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이 경기 후반 짜릿한 역전극을 펼치며 파죽의 5연승 행진을 달렸다.

손혁 감독이 이끄는 키움 히어로즈는 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10안타를 때려내며 5-4로 승리했다. 7회초까지 0-4로 뒤지던 경기를 5-4로 뒤집으며 위닝시리즈를 확보한 키움은 3위로 내려 앉은 LG와의 승차를 반 경기로 좁혔다(17승12패).

키움은 선발 이승호가 5이닝 3실점으로 패전 위기에 놓였지만 양현,조덕길,김재웅,임규빈으로 이어지는 추격조가 4이닝을 1실점으로 막으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고 5번째 투수 임규빈은 프로 데뷔 첫 승을 기록했다. 타선에서는 경기 후반 대타로 출전한 박동원,허정협이 추격의 타점을 올린 가운데 이 선수가 짜릿한 끝내기 안타로 3시간 8분의 경기를 마무리했다. 키움의 치열한 내야 경쟁에 도전장을 던진 이적생 전병우가 그 주인공이다.

히어로즈의 핫코너

키움은 지난 2010년 주전 3루수 황재균(kt 위즈)을 롯데 자이언츠로 트레이드했지만 핫코너에 대한 고민은 해본 적이 없다. 황재균의 반대급부로 데리고 온 내야수 김민성(LG)이 키움의 3루 자리를 든든하게 지켰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민성은 부상으로 71경기 출전에 그쳤던 2012 시즌을 제외하면 2011년부터 2018년까지 7번의 시즌에서 모두 115경기 이상 출전하는 꾸준한 활약을 선보였다.

김민성은 히어로즈가 포스트시즌 단골손님이 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6년 동안 85홈런 433타점을 기록하며 히어로즈의 중심타선과 하위타선의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비록 최정(SK 와이번스)이나 박석민(NC다이노스)처럼 매년 골든글러브를 노릴 만큼의 엘리트 3루수는 아니었지만 김민성이 있었기에 오랜 기간 동안 핫코너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다.

김민성은 2018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었지만 살림이 넉넉하지 못한 히어로즈는 김민성에게 많은 돈을 투자할 계획이 없었다. 결국 김민성은 작년 3월 키움과 3년18억 원에 FA계약을 체결한 후 '사인앤트레이드' 형식으로 LG로 이적했다. 김민성은 LG 이적 후에도 주전 3루수로 활약하며 작년 107경기에 이어서 올해도 LG가 치른 28경기 중 26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비록 8년 동안 핫코너를 지키던 주전 3루수가 팀을 떠났지만 작년 시즌 키움에게 큰 혼란은 없었다. 장영석(KIA타이거즈,63경기,이하 선발출전 기준)과 송성문(상무,44경기), 김하성(28경기) 등이 적절하게 출전경기를 배분하며 김민성의 공백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물론 내야 전 포지션을 오가며 요소요소에 빈 자리를 메워 준 '슈퍼 유틸리티' 김혜성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었다.

하지만 키움은 작년 시즌이 끝난 후 외야 보강을 위해 장영석을 박준태와 트레이드했고 송성문이 군에 입대하며 3루 자리에 다시 구멍이 뚫렸다. 10경기에서 타율 .114 1홈런3타점4득점을 기록한 후 '2020 시즌 KBO리그 1호 퇴출 외국인 선수'로 이름을 남긴 테일러 모터는 일찌감치 주전3루수가 될 수 없음이 드러났다. 그렇게 여러 선수가 난립하고 있는 키움의 3루 자리에 최근 이적생 전병우가 도전장을 던졌다.

롯데에서 놓친 주전 기회, 키움에서 찾다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3라운드 전체 28순위로 롯데에 지명됐던 전병우는 입단 1년 만에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해 실제 1군 데뷔는 2018년이었다. 2018년 9월 확장엔트리 때 처음으로 1군에 등록된 전병우는 27경기에서 타율 .364 3홈런13타점18득점3도루의 성적으로 롯데의 차세대 주전 3루수 후보로 급부상했다. 마침 2018년 롯데에서 인상적인 성적을 남긴 3루수가 없었던 점도 전병우의 주전 확률을 더욱 높여준 이유가 됐다.

하지만 전병우는 자신에게 찾아온 첫 번째 기회를 붙잡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작년 29경기에 출전한 전병우는 타율 .098 무홈런 무타점2득점이라는 민망한 성적으로 롯데 코칭스태프의 눈 밖에 나고 말았다. 롯데가 작년 시즌 확실한 주전3루수 없이 제이콥 윌슨(48경기), 한동희(40경기), 강로한(23경기) 등이 주전을 다투다 한 시즌을 보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병우의 부진은 더욱 아쉬웠다.

결국 롯데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전병우는 지난 4월 좌완 차재용과 함께 키움으로 트레이드됐다. 키움 역시 비슷한 유형의 유틸리티 블레이어가 많은 지라 전병우가 얼마나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하지만 3루수와 2루수,때로는 1루수까지 소화하며 올 시즌 13경기에 출전하고 있는 전병우는 타율 .303 1홈런8타점의 알토란 같은 성적으로 키움의 내야에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키움은 6일 LG전에서 1루수 김웅빈, 2루수 전병우, 3루수 김하성, 유격수 김혜성이라는 다소 실험적인 내야진을 들고 나왔다. 두 번 2루수로 선발 출전한 전병우는 앞선 4타석에서 땅볼 2개와 뜬 공 2개로 인상적인 활약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9회말 공격 2사 1,2루에서 5번째 타석에 선 전병우는 LG 마무리 이상규의 4구째를 강하게 밀어 쳐 우측 담장을 직접 때리는 생애 첫 끝내기 안타를 터트리며 이날 경기의 영웅으로 등극했다. 

히어로즈는 전임 염경엽 감독(SK)과 장정석 감독(KBS N SPORTS 해설위원) 시절부터 야수들의 멀티 포지션 소화를 지향해 왔다. 따라서 유격수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전병우는 히어로즈에서 쓰임새가 많은 자원이다. 현재 3루에 외국인 선수가 퇴출되면서 확실한 주전 선수가 없는 현재, 전병우에게는 1군에서 자신의 입지를 확실히 굳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 전병우 끝내기 안타 핫코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