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추리소설을 읽는 이유는 '도대체 누가 범인일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하나하나 실마리를 따라가면서 '범인은 누구다'라는 결론을 맞추었을 때 큰 희열을 느낀다. 그래서 잊혀질 만 하면 우리들은 가끔 새로운 추리소설을 읽기 위해 서가를 찾곤 한다. 

그런데 이 팀의 타격 부진은 도대체 실마리조차 찾을 수 없다. 너무나도 드라마틱하게 변해 '같은 팀이 맞나' 싶은 마음마저 든다. SK 와이번스의 이야기다. 도대체 이 팀에겐 지난 3년 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환상 속의 홈런

 
SK의 지난 3년간 주요 공격지표 표를 잘 보자. SK의 자랑거리는 홈런으로 대표하는 장타력이었다. 그런데 홈런 숫자가 가라앉아도 2, 3루타가 늘어나면 이를 만회 할 수 있으나 SK의 2, 3루타 수치는 리그 평균에 미치지 못 했다. 특히 2루타의 수치는 고민 해 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 SK의 지난 3년간 주요 공격지표 표를 잘 보자. SK의 자랑거리는 홈런으로 대표하는 장타력이었다. 그런데 홈런 숫자가 가라앉아도 2, 3루타가 늘어나면 이를 만회 할 수 있으나 SK의 2, 3루타 수치는 리그 평균에 미치지 못 했다. 특히 2루타의 수치는 고민 해 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 장정환

 
최근 SK가 3년간 알려진 이미지는 '홈런 군단'이였다. 다소 투박해 보여도 주자가 나가면 한 방으로 상대를 KO 시키거나 전세를 역전시켜 승리를 굳히는 스타일의 야구였다. 이는 높은 장타율로 이어졌고 그 장타율 덕분에 2018시즌 시리즈 우승까지 견인할 수 있었다.

그럼 도대체 장타율은 무엇일까? 야구에서 이야기 하는 장타율은 2루타 이상을 친 비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평균적으로 얻어내는 베이스 숫자'를 의미한다. 만약 홈런을 친다면 베이스를 4개를 거친다. (1루, 2루, 3루, 홈) 따라서 4로 계산하며 3루타면 3개, 2루타면 2개를 의미한다. 이것을 타수로 나누어 뽑아 낸 수치가 장타율이다.

SK는 18시즌 리그 평균보다 높은 장타율을 보여준 것은 홈런 숫자가 리그 평균보다 60개 가까이 많아서다. 반면 2루타와 3루타는 리그 최하위였다. 그런데 지난 시즌 투고타저 현상이 나타나면서 SK의 홈런이 반토막 났다. 그렇다면 이를 대체 할 2, 3루타가 늘어야 하는데 2루타, 3루타 숫자는 리그 최하위권이었다. 실제 SK의 장타율은 홈런이라는 거품이 사라지자 지난 시즌 리그 평균이었다.


위의 표를 보면 SK의 장타율이 얼마나 드라마틱하게 가라앉았는지 알 수 있다. 홈런이라는 거품이 꺼졌는데도 SK의 야구 스타일은 변한 것이 없었다. 지난 시즌 후반부터 막판까지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염경업 감독의 지도력이 도마 위에 오를 수 있겠지만 SK 구단이 애초에 공인구에 대한 대응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 지금의 결과를 초래했다고 볼 수 있다. 단순히 지난 시즌의 성적 후유증만으로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급증한 병살타 비율

SK가 지난 2년간 보인 타격에서 이상적인 수치를 뽑아 보자면 '병살타' 수치다. SK가 18시즌 우승 당시에 병살타 발생 비율은 리그 7위, 병살타 개수는 리그 8위였다. 즉, 안타 갯수가 평균보다 낮지만 병살타 숫자도 낮아 주자를 보전하며 홈런을 통해 득점을 양산한 것이다. 지난 시즌은 병살타 숫자가 리그 최하위였고 발생 비율도 최하위였다. 병살타 상황이 많지 않았어도 병살을 잘 피해가면서 공격했다.

그런데 이 병살타 비율이 올 시즌 급증했다. 올 시즌 SK의 병살타 상황은 10개 구단 중 가장 횟수가 적었지만 병살타 발생 비율이 13.9%로 한화보다 더 높았다. 득점 할 수 있는 루트가 최정, 로맥, 한동민의 홈런 뿐이지만 주자가 없는 상태에서 날리는 홈런은 단 1점이다. 아래 표가 그 증거이다.  
 
지난 3년간 10개 구단의 병살타 비율 SK는 올 시즌 병살타 상황이 가장 적었지만 병살타로 이어지는 확률이 한화보다 높았다. 따라서 공격 루트가 점점 홈런에 의존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 지난 3년간 10개 구단의 병살타 비율 SK는 올 시즌 병살타 상황이 가장 적었지만 병살타로 이어지는 확률이 한화보다 높았다. 따라서 공격 루트가 점점 홈런에 의존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 장정환

 
자연히 감독의 경기 개입이 늘어나는데 올 시즌 SK는 희생 번트가 리그에서 2번째로 많았다. 허나 타점은 리그에서 뒤에서 2등이었다. 따라서 팀 컬러가 아직 완전히 바뀌지 않았다거나 미처 트렌드에 대한 대비를 잘못한 상태에서 병살타 비중까지 증가하자 이중고가 된 것이다.

타석당 증가한 삼진의 비율

 
SK의 지난 3년간 타석당 홈런, 볼넷, 삼진 비율 SK는 그래도 리그 평균에 해당하는 타석 당 삼진 비율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게 올 시즌 리그 평균보다 늘어났다. 이는 타격에 무엇인가 문제가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 SK의 지난 3년간 타석당 홈런, 볼넷, 삼진 비율 SK는 그래도 리그 평균에 해당하는 타석 당 삼진 비율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게 올 시즌 리그 평균보다 늘어났다. 이는 타격에 무엇인가 문제가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 장정환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나는 '홈런을 많이 치면 삼진도 많다'다. 그렇다면 SK는 과연 삼진이 얼마나 많은 팀이었을까? 이는 타석당 삼진의 비율을 뽑아보면 알 수 있다. 18시즌 SK는 10개 구단 중 삼진 비율이 전체 6위였다. 오히려 넥센이 20.9%로 가장 높았고 SK는 중간 수준이었다. 2019 시즌도 마찬가지. 17.4%로 10개 구단 중 중간이었다.

위의 표를 보면 이 수치가 올 시즌 갑자기 증가했다. 19.3%로 한화 턱밑까지 추격한 것. 그런데 키움도 만만치 않은 18.9%로 거의 19%에 육박한다.

그렇다면 두 팀의 결정적인 차이는 무엇일까? 키움 역시 삼진을 많이 당하지만 볼넷을 잘 골라낸다. 반면 SK는 키움만큼 골라내지 못하고 있다. 볼넷은 못 골라내고 삼진을 많이 당하는 팀이니 순위의 몰락은 당연한 수순인 것이다.


* 에필로그

SK는 18시즌 트레이 힐만 감독의 지휘 아래 한국 시리즈에서 두산 베어스를 무너뜨리고 V4를 이룩했다. 지난 시즌 후반까지만 해도 다소 위태로웠지만 리그 우승을 하는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보았다.

그런데 지난 시즌 타격 지표 중 홈런이 급감했지만 대체 할 수 있는 2, 3루타는 제자리 걸음을 보이면서 팀 컬러를 상징하는 장타율에 경고등이 켜졌다. 그 후유증이 결국 시즌 막판 순위에 나타났고 올 해는 2년 전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 

SK는 체질 개선을 해야 하는 상황 속에 놓여 있다. 타고투저 시절과는 또 다른 스타일의 야구를 구사해야 한다. 지난 시즌 도루 숫자로 날지 않는 공에 대응했다. 그 취지는 좋았다. 

문제는 홈런의 숫자만 줄어드는 것에 집중한 나머지 안타 숫자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홈런은 절대 안타보다 많이 나올 수 없다. 늦은 감은 있지만 과제가 분명하다면 체질 개선 방향도 분명하다. 올 시즌 SK프런트는 시즌 내내 이어진 이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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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모든 스탯은 스탯티즈(http://www.statiz.co.kr/main.php)를 참고 후 편집했습니다.
#SK와이번스 #타격부진 #19시즌은예고편 #총체적인대응문제 #체질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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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BALL KID. 옳고 그름을 떠나서 다양한 이야기를 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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