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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장애인 투석 신장장애인이 투석을 받고 있다. 투석실은 보통 밀집된 공간에 20~30명이 함께 투석을 받는다.
▲ 신장장애인 투석 신장장애인이 투석을 받고 있다. 투석실은 보통 밀집된 공간에 20~30명이 함께 투석을 받는다.
ⓒ 한국신장장애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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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3일 오전 11시 51분]

2주 전, 경상북도 안동에 사는 이기학씨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상하게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그날 병원 앞에서 열을 쟀다. 37.5도가 넘었다. 발열이 있으면 감염 위험 때문에 투석실에 갈 수 없다. 선별진료소를 들러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음성판정이 나와야만 투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보건소는 집에서 2~3일 경과를 지켜보고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고 했다. 이기학씨는 마음이 급해졌다. 20년 넘게 일주일에 세 번(월·수·금) 투석을 받는 신장장애인이기 때문이다.

"신장장애인에게 투석을 거르라는 건 사망선고나 마찬가지예요. 보통 하루 건너 투석하는데, 할 때마다 몸무게가 3kg이 빠지는데, 하루만 투석을 안 해도 소변 4000cc 정도가 쌓일 정도예요."

6월 30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이기학씨는 "다행히 열이 내려 코로나19 검사 없이 투석 받았지만, 그때는 눈앞이 캄캄했다"라면서 "열이 오르거나 코로나19에 걸리면 나는 그냥 죽겠구나 싶어 불안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20년 전 혈액투석을 시작했고, 투석 후 3년 만에 신장이식을 받았다. 하지만 만성거부반응이 생겼다. 결국 이기학씨는 다시 투석을 받고 있다.

보건소 "코로나 발생하면 그때 이야기하자"
 
투석실 신장장애인들은 매주 3번, 하루 건너 투석을 받아야 한다.
▲ 투석실 신장장애인들은 매주 3번, 하루 건너 투석을 받아야 한다.
ⓒ 한국신장장애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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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첫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50명대로 올라섰다. 광주에서 확진자가 하루 새 10명 넘게 나왔다. 비수도권에서 하루에 두 자릿수 확진자가 나온 건 지난 4월 7일 대구에서 13명의 확진자가 나온 지 85일 만이다.

이기학씨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 가슴이 죄어온다"라면서 "안동지역에 투석병원이 5곳 있는데, 확진자가 나오면 어떻게 되는지 아무도 이야기를 해주지 않고 있다"라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경북지역에서 확진자가 증가하던 지난 2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보건소의 답변은 한결같다.

"다행히 내가 다니는 병원에서 코로나19 관련 확진자가 나온 적은 없어요. 하지만 언제든 나올 수 있는 거잖아요. 내가 걸리거나 다른 환자, 아니면 간호사 중에 확진자가 있을 수도 있고요. 안동보건소에 내가 신장장애인인데, 코로나19 확진이 되거나 병원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어떻게 하느냐 물었더니 뭐라는 줄 알아요? 별도 지침은 없다고 그때 가서 이야기하자고 합디다."

이기학씨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매일 그가 마주하는 불안을 보건소는 이해하고 있지 못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보건소가 남 이야기하듯 하는 말에 같은 처지에 있던 신장장애인의 얼굴이 떠올랐다.

지난 2월 21일 경북 경산지역에 거주하던 양아무개씨는 투석을 받은 후 발열 등 코로나19 증상이 드러났다. 2월 25일, 그는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자가격리 했다. 그 사이 양씨는 투석 받을 곳을 찾지 못했다. 그는 코로나 음성 판정이 나오기 전까지 병원에 들어갈 수 없었다. 마침 경북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는 추세라 코로나19 확진 결과가 나오는데 시간이 걸렸다. 양씨는 결국 몸이 붓고 코피를 쏟으며 26일 새벽 4시 강남성모 병원에 응급 이송됐다. 이후 4월 9일 오전 6시, 세상을 떠났다. 이틀에 한 번 투석 받아야 했던 양씨가 제때 투석을 받지 못한 결과다.

이기학씨는 "양씨는 우리 경북지역 한국신장장애협회 회원인데 양씨 소식을 듣자마자 가슴이 철렁했다"라면서 "양씨와 같은 일들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데, 지자체에서는 아직까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애초 기사에는 양씨가 사망하지 않은 것으로 돼 있었으나, 유족이 양씨가 사망한 사실을 한국신장장애협회를 통해 알려와 이 부분을 수정 보강하였습니다, 편집자 말)

신장장애인은 신장의 역할과 기능을 상실하게 되는 상태를 뜻한다. 장애인 복지법 제2호 장애인의 종류·기준은 '신장의 기능부전으로 인하여 혈액투석이나 복막투석을 지속해서 받거나 신장 기능의 영속적인 장애로 인하여 일상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사람'이다.

코로나19 이후 (6월 10일 기준) 신장장애인 확진자는 21명이다. 이 중 15명의 신장장애인이 사망했다. 만성신부전증으로 면역억제제를 복용해 비장애인에 비해 면역저하로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이 없기에 코로나19에 취약한 것이다.

5년 전, 메르스 때도 그랬다
 
투석 받고 있는 신장장애인 신장장애인들은 매주 3번, 하루 건너 투석을 받아야 한다.
▲ 투석 받고 있는 신장장애인 신장장애인들은 매주 3번, 하루 건너 투석을 받아야 한다.
ⓒ 한국신장장애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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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장애인이 가장 우려하는 것 중 하나는 자신이 다니는 병원에 확진자, 의심환자, 자가 격리자가 나올 때다. 투석을 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도 쉽지 않고, 찾았다고 해도 바로 예약해 투석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발열 등 코로나19와 관련한 증상이 나타나면, 사전 대비책이 없어 방치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간절한 건 격리 투석병원이다.

신장장애인 중에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나타나거나 자가 격리자가 생겼을 때, 별도의 격리 투석병원에서 안전하게 투석을 이어갈 수 있기를 바라지만 아직 이렇다 할 정책은 없다. 한국신장장애협회는 7월 1일 현재 서울·인천·경기 등 공공의료 기관 11곳에서 '자가격리자 또는 의심환자의 경우 투석실 이용이 불가능하다'라는 답을 들은 상태다.

"투석병원은 보통 밀집된 공간에 20~30명이 동시에 투석해요. 감염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는 공간이죠. 환기시설이 부족해 투석실 공기순환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입니다. 기저질환자인 신장장애인들이 이용하는 병원이라면, 매일 의무적으로 방역해야 하는데, 이게 잘 지켜지는지도 모르겠어요."

2019년 장애인등록현황에 따르면, 신장장애인의 수는 2019년 기준 9만 4408명에 달한다. 이들은 감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가슴을 졸인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때도 그랬다. 메르스 때 사망한 38명 중 신장장애를 비롯한 만성질환자는 전체 86.8%(33명)에 달했다. 신장장애인이 감염에 취약하다고 볼 수 있는 지표다.

지난 6월 25일에는 보건복지부가 처음으로 감염병 대응 매뉴얼을 마련했다. 신장장애인이 포함된 내부기관 장애(신장·심장·간·호흡기·장루·요류)의 경우 '감염예방 및 의료지원'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신장장애인들은 의료지원이 권고에 그치지 않고 보다 구체적으로 병원이 정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영정 한국신장장애인협회 사무총장은 "(코로나19가 확진된 신장장애인에게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병원이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병원이 지정돼 의료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라면서 "(신장장애인에게) 당장 필요한 건 특정 병원 지정인데, 보건복지부는 이 부분이 필요하다고만 권고했다"라면서 보건복지부의 대응 매뉴얼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감염병 때마다 가장 먼저 가장 쉽게 장애인들이 죽어요. 메르스 때도 그랬고 코로나19때도 장애인들은 죽어나가요. 자가격리, 사회적거리를 지키기 어려운 장애인들의 현실을 생각한 정책이 필요해요. 신장장애인이 자가격리 상태가 되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지침이 간절합니다. 이동수단을 마련해주고 투석실 내 방역정비를 철저히 하는 것부터 잘 지켜야 해요."

이기학씨는 1일 오전 7시부터 투석을 받았다. 4시간여 투석을 받은 그는 코로나19로 병원 휴게실이 폐쇄돼 바로 병원문을 나섰다. 어지럽고 피곤한 몸으로 혼자 집에 돌아가야 한다. 그는 "이번에는 다행히 투석을 받았지만 오는 금요일 투석 때는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라면서 "매일매일 코로나19의 위험 속에서 별다른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사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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