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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남북관계가 살얼음판을 걷던 지난 2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 회의 '예비회의'를 열어 대남(對南)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하기로 했다.

회의 내용 자체도 중요했지만, 동시에 화제가 됐던 건 회의 형식이었다. '화상회의'였다.

이달 말 김재룡 내각 총리가 주재한 내각 전원회의 확대회의 역시 화상회의로 진행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인 앞에 성큼 다가온 '비대면 시대'에 북한도 예외가 아닌 셈이다.

북한의 비대면 트랜드는 학교 현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19 우려로 개학을 미뤘던 북한 초·중·고등학교들은 지난 3일 일제히 개학하며 '비대면 개학식'을 치렀다.

평양시 보통강구역 세거리초급중학교의 개학 첫날 풍경을 보면 교장 선생님의 개학 인사는 각 교실에 소프트웨어 '줌(ZOOM)'과 유사한 화상회의 프로그램으로 생중계됐다.

화면 상단에 '만리경'이라는 소프트웨어 이름이 보이는데, 북한이 자체 개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원격수업도 활발하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30일 강계교원대학이 최근 새로운 원격교육 지원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기존 프로그램은 공장, 기업소, 협동농장의 과학기술 보급거점 등 정해진 장소에서만 구동됐고 강의물을 많이 저장해두면 버벅대는 단점이 있었다. 새 프로그램은 농촌이나 산간 지역 어디서나 작동하며 강의물 저장 용량도 대폭 커졌다고 한다.

북한은 이렇게 개발된 프로그램을 산간벽지 학교들에 보급해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나름 고군분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모든 비대면 서비스는 북한 외부와 단절된 내부 통신망(인트라넷)을 통해 진행돼 외국의 해킹 시도 등에서도 자유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잠잠해지더라도 북한의 비대면 트랜드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도권과 지방의 생활 격차를 줄이고 낙후한 교통환경을 극복할 현실적인 대안이기 때문이다. 평양의 상대적으로 우수한 의료진이 지방 병원에 원격으로 의료자문을 제공하거나, 유명 대학 교사들의 수업을 지방에서도 들을 수 있게 하는 식이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8일 "북한은 2000년대 초반 김책종합공업대학에서 원격교육을 준비했을 만큼 일찌감치 비대면 기술에 투자해왔고 2010년대 이후 이를 현실화했다"며 "설비와 전력이 여전히 문제지만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clap@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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