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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나는 세 번째 육아휴직을 했다. 셋째를 출산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초등 2학년인 둘째의 육아휴직이 남아 있었다. 둘째를 출산했을 때 일이 너무 하고 싶어서 조기복직을 했을 뿐, 일부러 남겨놓은 것은 아니었다. 아이들 초등 입학 때도 쓰지 않았던 휴직을 초등2학년이 된 지금에서야 쓰게 된 이유는 이렇다. 

코로나가 장기화 되면서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이 하루 종일 집에만 있으니 주양육자인 어머님이 너무 힘들어하셨고, 집안은 늘 난장판이었다. 당연히, 아이들의 온라인학습은 관리되지 않았다. 회사에서는 코로나 때문에 비상경영체제 어쩌고 하면서 긴장감을 높였고, 거기에 각종 이슈가 터져서 야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뒤통수가 따갑도록 칼퇴근을 하더라도 스트레스는 받았다. 스트레스와 우울감으로 불면증에 시달렸다. 게다가 나는 직장일 외에 책 출간을 준비 중이었는데, 일상이 흐트러지니 집필을 할 수 없었다. 글쓰기를 못하니 우울감이 더 밀려왔다.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었다. 

최대한 버티려고 노력했다. 40대 중반 워킹맘의 휴직. 어쩌면 회사로 다시 돌아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압박감과 두려움이 밀려왔다. 게다가 생활비의 대부분이 내 월급으로 채워지고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버티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불면증으로 잠들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다.

동시에 글쓰기에 대한 열망은 더욱 커져서 새벽녘 책상 앞에서 울먹이다가 출근하는 날도 있었다. 당장 돈이 되는 일과 내가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나는 당장 돈이 되는 일을 매일 택해야 했다. 열심히 살았음에도 40대 중반에 여전히 먹고 사는 걱정이라니. 나는 잘못 살고 있었던 것일까?

여러 고민 끝에 어쨌든 나는 휴직을 했다. 누가 보면 대단한 글을 쓰는 줄 알겠지만, 그저 글쓰기에 대한 나의 열망은 배고플 때 밥을 먹고 싶은 열망과 같은 것이었다. 더 나이 들기 전에 내 머릿속에서 떠다니는 영감들을 하얀 백지 위에 글로 남기고 싶다는 열망. 이 열망의 원천이 어디서부터 출발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글쓰기는 그냥 내 몸의 일부가 되어 버렸다.  

휴직을 하면서 생각했다. 에세이도 한 권쯤 더 쓰고, 단편소설도 한 편쯤 마무리해서 공모전에 도전하리라. 그러나 그건 쉬운 꿈이 아니었다. 

코로나로 맞이하게 된 육아 시즌2
 
 4인 가족의 집안일과 삼시세끼를 하다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지나간다.
 4인 가족의 집안일과 삼시세끼를 하다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지나간다.
ⓒ 이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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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휴직을 했다고 하니 모두들 "아이들이 좋아하겠어요"라는 반응이었다. "쉬셔서 좋으시겠어요"라는 말은 듣지 못했다. 아마 얼마 못 가서 복직하고 싶을 거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러니까 그 말의 뜻은 여자의 삶이란 집에 있으면 육아가 우선이고, '나'라는 존재의 삶은 없어지기 쉬울 것이라는 우려였다.

그 우려대로 흘러가지 않으려고 무척 애를 썼다. 운동도 하고, 남편 일도 돕고, 글도 썼다. 그렇지만 그러지 않으려고 애쓴 보람은 별로 없이, 엄마가 집에 있으니 아이를 더 잘 케어할 것이라는 주변의 시선과 육아에서의 실수는 나를 조급하게 만들었다. 제일 먼저 반응을 보인 곳은 학교였다. 담임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어머님이 휴직하셨다고 해서 좀 챙겨주실 줄 알았는데……" 

첫 등교. 준비물은 빠지고, 숙제는 대충 했다고 한다. 이후 아이가 등교할 때마다 전화를 받았다. 이번엔 또 뭐가 빠지고, 이번엔 또 아이가 어떤 말썽을 피우고 등등. 그때그때 사연은 달랐지만, 결론적으로 집에서 엄마가 좀 더 챙겨주라는 당부의 말이었다.

이런 말하기 뭐하지만, 사실 안 챙긴 것이 아니었다. 나름대로 챙길 만큼 챙겨서 보냈다. 내가 선생님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이유는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히 챙기는 스타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게으른 엄마다. 아이가 실수를 할 수도 있고, 실수를 통해서 배운다는 생각으로 가끔은 그냥 내버려둔다. 이 게으른 육아가 코로나를 만나니 정신없이 구멍이 숭숭 나는 것이었다.

'난 육아만을 위해서 휴직한 것이 아니었는데……'

나는 집에서 놀지 않았다. 하루 종일 집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밥 세끼를 챙기고, 간식 두 번을 챙기고, 빨래를 하고, 설거지를 했다. 거기에 남편 온라인 사업의 물류 및 배송, C/S도 하느라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게 바빴다. 

회사 일을 놓으니 육아와 집안일이라는 커다란 영역이 내 삶으로 들어와 나의 글쓰기는 또다시 우선순위가 뒤로 밀렸다. 코로나가 장기화 되면서 아이들의 학습은 오로지 엄마의 몫이 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기도 했다. 

아이들은 등교한 지 2주째에 단원평가를 했다. 단원평가라니. 온라인 수업은 사실상 쌍방향 소통이 아닌 단방향 전달식의 학습인데 그것으로 아이의 학습이 얼마나 단단히 이루어졌겠나. 온라인 수업은 엄마의 관리와 감독 하에 이루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니, 결국 아이들의 단원평가는 엄마의 관리감독 평가라고 하는 게 맞겠다.

이렇게 휴직을 한 2개월 간, 나는 육아로만 평가받고, 아이의 학습수준으로 평가받는 엄마의 삶에 들어와 버렸다. 내 글쓰기는 어떠했냐고? 단편소설은커녕 기존에 쓰던 원고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내 글쓰기는 육아에 밀리고, 생계에 밀려 휴직 전과 다르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아니 오히려 불규칙한 글쓰기 시간 때문에 생산량이 떨어졌다. 나는 글을 더 쓰고 싶어서 휴직을 한 것인데, 도대체 나는 왜 나의 시간을 가질 수 없는가.

베란다에 작업실을 차리다
 
 베란다 작업실, 단 한평의 공간이지만 이 공간이 큰 위로가 된다
 베란다 작업실, 단 한평의 공간이지만 이 공간이 큰 위로가 된다
ⓒ 이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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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다시 회사로 당장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모처럼 얻은 기회를 무의미하게 보내고 싶지도 않았다. 난 육아만을 위해 휴직한 것이 아니라고 외쳐봤자 코로나 앞에서 공허하게 들리는 불평불만밖에 되지 않았다. 불평불만은 비생산적이다. 휴직이라는 칼을 꺼냈으니 무라도 베어야 하지 않겠나. 뭐라도 해보고 싶었다.

나의 하루 루틴을 조용히 관찰했다. 생각해 보면 짬짬이 시간이 나기도 했다. 아이들은 배부르면 엄마를 찾지 않고 잘 놀았다. 다만 시끄러워 집중할 수가 없었다.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것도 당연했다. 보이면 치우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밖으로 나갈 수는 없으니 어질러진 집안을 보지 않을 수 있는, 집 안 어딘가에 나만의 공간을 나도 모르게 찾았다. 시끄럽고 어지러운 집안의 공간, 이 어딘가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할 곳, 내 의지를 세울 수 있는 물리적인 공간. 나는 그곳을 베란다로 정했다.  

베란다를 작업실로 탈바꿈 하는 데는 몇 시간이면 충분했다. 베란다 유리탁자의 화분들을 모조리 다른 곳으로 옮기고, 탁자 보를 씌우고 노트북을 옮겼다. 겨우 한 평 남짓한 공간이지만, 이제 베란다 작업실은 나에게 여러 가지 의미가 되고 있다. 글을 쓰다가 잘 풀리지 않으면 창 밖의 초록으로 마음을 달래고, 아침엔 경쾌한 새소리로 졸음을 깨고, 비 오는 날에는 빗소리를 배경음악 삼아서 글을 쓴다.

누군가 왜 글을 쓰고 싶은지 물었다. 글쎄다. 다른 이의 삶을 돌보느라 미처 나의 삶을 살지 못한 엄마의 열망을 상상할 수 있으려나. 생계를 위해서 뛰어다니고, 배고프면 밥 차려 주고, 옷이 더러워지면 빨래를 해주고, 집안을 있는 그대로 유지시켜주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누군가에게는 절대 이해되지 않는 열망일 것이다. 

베란다 한 평의 공간, 여기는 어쩌면 글을 쓰고자 하는, 이해받지 못한 나의 열망을 불태울 수 있는 유일한 공간 아닐까? 베란다에서 어떤 작품들이 탄생할지 알 수가 없다. 나중에 작가라는 이름을 달고 내 시간을 창작 활동으로 꽉 채워도 아무렇지 않을 그런 날에, 베란다가 내 뮤즈의 장소였다고 말할 날을 간절히 소망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혜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longmami) 및 브런치(https://brunch.co.kr/@longmami)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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