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 포스터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 포스터 ⓒ 인디플러그

 
1979년, 전두환 중심의 신군부는 12.12 군사반란을 일으켜 군부를 장악한다. 당시 광주의 참상은 대한민국 내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군부의 언론통제에 북한 괴뢰군이 시민들을 선동해 폭동을 일으켰다는 유언비어와, 박정희 정권부터 이어져 온 지역 갈등은 광주를 더욱 고립시켰다.  

광주의 실상이 알려진 건 당시 미국 뉴욕에 있던 한인들을 통해서였다. 한인 사회는 조국에 광주의 실상을 알리기로 결심한다. 민승연 당시 뉴욕 민주구락부 회장과 박상증 당시 뉴욕 지역 목사는 외신 기자들이 촬영한 광주의 영상을 모아 더빙을 입혀 비디오테이프로 만들고자 했다.

감독이 정말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 스틸컷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 스틸컷 ⓒ 인디플러그

 
이 비디오테이프는 성당이나 교회 등 종교시설을 통해 국내에 들어오게 된다. 당시 명동성당에서는 '광주비디오 상영회'가 열리고 이 테이프에 담긴 충격적 진실을 본 사람들은 충격을 받는다. 영화 <1987>을 보면 대학생 연희는 동아리에서 틀어준 광주비디오를 차마 끝까지 보지 못한다. 그만큼 전두환을 비롯한 신군부 세력이 광주에 가한 폭력은 너무나 가혹하고 슬픈 고통이었다.

명동성당에 모인 이들 역시 연희의 반응과 다르지 않다. 누구는 울부짖고, 누구는 멍했으며, 누구는 끝까지 영상을 보지 못한 채 자리를 떴다고 한다. 명동성당청년회 일원들은 이 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는데, 특히 이도준 군은 비디오를 대량복제하고 퍼뜨리는 역할을 맡았다. 그의 노력으로 이 비디오는 전국적으로 퍼져나가며 광주에 대한 진실을 알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작품은 많다. 다큐멘터리는 물론 영화만 하더라도 당시 참상을 기록한 독일인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실화를 다룬 <택시운전사>나 <화려한 휴가> 등이 있다. 이조훈 감독 역시 그 점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광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예술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 그 이야기를 하고 싶고, 더 잘 만들고 싶은 마음이라고 그는 말한다.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 스틸컷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 스틸컷 ⓒ 인디플러그

 
이조훈 감독은 광주의 수많은 기록이 새겨진 아카이브 속에서 이 작품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사라진 4시간'이다. 광주비디오를 비롯해 당시 광주를 담은 수많은 필름과 사진에는 공통적으로 군부가 도청 앞에 모인 시민들을 향해 발포하는 장면이 존재하지 않는다.  

발포 후 4시간의 기록이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기자들은 군에서 곧 발포가 있을 테니 피하라는 명령을 받아 촬영을 할 수 없었다. 그들은 발포장면을 봤지만,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 카메라 셔터를 누를 여유가 없었다. 한 기자는 그 기억이 있지만 확실히 봤다고 말할 수 없다고 인터뷰 한다.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이 4시간의 장면 하나가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고 생각하기 힘들었다.

감독은 이 점을 통해 두 가지 의미를 강조한다. 첫 번째는 기록의 중요성이다. 광주의 민주화운동부터 현재의 촛불시위까지의 순간은 기록으로 남아 후대에 전달될 것이다. 광주의 순간이 기록되었기에 독재의 위험과 민주주의의 가능성은 후대에 알려질 수 있었다. 기록은 그 순간을 공유하고 같은 감정을 품게 만드는 힘이 있다. 부정한 일에는 고함을, 선한 일에는 칭찬을 불러올 수 있는 건 과거의 카메라부터 현재의 스마트폰까지 기록이 남기에 가능한 일이다.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 스틸컷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 스틸컷 ⓒ 인디플러그

 
두 번째는 '사라진 4시간'이 존재할 가능성이다. 5.18민주화운동이 기록된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군부의 시점에서 기록된 장면들이 있다. 이는 군부에서 당시 상황을 기록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실제 박지원 전 의원의 경우 군부에 당시의 사라진 4시간을 담은 기록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지만, 군부는 테이프가 낡아서 볼 수 없다는 답변을 보냈다고 한다. 군부가 기록한 테이프가 있고, 당시 KBS에서 일했던 기자들이 본사에 보낸 자료를 검열 받았다고 할 때, 그 4시간이 담긴 자료는 어디엔가 있을 것이란 걸 작품은 암시한다.  

영화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은 5.18민주화운동을 다른 수많은 작품들 사이에서 자신만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광주비디오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 순간을 기록한 이들과의 인터뷰는 부당함에 맞서는 용기를 보여준다.

여기에 '사라진 4시간'을 언급하는 지점은 미스터리의 장르적 매력과 함께 진실을 찾기 위해 우리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숙제도 함께 제시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