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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3학생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서울 중랑구 원묵고등학교에서 8일 오전 학생, 교직원 600명을 대상으로 교내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전수조사가 실시되고 있다.
 고3학생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서울 중랑구 원묵고등학교에서 8일 오전 학생, 교직원 600명을 대상으로 교내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전수조사가 실시되고 있다. (자료사진으로 기사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습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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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에 코로나19 생활 수칙 팻말을 붙이고 나름 뿌듯한 마음으로 잠시 쉬러 들른 학년부 교무실은 알 수 없는 무거움으로 가득했다. 왜 그러나 싶어 눈치를 살피는데 한 선생님이 조심스레 물었다.

"선생님, ○반에 의심 증상 학생 나온 거 아세요?"    

'쿵'하고 가슴이 내려앉았다. 결국 터질 것이 터진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방역 담당자로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정확한 사실 파악이 급선무였다.    

"몰랐는데요. 언제..."
"어제 하교 후 열이 나서 병원을 갔는데 검사를 해주지도 않아서 바로 대학병원에 설치된 선별 진료소로 갔다 왔대요. 아직 결과는 모르고요. 근데 걔하고 잘 노는 아이 하나도 오늘 등교했는데 약간 열이 있어서 보건 선생님이 귀가 조치했다네요."
"담임선생님이 누구시죠?"
"저예요 선생님."
"두 아이 부모님과 통화하셨지요? 1339에 전화해서 상담하시라고 권하셨어요?"
"네. 그런데 어젯밤에 열이 나서 갔는데 대학병원에서 폐 엑스레이 사진상으로는 괜찮다고 약 먹어보고 열이 계속 안 떨어지면 그때 코로나 19 검사하자고 해서 그냥 왔다고 해요."    


담임선생님이나 나나 그리고 주변 선생님들 모두 아닐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불안했다. 혹시 확진이면... 보건교사가 관리자분들께 보고했고 일단 긴급 조치 후 방역대책 TF팀 회의를 열기로 했다.     

1교시 마치자마자 담임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혹시 몰라서 하는 것이니 놀라지 말라고 했지만 몇몇 아이들의 표정은 눈에 띄게 바로 굳었다. 아이들의 긴장을 조금 풀어줄 목적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지만, 선생님으로서 여유를 보여주지 못했다. 부끄럽지만 나 역시 겁을 먹고 있었다. 

학생들 전부 열을 체크했다. 다행히 열이 나는 학생은 없었다. 보건교사가 재빠르게 연락하여 행정실 직원들이 ○반을 소독했다. 또, ○반 학생들이 쓰고 있는 마스크를 전부 KF94 마스크로 교체했다. 난 의심 증상 학생 어머니와 통화했다. 어머니는 불안하실 텐데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아이의 경과를 자세히 그리고 차분히 말씀하셨다. 아픈 학생 옆에 이렇게 침착한 어머니께서 계셔서 다행이다 싶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담임선생님과 계속 연락하시라고 부탁드리고 끊었다.     

불안했다. 아이들을 안정시키고, 교실을 소독하고 쓰고 있는 마스크를 교체한 지금까지의 조치들이 바르게 한 것인지 맞는 것인지. 보건교사에게 교육청에 문의하라고 했지만 기다릴 수 없어 담당 장학사에게 전화했다. 조치 사항을 이야기하고 빼놓거나 더 해야 할 조치들이 있는지 물었다. 현재로선 없다는 말에 조금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감염 판정이 나기 전까진 별다른 조치를 하기 어렵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또 폐 엑스레이 사진상으로 이상이 나와야 코로나19 검사를 하는 것 역시 그랬다. 그 정도면 이미 많이 진행된 상태가 아닌가 싶었다. 감염 초기라면 어떻게 하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감염 초기에 활동력이 더 왕성하다던데... 내가 이렇게 불안한데 ○반 아이들은 얼마나 불안할까, 불안해서 하교하겠다는 학생이 있으면 어떻게 하지? 평소 기저질환을 갖고 있는 선생님은 또 얼마나 불안할까? 좀 더 적극적인 대책이 아쉬웠다.    

오후 들어 다행히 두 명 모두 열이 떨어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코로나19 학교 방역 담당자로서 각종 지침이나 가이드 그리고 각종 매체를 통해 쏟아지는 정보에 비교적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자신했지만, 실제 의심환자가 발생하니 준비가 부족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냉정하면서도 여유로워야 하는데 어수선했고 당황했으며 안심시키지 못하고 같이 불안해했다. 부끄럽다.     

아마도 오늘 같은 일은 앞으로 계속 있을 것이다. 어쩌면 불행히도 학교에 확진자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때는 학생들에게 좀더 준비된 모습, 여유로운 모습,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긴 하루를 마치며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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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소재 중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사입니다. 학교에 다녔던, 또 학교에 근무하며 생각하고 느낀 바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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