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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허은아(오른쪽 부터), 김예지, 윤주경, 이영, 조태용 의원이 10일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 성명서를 낭독한 뒤 '8분 46초' 동안 무릎을 꿇고 묵념하고 있다.
 미래통합당 허은아(오른쪽 부터), 김예지, 윤주경, 이영, 조태용 의원이 10일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 성명서를 낭독한 뒤 "8분 46초" 동안 무릎을 꿇고 묵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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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무경 의원님, 그리고 미래통합당 의원님들.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 사는 한 청년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한무경 의원님을 비롯한 미래통합당 의원님들의 퍼포먼스를 보고 가슴 한편이 뜨거워져, 도무지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어 펜을 들게 되었습니다. 10일 오전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엄숙한 표정으로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는 피켓을 들고 계신 의원님들의 모습에 절로 박수를 보내게 됩니다.

의원님들께서 퍼포먼스와 함께 발표하신 성명서의 내용은 저의 마음을 벅차오르게 하는 데 충분했습니다. 의원님들께서는 성명서를 통해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 규정된 행복추구권을 언급하시면서 "모든 개인은 고유의 가치를 가지며, 다양한 가치를 인정하는 것은 고도 문명사회로 가는 기본이며, 다양한 가치의 존중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은 확보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더불어 의원님들께서는 성명서를 통해 "차별은 나와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너와 나'를 나누는 이분법적 시각에서 시작된다. 네 편, 내 편 가르면서 차별이 시작되며 인종, 성(性), 지역, 학력, 장애유무 등에 의한 모든 종류의 차별은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구구절절 옳은 말씀입니다. 굳이 사족을 더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저는 의원님들의 퍼포먼스와 성명서가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공권력의 강압적 체포에 의해 숨진 조지 플로이드에 대한 추모와 연대임과 동시에 그동안 미래통합당이 보여준 차별과 혐오에 대한 반성문을 제출하신 것이라고 믿습니다. 또한 그동안의 차별과 혐오를 시정하겠다는 선언이라고도 믿습니다.

구구절절 옳은 말씀인데...

그동안 미래통합당은 여성, 이주민, 장애인,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전방위적 차별·혐오성 발언을 일삼아왔습니다. 특히 장애인에 대한 미래통합당의 차별·혐오성 발언은 모두 옮겨 적으려면 밤을 새야 할 정도로 많습니다.

과거의 발언을 굳이 뒤져서까지 찾을 필요도 없습니다. 당장 이번 주 월요일(8일)만 해도 같은 당 곽상도 의원께서는 "한쪽 눈을 감고, 우리 편만 바라보고, 내 편만 챙기는 외눈박이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장애인 혐오 발언을 하셨습니다.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위해 누군가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일삼는 일. 이것이야말로 의원님들께서 말씀하신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행위'가 아닙니까?

물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미래통합당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닙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차별·혐오성 발언으로 여러 차례 도마 위에 오른 바 있습니다. "정치권에서 말하는 거 보면 저게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정신장애들이 많이 있다", "신체 장애인보다 더 한심한 사람들이 있다"와 같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장애인 혐오 발언을 당시 미래통합당에서도 비판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권이 이처럼 국회에 만연해진 차별과 혐오의 악순환을 끊어내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지에 있습니다. 잘못된 것을 고치지 않을 것이라면 누구의 잘못을 가린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그러나 이제는 조금이나마 안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렇게 미래통합당 의원님들께서 앞장서 민의의 전당인 국회의사당에서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는 메시지와 퍼포먼스로 국민 앞에 반차별의 실현을 약속하셨으니 다시 속는 셈 치고 자정(自淨)을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싶으니 말입니다.

"우리는 헌법에 규정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그 어떠한 형태의 차별에 대해서 반대한다. 우리는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인 인간의 존엄과 다양성의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발전과 사회통합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는 전 세계의 국민들과 연대하며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

의원님들께서 발표하신 성명서의 마지막 부분을 옮겨 적어보았습니다. 때마침 헌법에 규정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의원님들께서 하실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입니다.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하고 나아가 시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인데, 지난 2007년 처음 발의된 이후 십여 년 동안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는 미래통합당 의원님들의 결단과 실천이 필요합니다.

그게 정말 진심이라면
  
미래통합당 허은아(오른쪽 부터), 김예지, 윤주경, 이영, 조태용 의원이 10일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 성명서를 낭독한 뒤 '8분 46초' 동안 무릎을 꿇고 묵념하고 있다.
 미래통합당 허은아(오른쪽 부터), 김예지, 윤주경, 이영, 조태용 의원이 10일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 성명서를 낭독한 뒤 "8분 46초" 동안 무릎을 꿇고 묵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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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미래통합당 의원님들께서 밝히신 포부가 단순히 시류에 맞추어 언론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한 일회성 퍼포먼스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설령 그러실 계획이셨더라도, 그러셔서는 안 됩니다. 국회의원은 입법으로 자신이 밝힌 포부와 가치를 실현할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국회의원에게 남은 선택지는 국민의 준엄한 심판밖에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아실 겁니다.

때문에 저는 이번 달 발의로 목표로 하고 있는 차별금지법안의 공동발의자로 미래통합당 의원님들께서 앞장서 나서시기를 강력히 권합니다. 진정성은 종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때 비로소 생겨납니다. 이번 기회에 의원님들의 용단을 기반으로 미래통합당이 그동안 쌓아온 차별과 혐오의 정당이라는 오명을 벗기를 바랍니다. 

태그:#차별금지법, #차별, #인권, #미래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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