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방영된 엠넷 '보이스코리아 2020'의 한 장면

지난 29일 방영된 엠넷 '보이스코리아 2020'의 한 장면 ⓒ CJ ENM

 
솔직히 말해 지난 2013년을 끝으로 봉인했던 <보이스코리아>를 엠넷이 다시 꺼낼 거라곤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네덜란드에서 처음 시작된 <더 보이스(원제 The Voice)>는 세계 각국 주요 방송국에 포맷이 수출되어 인기리에 방영중인 보컬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미국만 하더라도 현지에선 NBC TV를 통해 18시즌까지 이어지면서 시리즈 평균 1100만 뷰어를 확보한 장수 프로그램이다. <보이스코리아>로 제작된 한국판은 시즌 1의 반짝 인기, 시즌 2의 외면 등으로 크게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런 프로그램을 7년만에 부활시킨다는 속사정은 뭘까. 

오디션으로 위기 맞은 '오디션 명가'
 
 지난 29일 방영된 엠넷 '보이스코리아 2020'의 한 장면. 성시경, 김종국 등 인기가수들이 심사위원(코치)을 맡았다.

지난 29일 방영된 엠넷 '보이스코리아 2020'의 한 장면. 성시경, 김종국 등 인기가수들이 심사위원(코치)을 맡았다. ⓒ CJ ENM

 
​지난 10년 사이 엠넷은 오디션으로 흥한 반면, 오디션으로 위기를 맞기도 했다. <슈퍼스타K>의 흥망성쇠 이후 <쇼미더머니>, <프로듀스101>, <고등래퍼> 등 후속 경연 프로그램으로 엠넷은 인기몰이에 성공했지만 투표 조작 사건, 각종 논란 등을 야기하면서 방송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를 한순간에 상실하고 말았다. 특히 엄청난 매출과 화제몰이에 성공했지만 제작진 구속 및 사법 처리가 이뤄진 <프로듀스101>은 더 이상 후속 시즌을 진행할 수 없는 처지다.  

​그 결과 지난 수년동안 잊혀졌던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스코리아>가 대안으로 나온 것이다. 일반 경연 서바이벌과 달리 <더 보이스> 및 <보이스코리아>는 블라인드 오디션 제도를 전면에 내세운다. 참가자의 목소리를 등 뒤에서 듣던 도중 마음에 든다고 생각한 심사위원(코치)는 버튼을 누르고 앞으로 돌아서 그 사람의 노래를 끝까지 듣는 독특한 방식이다.   

​이는 외모 부터 주시하게 되는 보편적인 오디션 프로그램의 방식에서 탈피하고 편견 없이 오로지 목소리에만 집중하겠다는 의도였고 결과적으론 전 세계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성공했다. 엠넷이 <보이스코리아>를 다시 꺼내든 건 이 부분을 강조하며 프로그램의 공정성 및 시청자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나름의 의지로 보인다.

용두사미 신세였던 이전 시즌
 
 지난 29일 방영된 엠넷 '보이스코리아 2020'의 한 장면.  참가자 김예지는 독특한 음색으로 눈길을 모았다.

지난 29일 방영된 엠넷 '보이스코리아 2020'의 한 장면. 참가자 김예지는 독특한 음색으로 눈길을 모았다. ⓒ CJ ENM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오디션이지만 해외판 <더 보이스>에게도 약점은 존재했다. 바로 "프로그램은 흥하지만 참가자들은 크게 인기를 얻지 못한다"는 나름의 징크스 때문. 우승과 동시에 스타 탄생으로 이어졌던 <아메리칸 아이돌> , <엑스팩터> 등과 달리 <더 보이스>는 경쟁 오디션에 견줄만한 스타 발굴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반면 한국판 프로그램 <보이스코리아>는 닮은 듯 다른 결과를 보였다. 프로그램 인기는 뜨겁지 못했고 상위 입상자 역시 종영 직후엔 유명 가수로 발돋움하지 못했다.  2012년 방영된 시즌1은 후반부로 갈수록 시청자들의 사로잡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초반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손승연(우승), 이소정, 유성은, 지세희 등 실력파 보컬리스트를 탄생시켰지만 이들은 정작 프로그램의 후광은 거의 보지 못한 채 다른 활동을 통해서 어렵사리 존재감을 얻을 수 있었다.  

​시즌1 종영 이후에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손승연은 KBS <불후의 명곡2>를 거친 후에야 비로소 대중들의 인정을 받을 수 있었고 이소정, 장은아는 각각 그룹 레이디스코드와 뮤지컬 무대를 통해 뒤늦게 인지도를 높였다.   이예준(우승), 신유미 등을 배출했던 시즌2는 더욱 암울했다.  "이럴 거면 왜 한거냐", "슈퍼스타K 스핀오프?" 같은 냉소적인 반응이 나올 만큼 특색과 프로그램의 재미가 사라지면서 철저히 외면당하고 말았다.   이렇다보니 자연스레 시즌3 제작은 이뤄지지 못했고 오랜 기간 잊혀진 오디션 프로 중 하나가 되는 듯 싶었다. 

예측 불허의 세번째 시즌 돌입
 
 지난 29일 방영된 엠넷 '보이스코리아 2020'의 한 장면.  디아크 출신 정유진은 눈물어린 목소리로 '열애중'을 부르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난 29일 방영된 엠넷 '보이스코리아 2020'의 한 장면. 디아크 출신 정유진은 눈물어린 목소리로 '열애중'을 부르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 CJ ENM

 
7년 만에 돌아온 만큼 <보이스코리아 2020>은 앞선 시즌과는 살짝 다른 방식으로 변화를 모색한다. '블럭' 제도를 도입해 경쟁 코치의 참가자 선택을 막는 재미적 요소를 도입하는가 하면 재야의 보컬 고수 중심으로 진행된 시즌1, 2와 다르게 이미 데뷔하고 활동한 바 있는 기성 가수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했다.  

데뷔 당시 실력파 걸그룹으로 평가받았지만 조기 해체의 불운을 겪었던 디아크 출신 정유진은 눈물 속에 '열애중'(벤 원곡)을 열창하는가 하면 일찌감치 기사로 소개된 것처럼 JYP 출신 R&B 보컬리스트 골든(전 활동명 지소울)의 등장도 예고되고 있다. 

지난 29일 방영된 첫회는 보는 이들의 선호도에 따라서 각기 다른 반응으로 나타나고 있다. '골목길'(김현식 원곡)을 독특한 감성으로 재해석한 김예지, 4인조 보컬그룹 오브어스, 퓨젼 국악인 조예결 등은 등장과 동시에 독특한 창법, 개성있는 목소리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확 끌었다. 반면 몇몇 참가자들은 특색없는 무대를 선보여 아쉬웠다. 이밖에 코치진 선정에 대한 갑론을박 의견 개진도 SNS,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보이스코리아 2020>의 성패는 앞선 시즌에서 보여줬던 시행착오를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을지 여부에 달려있다. 블라인드 오디션을 넘어 배틀 라운드 등 후속 단계로 진행될수록 시청자들의 관심과 흥미를 상실했던 과거의 실수를 이번 만큼은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실력과 끼 넘치는 인재들을 위해서라도 <보이스코리아 2020>가 제대로 된 기회의 무대가 돼 줘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보이스코리아2020 오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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