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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리 주민들은 최근 세탁공장 부지 인근에 반대 현수막과 만장을 걸어 놓았다.
 대치리 주민들은 최근 세탁공장 부지 인근에 반대 현수막과 만장을 걸어 놓았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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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온천 상류인 대치천에 세탁공장이 건립되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과 예산군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면서 대치리 주민들은 예산군을상대로 행정소송까지 예고한 상태이다.
 
이런 가운데 충남 예산군(군수 황선봉)은 여전히 "세탁공장 허가에 아무런 하자가 없다"며 "공장건립 허가를 취소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대치천 생태문제, 세탁공장 가동시 발생하는 미세먼지 문제, 지하수 고갈 위험성을 이유로 들며 세탁 공장 건립을 반대하고 있다.
 
특히 지하수고갈 문제와 관련해 예산군이 내놓은 대책은 실효성을 떠나 매우 안일해 보일 정도이다. 대치리와 시량리 500세대 1000여 명의 주민들은 지하수를 식수원으로 쓰고 있다. 세탁공장이 들어설 경우 지하수 고갈은 '뻔히' 예상되는 일이다. 이에 대해 예산군 관계자는 "대치리 일대에 (광역)상수도를 연결하는 방안을 검토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예산군의 광역상수도 공급 방안은 근시안적인 대책일 수밖에 없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최근에는 비교적 비가 자주 내려 가뭄 걱정을 덜고 있다. 하지만 불과 3년 전까지도 충남 전역은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다. 극심한 가뭄 속에서도 예산군은 단수조치 한번 없이 가뭄을 이겨냈다. 그 비결은 바로 예산군이 보유하고 있는 지방상수도와 마을상수도에 있다.
 
마을 상수도 폐쇄하고 광역상수도 깐다고? '글쎄' 
 
현재 예산군의 상수도 시설용량은 1만7천m³미터 정도이다. 이 중 지방상수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8천~1만m³ 정도로, 시설용량의 절반 수준에 달한다. 또, 예산군에 따르면 8천여 가구 1만 여명의 예산군민들이 마을 상수도를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예산군민은 9만 여명이다. 지방상수도와 마을상수도는 예산군민들의 주요 식수원인 셈이다.  

대치리와 인근 시량리 주민들도 대부분 자체 관정을 통해 지하수를 이용하거나, 마을상수도(지하수)를 사용하고 있다.
 
지방상수도나 마을상수도처럼 소규모 상수도 시설의 경우, 가뭄이 닥쳤을 때 커다란 장점으로 작용한다. 설령 예산, 홍성 등 충남 서부북부 지역의 광역 상수도 수원인 보령댐의 물이 마르더라도 지하수를 통해 자체적으로 식수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시대, 식수원을 다양화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문제는 식수원을 깨끗하게 보호하는 문제 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예산군은 마을상수도와 같은 소규모 식수원을 하나 둘 없앨 경우, 어떤 부작용이 벌어지는 지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어 보인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홍성군의 사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극심한 가뭄때 단수조치 내린 홍성군을 반면교사 삼아야"

김미선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홍성군의 경우 예전에는 마을 상수도의 비율이 높은 지역이었다. 하지만 축산업이 흥하면서 물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서 "(축산폐수로) 지하수가 오염되자 마을상수도가 폐쇄됐다. 그 결과 지난 2015년 가뭄 때 홍성군에 단수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금처럼 관리를 하지 않고 개발만 하다가는 지방상수도가 다 사라지고 지하수도 고갈될 수 있다"며 "광역상수도에 의존해 식수 문제를 해결하려다가는 기후변화에 따른 극심한 가뭄에 대비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대치리 주민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대치리 주민 이명숙씨는 "세탁업자의 이익을 위해 멀쩡한 마을상수도를 놔두고 군민 세금까지 쓰면서 광역상수도 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것도 납득이 안 간다"고 지적했다. 그래서일까. '행정 절차상에 하차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는 예산군의 '입장'은 이리 뜯어보고 저리 뜯어 봐도 꽤 한가해 보인다.

태그:#대치리 식수원 , #대치리 세탁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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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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