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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자 정보 없어… 교계 지도자급으로 추정  

108년 전 통도사에서 열린 강연의 전문이 담긴 필사본이 나왔다.

불교사회정책연구소장인 법응 스님은 "최근 교계 지도자급 인사로 추정되는 강연 필사본을 입수했다"며 "전문학자에게 문의했더니 귀한 자료라는 의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법응 스님이 공개한 책자는 1912년 1회, 1924년 2회에 걸쳐 통도사에서 강연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강연자가 직접 작성한 원고인지 다른 사람이 옮겨 적은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현재로서는 제삼자가 필사한 것으로 보인다.

책자에는 강연자와 필사자에 대한 기록이 없다. 다만, 대정 13년이라 표기된 1924년 7월 12일자 강연문의 마지막 장에 한글로 '조소' 그리고 <·:·> 모양의 표시가 있는데, 파악되지 않고 있다.

 

법응 스님은 책자를 편의상 기록한 순서대로 제1장, 제2장, 제3장으로 분류해 설명했다.

제1장은 "인생은 백절불굴의 용기가 유하여야 성공의 과를 취한다"며 청중에게 용기를 갖고서 일생을 살아갈 것을 동양 역사를 예로 들며 설명한다. 당시 강연 참여자 대부분이 청년이었던 것으로 봐 일제강점기 청년들에게 자주와 독립의 용기를 북돋우려 했던 정황이 읽힌다.

특히, 마지막 장이 눈길을 끈다. "우리는 반드시 이러한 용기를 철두철미하게 진작해서 형산백옥(荊山白玉)이나 천장미목(千長美木)도 땅속이나 산중에 묻혀 있으면 썩어 없어질 것으로 청년들은 정체돼 있지 말고 세계정세를 잘 파악하고 심각성을 깨달아 종교인으로서 우리의 책무를 다하여서 청년다운 자세를 세상에 드러내자"고 강조한다.

제2장은 '우리의 새 생명'이라는 제목으로 우리가 새 생명을 구하는 길은 자유ㆍ평등ㆍ박애를 사회 저변에 구현하는 데 있다는 주장을 펼치는데, 동서양 자유 쟁취의 역사와 유명인물의 자유와 평등을 갈구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불교소년단에 독립의 의지를 심으려는 강연으로 이해된다.

정치ㆍ종교 등 사회의 제반 사항이 자유ㆍ평등ㆍ애의 토대 위에서 이뤄져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모든 것이 무의미하며, 자유ㆍ평등ㆍ박애가 없는 사회는 죽음의 사회라 주장한다. "오늘 자리에 만장하신 여러분은 이 세 가지부터 구하기를 바라고 강연을 그칩니다"라는 호소로 마무리했다.

 

제3장은 '불교와 예술'이라는 제목으로 조선 500년간 유교의 폐단으로 자유가 억압되고, 예술인을 무시한 결과로 우리나라가 발달하지 못하고 고난을 겪고 있다고 주장한다. 예술에 대해 회화, 음악, 영화 등 당시 동서양 고전과 신문명의 사례를 들어가면서 자세하게 설명하는데, 특히 불교는 불상 조각 등 예술을 통한 신심의 고양과 포교가 가능하므로 불자들이 예술 발전에 앞장설 것을 주문한다.

"우리 불교 내에는 예술이 있고 더구나 여러분은 불교 신자니까 예술을 잘 읽혀주시기를 바랍니다"라는 대목에서 연설자가 스님이 아닐까 추측하며, 대부분 청중도 스님과 불자로 구성됐을 것으로 짐작한다.

세 편의 연설문은 시종일관 삶은 백절불굴의 용기가 필요하며, 자유와 평등 그리고 박애가 인간 삶의 기본 조건이고, 예술을 선양해야만 국가가 발전하고 국민이 행복하다는 내용, 그리고 청중에게 의미 있는 삶과 목적한 바를 성취하라는 계몽적이고 진취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비록 100여년 전 연설문이지만,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많은 본보기가 되는 내용이다.

법응 스님은 "본 문헌의 강연자와 필사자 파악 그리고 내용에 대한 시대사적 조명, 그 외 당시 통도사 상황과 위상 등 불교 근대사 관련한 내용은 전문학자의 몫으로 돌린다"며 "현재 강연자로 추정되는 인물로 만해 스님, 경봉 스님 이종천 등 그 외 여러분들이 검토되고 있으나 근거가 확실하지 않은데, 전문학자에 의해 강연자와 필사자가 이른 시일 내 파악되고 진정한 가치와 내용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서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양산시민신문 (홍성현)에도 실렸습니다.


태그:#108년 전 통도사 강연집 전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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