 별다른 반등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올시즌이 끝난 후 토트넘에서의 미래도 낙관하기 힘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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