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국제평화영화제 포스터

평창국제평화영화제 포스터 ⓒ PIPFF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가 무관중영화제로 전환한 뒤 비공개 상영과 일부 작품 온라인 상영으로 행사를 마무리한 가운데, 평창국제평화영화제가 오는 6월 18일부터 23일까지 개최된다.

평창국제평화영화제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상당수의 영화제들이 취소, 잠정 연기되거나 온라인영화제로 전환하는 가운데 오프라인에서 진행하는 올해 국내 첫 국제영화제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당초 일정보다 한달여 미뤄 5월 말에 개막한 전주국제영화제를 필두로 인디다큐페스티발, 서울국제사랑영화제가 진행되긴 했지만 전주, 무주산골영화제가 잇따라 온라인영화제로 전환하거나 관객과의 접촉을 최소화했다. 그런 가운데 평창국제영화제는 관객과 직접 만나는 영화제의 본질에 무게를 두고 방역지침과 거리두기를 준수하며 안전한 영화제를 지향할 예정이다. 
 
인디다큐페스티발 GV 평창국제평화영화제보다 앞서 열린 인디다큐페스티발 GV 현장. 마스크와 라텍스 장갑을 착용한 감독이 오픈채팅으로 접수받은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인디다큐페스티발 GV 평창국제평화영화제보다 앞서 열린 인디다큐페스티발 GV 현장. 마스크와 라텍스 장갑을 착용한 감독이 오픈채팅으로 접수받은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오상환


평창남북영화제로 출범해 북한영화와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영화들을 상영했던 지난해보다 더욱 확장된 국제적 이슈들, 인종, 종교, 전쟁, 차별 등을 아우르는 영화 선정에 주력하며 국제평화영화제로 명칭을 변경한 만큼, 올해 상영작들의 면모가 화려하다. 총 11개의 섹션으로 분류된 35개국에서 온 97편의 영화들 중 칸, 베를린, 선댄스, 토론토영화제 등에서 주목받았던 작품들이 상당수 포함돼 눈길을 끈다.
 
개막작인 토르 클라인 감독의 <어느 수학자의 모험>은 나치의 피해자이자 원자폭탄 개발에 기여한 가해자였던 수학자의 삶을 비추며 전쟁의 비극을 전달하는 3개국(독일, 폴란드, 영국)의 합작품. 예측 불허의 아이러니와 짙은 페이소스를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팜스프링스 국제영화제 월드시네마 부문에서 선보였다.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신인감독들의 영화를 엄선한 국제장편경쟁 부문에는 <얄다, 용서의 밤>과 <아부 레일라>가 눈길을 끈다. 선댄스영화제 그랑프리를 받은 <얄다, 용서의 밤>은 살인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은 여성과 용서라는 화두를 통해 사회 전반에 걸친 다양한 병폐를 드러낸다.
 
 개막작 <어느 수학자의 모험> 포스터

개막작 <어느 수학자의 모험> 포스터 ⓒ PIPFF

 
로카르노영화제 신인감독경쟁부문 황금표범성과 데뷔작품상을 받은 세네갈 영화 <나피스 파더>도 대립과 변화를 향한 갈망을 감각적으로 펼쳐낸다.

삶의 비극과 선택에 관한 영화들이 대거 포진된 스펙트럼 섹션에는 거장들의 신작들과 새로운 시선으로 나아간 영화들을 만날 수 있다. 그중에서도 테렌스 맬릭의 <히든 라이프>가 눈에 띈다. <트리 오브 라이프> <씬 레드 라인> 등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테렌스 맬릭의 2019년작으로 제2차 세계대전, 전쟁을 거부하며 핍박을 선택한 오스트리아인 프란츠 야거슈테터의 삶을 3시간여의 러닝타임 동안 유려한 호흡으로 담는다. 작년 칸영화제 상영작으로, 국내에서는 VOD로 직행, 극장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리 오브 라이프>의 거장 테렌스 멜릭의 <히든 라이프> 포스터.

<트리 오브 라이프>의 거장 테렌스 멜릭의 <히든 라이프> 포스터. ⓒ PIPFF

 
폴란드 여성 감독 아그네츠카 홀란드의 신작 <샬러턴>은 20세기 초 공산주의와 나치 정권에서 권력에 이용당한 약초학자이자 대체의학자인 얀 미콜라섹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유로파 유로파> <비밀의 화원> <토탈 이클립스> 등의 수작부터 최근 <스푸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화적 실험과 탐구를 늦추지 않는 감독의 신작인 만큼 기대를 모은다. 베를린영화제 상영작이다.

작년 칸영화제 신인감독상 수상작인 <나의 어머니, 우리의 어머니들>은 과테말라 내전을 배경으로 전쟁범죄의 진실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그밖에도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아델 에넬이 출연한 <영웅은 죽지 않는다>와 알제리영화 <아부 레일라>, 캐나다 다큐멘터리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도 주목할만한 작품이다. 
 
 캐나다 영화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 포스터. 특파원이자 빈 라덴을 인터뷰한 언론인 로버트 피스크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캐나다 영화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 포스터. 특파원이자 빈 라덴을 인터뷰한 언론인 로버트 피스크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 PIPFF

 
평창국제평화영화제에서 매해 주목할 만한 주제를 선정하는 POV 섹션은 올해 '안녕, 아이들'을 주제로 아이들의 삶을 조명한 8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그중에서도 157분의 긴 호흡으로 학교폭력과 복잡한 삶의 단면을 다룬 노르웨이영화 <아이들을 주의하라>가 돋보인다.
 
<프랜시스와 나>는 여성들간의 우정과 반란을 다룬 작품으로 작년 SXSW 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과 관객상을 수상, 미국독립영화의 새로운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유쾌한 작품이다. 레바논 영화 < 1982 >는 <가버나움>을 연출한 나딘 라바키가 주인공 여교사를 연기하며 산골 학교 어린이들의 순수함과 전쟁의 비극이 교차한다. 토론토영화제 넷팩상 수상작이다. 그밖에도 독보적인 영화미학의 소유자 스와 노부히로의 신작 <바람의 목소리>, 미국 원주민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리틀 치프> 등도 여성과 주변인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그늘진 삶을 비춘다. 
 
 <1982> 포스터. <가버나움>의 감독 나딘 라바키가 주인공 여교사 역으로 출,  레바논의 시골 학교를 배경으로 전쟁의 비극과 산골 아이들의 동심을 대비한다.

<1982> 포스터. <가버나움>의 감독 나딘 라바키가 주인공 여교사 역으로 출, 레바논의 시골 학교를 배경으로 전쟁의 비극과 산골 아이들의 동심을 대비한다. ⓒ PIPFF

 
강원도에서 제작된 강원 시네마 10편을 모은 '강원도의 힘' 섹션과 북한에 대한 시선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영화 5편을 선정한 '평양 시네마' 섹션과 더불어 <메기>의 콤비, 이옥섭 감독과 구교환 감독이 함께한 단편 8편이 상영될 '클로즈업: 이옥섭 × 구교환' 섹션도 특별전으로 마련된다. 도약하는 젊은 시네아스트의 과거와 현재를 망라하며 독특한 영화세계의 본질을 탐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상영전 기간 동안 진행될 스페셜 토크는 예매 20초만에 매진될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잇따른 수도권 집단감염 여파로 팬데믹 시대의 영화제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이는 가운데 치러질 평창국제영화제의 순항 여부가 향후 계획된 영화제 준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대 장르영화축제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온라인/오프라인 상영을 병행하며 7월 9일 개막을 앞두고 있다. 거듭된 확진자 발생으로 무관중영화제로 전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으나, 씨네필들을 위한 유일한 장르영화제인 만큼 안전을 준수하며 영화제의 본질에 충실할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 서울환경영화제(7/2~7/15), 서울구로국제어린이영화제(7/2~7/8), 아랍영화제(7/16~7/21). 제천국제음악영화제(8/13~8/18), 인천독립영화제(8/13~8/16) 등이 관객들과 극장에서 만날 예정이다. 
평창 강원 영화제 남북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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