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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코로나19는 우리 교육에 혼란과 두려움을 주고 있다. 지난 2월부터 교육부가 등교 관련 발표만 8번 이상 내놓기도 했다. 원격수업, 긴급돌봄, 분산등교, 수업일수 축소 등 한국 교육사에서 좀처럼 겪기 어려운 일들이 지난 5개월 사이에 일어났다.

코로나19는 학교현장에 어려움을 주기도 했지만, 역설적으로 우리 교육이 안고 있었던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동안 초‧중등 교육기관으로서 학교는 본연의 업무인 교육 이외에도 '국가‧사회 각 분야의 다양한 요구사항'을 수용해왔다. 방과후학교, 돌봄교실, 청소년단체 등이 예다.
  
초·중등교육법과 그 시행령에는 '교육과정, 교과 지도, 수업일수 준수, 학생평가, 생활지도, 학생자치 지도 등을 학교 본연의 업무'로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다. 게다가 교육부 고시문서인 교육과정에는 초‧중등학교별 교과목 내용과 수업 시간을 꼼꼼하게 안내하고 있다.
  
학교가 이를 충실히 이행하기도 바쁜 상황인데, 각종 '교육 밖의 법령에 따라 의무적으로 추가된 교육활동'도 있다. '범교과 교육'이다. 도박예방, 인터넷중독예방, 저작권, 독도교육, 화재예방, 통일교육, 다문화이해, 자살예방, 학교폭력예방, 진로교육, 인성교육, 장애인식개선, 성교육 및 성폭력 예방 교육, 가정폭력예방 등이 포함된다.
  
학교 밖에서는 교사가 수업만 하고 있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교사는 수업 이외에 '교육과 관련한 행정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심지어 시설관리, 물품구매, 강사채용, 인건비 산정‧지급의뢰와 같은 '교육과 관련 없는 행정업무'도 맡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은 기안과 결재라는 공문서 작성 절차를 거쳐 이루어진다. 그래서 짬을 내어 수업을 준비하고, 수업 중에도 행정업무 관련 공문서를 작성하기도 한다. '교육 전문가인 교사'가 행정업무를 전담하는 '행정사 역할'을 하고 있다.
  
진보 교육감 등장 이후, 이러한 현상을 바로 잡고자 '교육지원팀'과 같은 제도를 마련하여 교사가 본연의 업무인 수업에 집중하도록 하였으나, '단기적인 효과'만 있을 뿐이다. 특정 교사의 수업 시수를 줄이는 대신, 행정업무를 더 처리하는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라 할 수 없는 임시 처방이며, 이마저도 수명이 다해 보인다.

게다가 교육 당국에서 지시하는 목적사업, 교부금, 지침 등 각종 강행규정 등은 학교가 본연의 업무인 교육에 매진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학교체제는 교장의 취향이나 독선으로 운영될 위험성이 높은 체제이다. 교장에게 많은 인사, 행정, 예산, 시설 등과 같은 주요 권한을 모두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당국 또한 수직적 관료주의를 벗어나지 못하는 행태를 보일 때가 많다.

코로나19, 학교 체제 회복할 기회를 주다
  
 거창대성고등학교 교실의 온라인 수업.
 거창대성고등학교 교실의 온라인 수업.
ⓒ 거창군청 김정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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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활동보다는 '행정업무가 우선되는 본말이 전도된 학교체제'에서 학교업무 정상화는 까마득해 보인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코로나19 사태는 학교가 본질을 회복할 수 있는 계기를 열어주고 있다. 그동안 손댈 수 없다고 생각한 목적사업 축소, 예산전용, 평가방법 조정, 행정업무 축소, 신속한 기자재 구매, 원격수업과 등교수업 병행, 수업 전념을 위한 교육 당국의 방역 지원, 행사 및 대회 축소, 수업일수와 시수 감축, 범교과 교육 축소 등 평상시 교육이라면 상상도 못 할 일들이 이루어졌다.

학교교육의 본말을 전도시켜온 금과옥조처럼 지켜야 할 철칙이 없어지거나 완화되자, 학교는 오히려 더 잘 돌아갔다. 위기 상황에서 학교 구성원들은 '협의를 통해 수업과 방역에 관한 상황을 자체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자연스럽게 학교 본연의 업무에 다가갈 수 있었다.
  
지난 4월 16일 온라인 개학이 시작된 이후 약 2주간, 교사들이 공공 플랫폼에 230만 건의 온라인 콘텐츠를 제작해 올렸고, 지역에서는 원격수업 콘텐츠 제공 사이트가 자발적으로 개설됐다. 지금껏 학교에 꼭 있어야 할 것으로 굳어졌던 각종 사업과 규정이 교육기관으로서 학교의 본질을 흐려왔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교육본질과 동떨어진 업무를 줄이거나 제거'함으로 '새로운 교육생태계를 구축'하자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 각종 규제, 규칙, 행정업무로 인해 학교는 본질적 업무인 교육활동을 제대로 준비하고 운영할 시간이 부족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각종 행정업무와 규제 들이 없어지거나 축소되자, 비로소 학교가 본연의 업무에 전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처럼 '학교가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학교문화'를 만드는 것이 바로 '코로나19 이후 학교교육이 나아갈 길'이라 믿는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글쓴이는 서울남산초등학교 교장이자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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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산초등학교 교장(현) 서울시교육청 학교협동조합민관협의회 위원(현) 서울시 온마을아이돌봄협의회 위원(현) 4.16 연대 회원(현)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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