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5연승을 달성한 롯데 허문회 감독

개막 5연승을 달성한 롯데 허문회 감독 ⓒ 롯데 자이언츠

 
허문회 감독이 이끄는 롯데 자이언츠는 개막 첫 한 달 동안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 꼴찌에 그쳤던 롯데가 개막 이후 파죽의 5연승으로 깜짝 선두에 등극하자 모두가 열광했다. 하지만 초반 기세가 무색하게 이후 롯데는 역주행을 거듭한 끝에 5월을 11승 12패(.478), 5할에 못 미치는 승률로 아쉽게 마감했다. 팀순위는 6위다.

올시즌 처음으로 1군 사령탑 지휘봉을 잡은 허문회 감독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롯데 사령탑 부임 이후 현재까지 드러난 허문회 감독의 리더십은 '자율과 신뢰'에 방점이 찍힌다. 선수 개개인의 개성과 능력을 존중하고 믿음을 주는 만큼 프로답게 결과에는 스스로 책임을 지게하는 방식이다.

개막 5연승 과정에서 감독의 경기 개입을 최소화하고 선수들을 믿고 맡기는 야구를 추구하면서도 잇단 역전승을 거둔 장면이나, 고질적인 수비불안 문제를 해소하고 안정적인 내야 수비를 구축한 것은 지난해까지의 롯데와 가장 달라진 장면이었다. 그리고 이는 선수들이 벤치의 눈치를 보지 않고 능동적으로 경기를 주도하는 야구를 원하는 허 감독의 스타일이 반영된 결과였다.

하지만 초반의 짧은 돌풍이 지나가고 난 후, 여러 가지 문제점도 드러났다. 롯데의 패배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타격이 심각한 집단 슬럼프에 빠진 상황에서도 개막 이후 선발 라인업이나 경기운영에 큰 변화가 없는 것을 두고 허 감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전임 양상문이나 조원우 감독같은 경우, 경기가 안 풀릴 때 성급한 작전이나 교체로 무리수를 두다가 오히려 상황을 안 좋게 만들었다면, 허 감독은 정반대로 지나치게 경기를 선수들에게만 맡기다가 승부의 타이밍을 놓치는 등 변화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많다. 좋게 보면 '믿음의 야구'라고 할수 있지만, 나쁘게 말하면 '방관의 야구'라는 조롱도 나온다.

롯데는 개막 초반 kt와 SK를 상대로 5연승을 거둔 이후, 최근 18경기에 6승 12패로 패배가 승리의 두 배가 넘었다. 최근 6번의 3연전 시리즈 중 5번이 루징시리즈였다. 그나마 5월 마지막 경기였던 31일 두산전에서 연장접전 끝에 8-3으로 간신히 승리하며 4연패 사슬을 끊고 6월을 맞이하게 됐다는 게 작은 위안이다.

연패는 끊었지만 현재 롯데의 여전한 최대 고민은 역시 빈곤한 득점력이다. 롯데는 23경기에서 101점을 득점하는데 그치며 경기당 4.4점으로 리그 8위에 놓였다. 타율(.255)과 출루율(.329)은 각각 7위다. 특히 홈런(15개)와 득점권 타율(.232)은 리그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지난 5월 17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 9회초에 터진 한동희의 3점 홈런을 끝으로 롯데 타선은 최근 12경기 연속 무홈런이다. 롯데의 올 시즌 팀 잔루는 181개로 리그에서 세 번째로 많다. 주자가 나가도 불러들이질 못하고 있는 답답한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경기를 어렵게 풀어갈 수밖에 없다. 롯데는 5월 23경기 중 10경기에서 3점 이하의 빈공에 그쳤다. 31일 두산전에서도 연장 11회에 5득점을 몰아쳤지만 정규이닝 동안 뽑아낸 점수는 역시 3점에 불과했다.

여기서 눈여겨봐야할 기록 중 하나는 롯데 타자들의 '속공'과 상대 투수들의 '이닝 소화'간의 연관성이다. 올시즌 롯데 타자들의 타격 패턴을 보면 초구 공략 비율이 굉장히 높고, 빠르면 3,4구 이내에 승부를 결정짓는 공격적인 타격 시도가 많아졌다. 타격코치 출신인 허문회 감독의 스타일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초구나 유리한 볼카운트라도 타자가 노리는 공이 들어오면 과감하게 스윙해야한다는 주장은 이론적으로는 훌륭하지만, 세밀한 선구안과 노림수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상대 투수에게 그만큼 역이용을 당할 확률도 높다. 최근 롯데는 찬스마다 후속타자들이 성급하게 방망이를 휘두르다가 범타로 물러나는 경우가 잦아져 비판을 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롯데는 개막 이후 23경기 연속으로 상대 선발투수를 최소 5회 이전에 조기 강판시킨 경우가 한 번도 없다. 시즌 초반 롯데 타선이 부진에 빠지기 전에 대량득점을 올린 경기들도 마찬가지였다.

롯데 타자들이 빠르게 승부를 걸다보니 상대 투수들은 그만큼 투구수를 관리하기가 수월해지고 많은 이닝을 소화하게 된다. 초반 리드를 잡지 못하고 경기 후반이 되면 롯데 타선은 상대 마운드를 소모시키지 못한 상황에서 어깨가 싱싱한 불펜 필승조를 연달아 만나야하는 부담까지 안게 된다. 

허문회 감독은 타격코치 출신으로 명성을 쌓아온 인물이지만 1군 감독은 올해가 처음이다. 리더십을 검증할 객관적인 지표가 없다보니 초보 감독의 용병술과 경기운영은 항상 많은 의혹과 편견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허 감독은 일단 '개막 후 30경기 정도는 성적에 일비일희하지 않고 선수단을 파악하는 시간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이는 선수만이 아니라 팬들이 허문회 감독의 리더십과 스타일을 파악하는 시간에도 해당된다.

기아, 삼성, 두산 등 라이벌팀들과 비교하여 롯데에선 성공한 '장수 감독'을 보기가 유독 어려웠다. 최근 10년간만 놓고봐도 무려 6명의 사령탑이 지휘봉을 잡는 등 KBO리그에서 감독 교체가 가장 빈번했던 팀 중 하나다. 5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하며 롯데의 봄날을 이끌었던 제리 로이스터-양승호 감독 시절 이후, 김시진(2013~2014년), 이종운(2015년), 조원우(2016~2018년), 양상문(2019년) 감독 등은 모두 기대에 비하여 아쉬운 성적을 내며 불명예 퇴진했고, 리더십에 대한 평가도 극명하게 엇갈렸다.

물론 열혈 팬덤을 보유한 롯데답게 성적과 경기력에 대한 기대치가 컸다는 것도 장수 감독이 나오기 어려운 부담으로 작용했다. 명장에 굶주린 롯데 팬들로서는 허문회 감독이 로이스터 이후 계속된 롯데의 감독 잔혹사를 끊어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크다. 

비록 연승과 연패의 롤러코스터를 타기는 했지만 5월 개막 한달을 그럭저럭 중위권으로 마감한 것은, 지난해 꼴찌에 그친 롯데 입장에서 봤을 때 실망할 성적표는 아니다. 심지어 양승호 전 감독은 첫 지휘봉을 잡았던 2011시즌은 개막 한달간 7승 2무 13패에 그치며 최악의 출발을 보이고도 최종적으로는 시즌 3위를 달성하면서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끈 바 있다.

허문회 감독에게도 아직은 자신의 야구를 소신껏 펼쳐보일 수 있는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6월을 맞이하는 롯데는 과연 '허문회 야구'를 둘러싼 주변의 의심어린 시선들을 긍정적으로 바꾸어놓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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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회감독 롯데자이언츠 초구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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