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잘 던졌다. 신인드래프트 최상위 지명 거론이 옳다는 듯 시원한 삼진 퍼레이드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한 경기 한계 투구수인 105구 제한선에 무너졌다. 우승까지 아웃카운트 단 한 개를 남겨놓고 마운드에서 내려온 에이스는 팀의 역전 패배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22일 목동야구장에서 펼쳐진 제74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김해고와 강릉고의 결승전에서 9회 극적인 3득점에 성공한 김해고가 4:3으로 승리했다. 김해고는 야구부 창단 이후 전국대회 첫 결승행을 넘어 우승까지 달성하며 최고의 하루가 됐다. 반면 패배한 강릉고로서는 김진욱의 투구 수 제한으로 인한 강판이 뼈아팠다.

과거 고교 야구 대회는 "에이스들의 팔을 내주고 우승컵을 가져온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좋은 투수들의 혹사가 심했다. 현 SK 투수 정영일은 고교 야구 혹사 논란이 일 때 마다 언급되는 선수다. 2006년 대통령배 대회 경기고와의 1회전에서 13.2이닝 동안 무려 242구를 투구한 정영일은 청룡기 대회에서도 9일간 5경기에 등판해 49.2이닝 741구를 던졌다. 고교 최고 투수로서 미국 메이저리그까지 진출했지만 고교시절의 혹사 탓에 수술과 재활을 반복하며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정영일 외에도 수많은 투수들이 혹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고등학교 신분으로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줬지만 정작 프로 입단과 함께 수술부터 받는 투수들이 많았다. 이런 악순환을 끊어내고자 2018년 투구 수 제한 규정이 마련됐다. 던진 투구 수에 따라 휴식일이 지정되는 룰이었다.

에이스 한 명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짙은 지방 작은 학교들에게 불리한 규정이라는 말도 많았지만 선수들의 팔과 어깨를 보호한다는 명분 자체는 박수받아 마땅할 규정이었다. 그러나 이 규정이 강릉고에겐 야속한 규정이 됐다.

김진욱은 1:1로 맞서던 2회 1사 등판했다. 140km 초중반대의 직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로 김해고 타자들을 잠재우기 시작했다. 8회까지 83구를 던지며 무실점, '난공불락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피칭이었다.

9회초 우승을 확정시키기 위해 다시 마운드에 오른 김진욱은 한계 투구인 105구까지 22개의 공이 남아있어 투구 수 제한 규정에도 여유로워 보였다. 그러나 황민서와 최지원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며 1점을 헌납했고 3번타자 박진영과의 승부에선 끈질긴 승부 끝에 공 8개를 던지고 출루까지 허용했다. 이어 나온 4번타자 정종혁과도 6구까지 가는 긴 싸움을 펼친 끝에 결국 5번타자 서준교의 타석에서 투구 수가 105구에 다다라 마운드를 내려오고 말았다.

김진욱의 뒤를 이어 등판한 조경민과 최지민은 내야 안타, 사구, 볼넷을 내주며 역전 점수를 내줬고 결국 강릉고는 작년 두 차례 준우승의 아픔을 이번에도 씻어내지 못했다.

팀은 비록 패하며 준우승에 그쳤지만 김진욱의 투구는 눈부셨다. 105구를 던지며 7.1이닝 11탈삼진을 기록했고 탈삼진 11개 중 삼구삼진이 5개나 될 정도로 공격적이고 자신감 있는 피칭을 선보였다.

특히 주무기인 슬라이더는 이미 '완성형' 슬라이더로서 낙차와 구위가 좋았다. 황금사자기 대회 시상식에서 감투상을 수여받은 김진욱은 자신이 대형 투수 재목임을 확인시켰다.

패배 속에서도 눈부셨던 김진욱의 호투, 김진욱은 '진짜 에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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