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강팀들의 진검승부가 펼쳐진다. '하나원큐 K리그1 2020' 5라운드는 리그를 대표하는 라이벌팀들간의 빅매치가 줄줄이 이어지며 축구팬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전북과 서울은 6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난다. 본래 접점이 많지 않은 두 팀이었지만 2010년대 K리그 패권을 놓고 다투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전설(전북VS 서울)매치'라는 새로운 라이벌 구도가 형성됐다. 2016년에는 승부조작 파문으로 승점 삭감 징계를 받았던 전북을 상대로 서울이 리그 최종전 맞대결에서 극적인 역전 우승을 달성하며 유일하게 독주체제를 저지했다. 당시 서울이 아니었다면 전북은 K리그 5연패를 이어가고 있었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번에는 두 팀 모두 분위기가 썩 좋지 않은 상황에서 만나게 됐다. 두 팀 모두 지난 경기를 패하며 분위기 반전이 절실하다.
전북은 개막 3연승 행진을 달렸으나 지난 4라운드 강원FC전에서 0-1로 덜미를 잡히며 시즌 첫 패배를 당했다. 더구나 수비의 핵심 홍정호와 조세 모라이스 감독마저 이 경기에서 잇달아 퇴장당하며 서울전에는 나설 수 없게 됐다. 전북은 올시즌 6경기(ACL 포함)에서 무려 5명이 퇴장당하며 '카드캡터'라는 오명을 안게 됐다. 비록 두터운 선수층을 자랑하는 전북이지만 아직 올시즌 최상의 베스트11 조합을 찾아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선수들을 지휘해야 할 수장의 공백은 난적인 서울전을 앞두고 큰 부담이다.
더구나 앞서 전북을 제압했던 강원이 하루 전인 5일 인천마저 물리치고 3승 1무(승점 10)를 기록하며 선두 자리까지 빼앗긴 상황이다. 만일 전북이 서울에 덜미를 잡힐 경우, 다른 팀의 경기결과에 따라 순식간에 4위까지 추락할 수도 있다. 희망적인 것은 전북이 최근 서울을 상대로 9경기 연속 무패행진(7승 2무)을 이어가며 강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서울도 지난 4라운드 성남전(0-1) 패배로 분위기가 가라앉아있다. 서울은 경기 내외적으로 올시즌 유난히 잡음이 많다. 시즌 개막 전 기성용(마요르카)과 이청용(울산) 영입 불발을 둘러싼 논란으로 팬들의 비난여론을 뒤집어써야했다. 최근에는 성인용품인 '리얼돌' 관중석 설치 해프닝으로 프로축구연맹의 징계를 받는 악재도 있었다.
시즌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갑자기 일부 코칭스태프를 교체하며 의문을 자아내기도 했다. 개막 이후 최전방 공격수들이 아직 한 골도 터뜨리지 못하며 득점가뭄에 시달리고 있으며 중원과 수비의 핵이라고 할 수 있는 오스마르는 부상으로 전북전에서도 출장이 불투명하다. 사령탑 최용수 감독의 위기관리능력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전통의 명가인 울산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가 맞붙는 '동해안 더비'도 빼놓을 수 없는 빅매치다. 엄밀하게 말하면 지역구도보다는 포항제철과 현대제철 두 기업 사이 경쟁의식에서 시작된 라이벌 구도는, K리그 역사의 중요한 길목마다 운명처럼 마주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이제는 리그를 대표하는 '앙숙'으로 자리 잡았다. 두 팀의 악연은 지난 2013년과 2019년, 포항이 두 번이나 리그 최종전에서 울산의 덜미를 잡고 우승을 좌절시키며 절정에 달했다.
울산은 김호곤 감독이 이끌던 2013년 12월 1일 리그 최종전에서 포항을 상대로 비기기만 해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었지만, 후반 추가 시간 김원일에게 결승 골을 얻어맞고 0-1로 패해 승점 1점 차로 포항에 역전우승을 내줬다. 지난해에도 시즌 내내 1위를 질주하던 울산은 역시 12월 1일 포항과 치른 최종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14년 만에 정상에 오를 수 있었으나 1-4로 충격적인 완패를 당하고 전북 현대에 역전 우승을 헌납했다. 울산은 지난 시즌 23승 10무 5패를 기록했는데 5패 가운데 3패를 포항에 당할 만큼(상대전적 1승 3패) 유난히 약한 모습을 보였다.
울산은 새 시즌을 앞두고 이청용, 윤빛가람, 조현우 등 특급 스타를 대거 수혈하며 지난해보다 전력을 더욱 끌어올렸다. 울산은 비록 개막 이후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초반 연승 이후 승격팀 광주 FC와 부산 아이파크를 상대로 잇달아 무승부에 그치며 체면을 구겼다. 김도훈 울산 감독의 선수 로테이션과 밀집수비 대처법에 대한 약점이 계속 지적받고 있는 상황이다.
포항은 2승 1무 1패로 5위지만 선두 강원과는 3점차에 불과할 만큼 언제든 선두권을 노릴수 있는 위치다. 3라운드에서 FC서울에 뼈아픈 역전패를 당하기도 했지만, 곧바로 인천과의 원정 경기에서 4-1 완승을 거두고 분위기를 빠르게 추슬렀다. 김기동 감독은 심상민, 김용환, 허용준 등 주전 선수들이 상주 상무에 입대한 공백을 스리백 전술로 유연하게 메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던 전북이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울산과 포항 모두 이번 라이벌전이 선두권 진입을 위한 중요한 기회가 될 전망이다.
이 밖에도 '김남일 효과'를 앞세워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는 성남과 세징야가 복귀한 대구의 대결도 주목할만하다. 두 팀은 7일 성남의 홈인 탄천구장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초보 사령탑 김남일 감독은 개막 이후 서울을 제압하는 등 2승 2무의 호성적을 기록하며 이달의 감독상까지 수상했다. 김남일 감독 특유의 카리스마넘치는 캐릭터와 패션감각을 앞세워 경기외적으로도 '빠따볼'이라는 신드롬을 일으킬 만큼 화제몰이를 하고 있다.
대구는 이번 시즌 비록 아직까지 승리가 없지만 지난 상주전에서 시즌 첫 골을 넣으며 화려한 귀환을 신고를 한 에이스 세징야의 부상 복귀로 만만찮은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세징야와 데얀 등 걸출한 외국인 공격수들을 앞세운 화력에 강점이 있는 대구가 올시즌 K리그 최소실점(4경기 1골)을 기록 중인 성남의 수비를 뚫어낼 수 있을지 관건이다.
K리그는 올시즌 코로나 사태로 인한 어려움 속에 무관중 경기로 뒤늦게 시즌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순위경쟁과 다양한 볼거리로 1부는 물론 2부리그(K리그2)까지 기대 이상의 인기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포털 사이트를 비롯한 인터넷 중계 동시 접속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K리그에 대한 축구팬들의 높은 관심을 증명한다. 이럴 때일수록 K리그가 더 좋은 경기력과 멋진 명승부로 팬들의 성원에 보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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