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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원 시민기자의 기사 '한국 교육은 늘 틀리고, 유럽 교육은 늘 옳은가(http://omn.kr/1o57r)'에 대한 반박 글이 들어와 싣습니다. 오마이뉴스는 한국 교육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환영합니다.[편집자말]
고등학교 1학년·중학교 2학년·초등학교 3∼4학년을 대상으로 한 3차 등교개학일인 6월 3일 오전 서울의 한 중학교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중학교 2학년·초등학교 3∼4학년을 대상으로 한 3차 등교개학일인 6월 3일 오전 서울의 한 중학교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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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도 존경하고, 많은 교사들의 귀감이 되는 전대원 선생님의 글에 말꼬리를 잡는 것 같아 적이 부담스럽지만, 그래도 그의 주장이 오해를 살 소지가 있어 사족 하나 붙이고자 한다. 기사의 제목부터가 지나치게 자극적이어서, 글의 진의조차 왜곡시킬 우려도 없지 않다. (관련 기사 : 한국 교육은 늘 틀리고, 유럽 교육은 늘 옳은가)

'한국 교육은 늘 틀리고, 유럽 교육은 늘 옳다'고 어느 누가 단정할 수 있으랴마는, 이것 하나만은 분명하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행복하지 않다는 건 숱한 지표를 통해 이미 확인된 바다. 만약 교육의 옳고 그름을 판별할 기준이 있다면, 이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서 행복한가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현직 교사인 나 역시 경제적인 여건만 허락된다면, 아이를 유학 보내고 싶다. 우선, 밑도 끝도 없는 대학 입시의 굴레에서만이라도 벗어나게 해주고 싶다. 적어도 대학 졸업장이 없으면 사람 취급받지 못하는 사회에서 아등바등 살게 하고 싶지 않다.

그곳이 어디냐고 한다면, 당연히 유럽이다. 그들 교육제도라고 왜 문제가 없을까만 전 세계 모든 나라가 동경하는 이른바 '교육 선진국'으로 손꼽는 곳 아닌가. 초등학생들조차 'SKY서성한중경외시'를 구구단처럼 외우며 '학원 뺑뺑이'를 도는 나라에서 부러운 건 당연지사다.

알다시피, 유럽의 교육은 학벌은커녕 사교육이라는 개념조차 없고, 대학 등록금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나라가 적지 않다. 이태 전 독일에서 한 달 살면서 우연히 들렀던 한 학교의 벽에 적혀 있던 교훈을 결코 잊을 수 없다. '사회의 변화는 분노와 저항으로부터 시작된다.'

표현만 조금씩 다를 뿐, 학교마다 교훈은 비슷했다. 교육 방식과 교사의 자질이 어떻든, 그들이 공유하는 교육의 지표가 그렇다면, 죄다 '근면, 성실'이나 '창의적 인재 육성'만을 외쳐대는 우리의 현실보다 우월하다고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이게 과연 '사대주의적 근성'인가.

독일과 한국을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지적은 옳다. 성적이 우수한 대학 졸업자보다 마이스터로 불리는 기술자를 우대하고 선망하는 독일 사회와 통성명할 때부터 대학 학번을 묻는 우리를 어찌 견주겠는가. 그래선지 독일에선 직업 교육 희망 학생이 적잖고 일찌감치 정해진다.

그렇듯 학제와 사회적인 인식이 서로 다르다고 눙치면, 우리 교육의 고질적 병폐가 용서되는가. '유럽 교육 예찬론이 나오면, 우리 교육을 십자가에 매달아 못 박는 행태가 반복되어 왔다'고 주장하지만, 과연 그의 말대로, 이후 우리 교육은 십자가에 못 박혔는가.

홍세화 선생의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가 유럽에 대한 동경을 불러일으킨 건, 교육에 한정시키자면, 그 책에 소개된 프랑스 교육이 당시 유토피아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후 교사들 사이에 유럽 교육을 배우자는 움직임이 일어났고, 북유럽 교육으로 인식의 지평이 넓어졌다.

우리가 '핀란드도 아니고, 미국도 아니지만', 그들이 이룬 걸 못 해낼 이유는 없다. 다만, 그들이 걸어온 길을 답습하자는 게 아니라, 그들에게 배울 점과 버릴 점을 취사선택하자는 것이다. '교육 후진국'임이 합의됐다면, 그들을 흉내내는 노력이라도 뒤따라야 할 것 아닌가.

'문화 사대주의'가 아니다
 
영국 정부의 단계적인 이동제한(lockdown) 완화조치가 시행되면서, 6월 1일 초등학교(primary school) 개학에 이어 오는 15일부터는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열 예정이다.
 영국 정부의 단계적인 이동제한(lockdown) 완화조치가 시행되면서, 6월 1일 초등학교(primary school) 개학에 이어 오는 15일부터는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열 예정이다.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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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뜸 '교육 선진국'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거둬내라고 한다. 코로나19의 대응 결과를 그 근거로 들었다. 세계적인 찬사를 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K-방역'과, 지금껏 수많은 사망자를 낸 유럽과 여전히 속수무책인 미국의 참담한 현실을 비교해 보라는 것이다.

그런데, 'K-방역'의 결과를 교육의 성과로 등치시키는 게 과연 타당한가. 정부의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는 건 시민 의식이 높기 때문이고, 높은 시민 의식은 훌륭한 교육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라는 논리인가. 그렇다면, 방역 성공 사례로 꼽히는 중국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이는 교육의 문제로 한정시킬 수 없다. 오랜 중앙집권화의 전통에다 집단주의적 성향이 강한 국가가 비교적 감염병 확산을 차단하는 데 효율적이었다는 방증일 뿐이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낮고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국가의 경우, 예외 없이 대규모 확산이 일어났다.

하물며, 미국의 MLB를 빗댄 건 나가도 너무 나간 것이다. 알다시피, '코로나 대국' 미국의 MLB는 언제 재개될지 모를 만큼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프로 선수들의 팀 이탈이 속출하고, 미국의 야구팬들은 그동안 눈길조차 주지 않던 우리나라의 KBO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리 문화가 야구의 본고장 미국에 확산되는 거라며 환호작약할 순 있어도, 그것이 '문화 사대주의'를 극복하는 사례라고 하기에는 민망하다. 야구장이 코로나 진료소로 쓰이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세계 야구 문화의 표준은 MLB다. 여기에 교육을 끌어들이는 건 견강부회다.

그의 식견을 늘 배우고자 노력하는, 23년 차 동료 교사로서, '문화 사대주의'라는 인식만큼은 거둬달라고 말하고 싶다. 유럽 교육은 통째로 베껴야 할 모델이라기보다 우리 교육 현실에 많은 시사점을 주는 나침반 같은 것이다. 교육제도에 정통해야만 말할 자격이 있는 건 아니다.

최근 오연호 선생이 쓴 교육 에세이 <삶을 위한 수업>을 읽었다. 덴마크의 여러 초중고 교사들의 교육 철학과 경험을 담고 있는데, 여느 책과 달리 두 번 읽었다. 처음엔 덴마크 교실 풍경이 궁금해서 읽었고, 두 번째는 자율적인 환경에서 근무하는 그들이 부러워서 읽었다.

이 책 한 권으로 덴마크의 교육제도를 섭렵했다고 말할 순 없지만, 적어도 덴마크 교사들의 일상은 들여다볼 수 있었다.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하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교사의 일상을 통해 그 학교와 교육제도 전반의 '품질'을 평가해도 크게 틀리진 않을 것이다.

우리의 고등학교 교실을 떠올려본다. 종일 반쯤 감긴 퀭한 눈의 아이들 앞에서 영혼 없는 목소리로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될까 싶은 문제집을 풀어주는 무기력한 교사가 태반이다. 그런 월급쟁이 교사가 지금 우리 사회에서 최고의 선망 직업이라는 사실이 솔직히 부끄럽다.

교사들은 이렇게 항변한다. 교육은 종속된 하부 구조일 뿐이며, 상부 구조인 사회가 변하지 않으면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거다. 대기업의 명문대 선호가 사라져야 입시 경쟁이 완화되고, 입시 경쟁이 완화되어야 공교육이 변할 수 있다는, 익숙하다 못해 지겨운 논리다.

적어도 책에 실린 평범한 덴마크 교사들 중에 사회가 변하지 않아 학교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하는 경우는 없다. 학교 교육이 사회의 변화를 추동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다짐만 느껴질 뿐이다. 이런 독후감조차 '남의 떡이 커 보여서' 그런 것일까.

누구도 유럽 교육을 맹목적으로 찬양하지 않는다. 자학사관 운운하며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을 반면교사 삼듯, 나치의 패륜적인 행위에 대해 반성하고 사과하며 배상하는 것을 교육 지표로 삼는 독일을 정면교사 삼을 따름이다. 독일이 유럽 교육을 대표하는 것도 아니다.

끝으로 선생님께 하나만 여쭙고 싶다. OECD가 실시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의 우수한 성적 따위를 답변으로 내놓으시지는 않으리라고 믿는다. 과문한 탓일 테지만, 우리 교육이 유럽 교육에 견줘 우월한 게 대체 무엇인가. 여기서부터 선생님의 발걸음이 시작되어야 한다.

태그:#독일 교육, #PISA, #핀란드, #문화 사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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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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