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 열차

설국 열차 ⓒ 넷플릭스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비롯해 올해 아카데미상까지 휩쓴 <기생충> 봉준호 감독이 <괴물>에 이어 자신의 명성을 알린 작품은 바로 <설국열차>(2013)다. 기상이변으로 지구는 꽁꽁 얼어붙고, 설국열차는 살아남은 사람들을 태운 채 17년 동안 같은 궤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17년의 세월이 무색하게 설국열차는 인간 세상의 계급적 모순을 그대로 따르고 있었다. 그 화제의 <설국열차>가 드라마 버전으로 돌아왔다.

미국 케이블 채널인 TNT와 TBS는 최근 10부작으로 이뤄진 <설국열차> 시즌1을 공개했다. 봉준호 감독이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한 이 시리즈는 영화 <큐브(1997)>를 쓰고 SF시리즈 <오펀 블랙>의 프로듀서를 맡았던 그램 맨슨이 총괄책임을 맡았다.

포스크 아포칼립소(인류 문명이 멸망한 이후의 세계) 드라마를 표방한 <설국열차>는 빙하기가 도래한 뒤 살아남기 위해 윌포드가 부자들의 돈을 모아 '설국열차'를 만드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열차가 떠나는 순간, 빙하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열차에 '무임승차'한 일군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무력으로 그들을 제거하려 하지만 생존을 향한 갈망은 그들로 하여금 목숨을 걸고 열차에 오르도록 만든다. 열차의 꼬리칸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그로부터 7년, 열차는 여전히 지구 궤도를 순항 중이다. 하지만 꼬리칸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아내와 함께 열차 꼬리칸에 올랐지만, 살기 위해 자신을 놔둔 채 앞칸으로 가버린 레이턴(다비드 디그스 분)는 꼬리칸의 동지들과 '혁명'을 도모한다. 그는 삼등칸과 꼬리칸 사람들이 열차 승객 3000명 중 70%를 차지함에도 대부분의 특혜가 열차를 만드는 데 돈을 댄 1등칸 승객들에게 집중돼 있는 부조리한 상황을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이렇게 드라마로 온 <설국열차>는 영화 <설국열차>의 주제가 된 꼬리칸의 '혁명'을 그대로 모티브로 삼는다.
 
 설국 열차

설국 열차 ⓒ 넷플릭스

 
드라마 속에서 언급된 3년 전 혁명처럼 '봉기'를 일으킨 꼬리칸 사람들은 단 한 칸도 나아가지 못한 채 무참히 진압될 상황에 놓인다. 그때 그 상황을 무마하고자 한 사람이 등장한다. 꼬리칸 혁명 동지였지만 앞서 제동수(드라마 속 일종의 경찰 역할)들에 의해 '차출'되었던 레이턴이다. 열차에 오르기 전 강력반 형사였던 레이턴을 차출한 이유는 바로 열차 내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열차 탑승 인원 3000명 중 유일한 '형사'였기에 살인 사건 해결을 위해 '호출'된다. 드라마 <설국열차>는 꼬리칸의 '혁명'이라는 기본적 주제 위에 '살인 사건'이라는 에피소드를 추가해 수사물의 장르적 재미를 더한다. 

성기와 신체 일부가 절단된 채 삼등칸 아래쪽에 숨겨져 있었던 남성의 시체 한 구. 그저 그냥 살인사건이었던 것처럼 보였던 사건에 묘한 관계가 얽혀 있었다. 그 남자가 레이턴을 버리고 간 그의 아내와 아이를 만들려고 했던 사람이었던 걸로 밝혀진다.

또 한 발 더 나아가 그가 삼등칸에 있던 스파이였음이 드러나며 일반적 살인사건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된다. 이와 같은 형태의 신체 일부 훼손 사건이 3년 전에도 있었고 그 사건의 진범으로 추정되는 여자가 서랍 속에 보관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며 해당 사건의 처리 문제도 따라온다. 더불어 사건을 조사하며 드러나는 1등칸에서부터 꼬리칸에 이르기까지 커넥션으로 이어진 '마약 사건'은 열차를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멜라니(제니퍼 코넬리 분)의 통제에 이상 신호가 있음을 알려준다.

방주인가 계급의 요새인가 

살인 사건으로 만나게 된 설국열차의 총 매니저 멜라니와 꼬리칸의 레이턴. 멜라니는 호의적인 조건으로 레이턴을 회유하려 한다. 하지만 꼬리칸의 '혁명적 사명'을 가진 레이턴은 사건의 실마리를 빌미로 '혁명'의 기회로 삼고자 하며 부딪친다.
 
무엇보다 두 사람의 갈등은 '설국열차'에 대한 관점을 달리하는 데서 비롯된다. 열차에 위기가 생길 때마다 꼬리칸은 정전이 되고, 배식도 줄어든다. 이런 핍박에 시달려오던 레이턴에게 열차는 계급 체계의 견고한 요새와도 같다. 그래서 기회만 주어진다면 어떻게 해서라도 열차의 다수를 점하는 꼬리칸이 엔진을 장악하고 열차를 획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설국열차

설국열차 ⓒ 넷플릭스

 
그에 반해, 열차를 책임지는 멜라니에게 열차는 3000명의 생명을 담보하는 빙하기 방주이다. 그녀는 때론 모순되고 부조리하더라도 돈을 낸 1등칸의 이해와 안녕을 충실히 보장해 주고, 나머지 칸의 생존도 지켜낼 수 있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드라마는 이런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입장을 대립시키면서 살인사건을 계기로 드러나는 마약 거래 등 열차의 또 다른 '그림자'를 곁들인다. 드라마는 2시간짜리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복잡다단한 사회적 체계를 가진 세상으로서의 설국열차를 보여준다.

인간들의 이해관계를 보여주는 게 전분가 아니다. 정상 궤도를 달리고자 하지만 달리기 시작한 지 7년이 된 기차는 매번 동력에 위기를 겪게 된다. 또 열차에 들이닥친 눈사태로 주된 단백질원이었던 소가 '몰살' 당하며 소고기 없는, 더불어 농작물의 생장 위기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당장의 위기는 나이트 칸에서 벌어진 시끌벅적한 격투기 쇼를 이용해 시선을 돌렸지만 떨어진 동력은 꼬리칸의 존재 자체 위기로 이어질 상황. 안팎의 위기 속에서 혁명과 생존, 그리고 순조로운 열차 운행이라는 저 마다의 미션이 매주 한 회씩 공개될 예정인데, 이것들이 <설국 열차>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설국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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