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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것이 변하고 있습니다.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부분에서 변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학교 교육도 변해야 합니다.  이에 현장 교사들이 진단하는 학교 교육의 문제점과 나아갈 바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실천교육교사모임 소속 교사들의 제안을 담은 현장 이야기를 싣습니다.[편집자말]
초등 6학년은 중1과 함께 가장 오랫동안 온라인 교육을 받았습니다. 이날 마지막 원격화상 수업을 마치며 열심히 참여해준 아이들에게 큰 격려와 칭찬을 했습니다.

분명 코로나 19는 학교와 교육에 지대한 영향을 줬고, 긍정적인 것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더 많이 드러났습니다.

실제 부모가 느끼는 불안과 걱정은 평소보다 더 컸습니다. 그러나 이 기간에 온라인 수업을 해본 결과 교육의 격차가 나는 가장 큰 이유가 학습량이 아닌 학습 태도임을 절감합니다.

먼저 우리 반을 기준으로 보면, 오전 9시에 줌 원격 수업을 합니다. 1시간 정도 하는데 출석과 함께 자유로운 수업을 합니다. 평소 하던 특별수업을 온라인으로 했습니다. 그 이후 이(e)학습터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학습을 합니다.

국어, 수학, 사회는 교과서 설명을 직접 촬영해서 유튜브에 올린 링크를 연동시켰습니다. 하루 정규 수업량은 2시간 정도면 충분합니다. 평소보다 적은 학습량이 아닌가 생각이 들지만, 동기유발, 학습 활동 설명, 정리, 요약을 다 빼고 차시별 전해야 할 핵심은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대신 과제수행은 한 아이들만 점검하고 칭찬해주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우리 반 학생들 학업 수행능력을 공개합니다
 
4월 16일 오후 울산시 북구 염포초등학교 6학년 한 교실에서 교사가 모니터에 뜬 학생들의 얼굴을 보며 쌍방향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4월 16일 오후 울산시 북구 염포초등학교 6학년 한 교실에서 교사가 모니터에 뜬 학생들의 얼굴을 보며 쌍방향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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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학습 참여도를 보면, 총 26명 중 9시 이전까지 참여하는 아이는 10명 안팎입니다. 오전 8시 55분에 참가 안내 링크 문자를 보냅니다. 물론 고정된 회의실을 사용하기 때문에 문자를 보내지 않더라도 들어오는 데 아무 문제 없습니다.

9시 40분까지 진행하는 줌 학습에 한 번이라도 걸치고 들어가는 아이는 24명에서 18명 사이입니다. 거기서 학습 준비한 아이는 5~6명에 불과하고 이 아이들만 집중합니다. 이 5~6명만이 온라인 학습의 수혜자입니다. 이학습터 참여도 및 수행률을 보면, 거의 참여하지 않는 아이도 있기에 평균 90% 안팎으로 출석률이 기록됩니다.

그러나 개인적 참여도를 보면 차이가 납니다. 이행률 100% 되는 아이라도 실제 학습 시간을 보면 얼마 되지 않습니다. 1시간에서 늦어도 2시간이면 이행 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지만 3분, 5분, 7분 참여한 학생이 수두룩합니다.

특히 유튜브로 연동된 학습물은 클릭만 해도 100% 이행이라 나오기 때문에 요령(?)이 생긴 아이는 대충 클릭하고 안 봅니다.  제 포스팅을 유심히 보신 분들 알겠지만, 교과서만 가지고 설명하는 제 수업은 영상은 허접해도 설명까지 허접하지 않습니다.

'2분 33초'

관리자 모드로 들어가 수업의 평균 시청 시간을 보면 이렇습니다. 100명 중에 15~16명 정도가 영상을 끝까지 봅니다. 온라인 학습 기간 중엔 과제를 최소화했습니다.

매년 하던 대로 하루 단어 10개 찾아 풀이하고 짧은 글짓기를 주고, 해온 상황만 점검하기로 했습니다. 보통 1~2명 정도 하는데 등교수업 이후 점검해보니 단어 찾기는 한 명도 한 학생이 없었습니다. 실제 이 과제를 수행하는 아이의 어휘력은 점점 증가하고 공부에 탄력이 붙습니다. 어휘가 충실한 아이는 정규수업을 하면 할수록 실력이 늘어납니다.

실력의 발현은 여기서 결판납니다. 온라인 학습의 혜택을 받은 아이는 기본 학습 태도가 된 아이입니다. 정해진 시간에 줌 원격연수 들어오고, 정해진 시간에 학습활동하고, 정해진 과제를 스스로 하는 겁니다. 기본 학습 태도는 자기 관리력에 있습니다.

한번 생각해봅시다. 코로나 이전에는 기본 학습 태도와 자기 관리력을 점검하지 않았나요? 즉, 아이의 태도와 학습에 부모가 관여하지 않았나요? 그 수많은 양육 고통 안에 아이의 학습을 봐준다고 하던 부모의 노력은 지금 무엇으로 나타났나요? 온라인 학습을 준비하는 학교의 미비가 문제일까요?

학교는 가정이든 이제껏 너무 많은 것을 가르치고, 아이에게 요구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초등 6학년이면 학원, 사교육, 학교 공부 어지간하게 경험해봤습니다.

그런데도 정작 가장 중요한 시간 맞춰 온라인 교육에 참여하는 기본적인 자기관리가 안되는 아이가 수두룩합니다. 뭘 배우고, 그것의 질을 따지기 이전에, 기본적인 자기관리가 안되는 아이는 이번 온라인 학습에 가장 많이 망가진 아이입니다.

6학년을 기준으로 지금이 마지막으로 기회입니다. 등교 수업하기 전 자기관리에 관한 내용을 다시 한번 점검하시면 좋겠습니다. 자기관리가 안되는 거의 아이 대부분은 할 것이 없어서가 아니라 할 것이 너무 많아서이고, 스스로 정한 것이 아니라 누가 정해준 것을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실천교육교사모임 수석부회장으로 밀성초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태그:#코로나, #실천교육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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