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두산 대 NC 경기. 5회말 2사 1,2루에서 역전 2루타를 친 두산 오재원이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2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두산 대 NC 경기. 5회말 2사 1,2루에서 역전 2루타를 친 두산 오재원이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오재원이 때아닌 '스윙 논란'으로 이슈가 됐다. 오히려 미국에서 더 관심을 끌면서 덩달아 국내에서도 다시 주목받는 모양새다.

지난 26일 서울 잠실에서 열린 두산과 SK 와이번스의 경기. 2회 초 타석에 선 오재원은 SK 투수 박종훈이 투구를 하려는 순간 갑자기 타격 자세를 풀더니 꼿꼿이 선 상태에서 배트를 아래로 내렸다. 타격 의사가 없음을 보여주는 자세였다. 하지만 경기는 그대로 진행됐고, 심판은 박종훈의 투구를 '볼'로 판정했다.

문제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오재원이 배트를 내리는 연속 동작을 스윙으로 봐야할지에 대한 판단 여부였다. 그런데 오재원은 당시 타격자세를 푸는 과정에서 배트를 오른팔로 들고 가볍게 앞쪽으로 휘둘렀다. 이 동작을 오재원의 '헛스윙'으로 볼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박종훈의 투구도 볼이 아닌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을 수도 있었다.

둘째는 매너 문제다. 투수가 투구를 시도하려는 과정에서 타자가 갑자기 타격자세를 푸는 행동을 하면 순간적으로 투수는 타이밍을 잃고 흔들리게 된다. 물론 야구에서 투수와 타자간의 흔한 신경전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지만, 지나치면 상대를 자극하는 행위로 비칠 수 있다. 이 장면만 놓고 보면 박종훈이 오재원 때문에 볼카운트 하나를 손해봤다고도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보면 박종훈은 이날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고, 두산은 SK에 6-4로 역전승했다. 이 장면 자체가 경기 흐름에 영향을 주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팬들 사이에서도 엇갈리는 '스윙논란'

이 경기는 미국 ESPN에서도 중계됐다. 당시 ESPN 중계진은 오재원을 가리켜 '자신만의 스웨그(멋)가 있는 선수"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미국 메이저리그 분석가인 롭 프리드먼은 27일 자신의 SNS(사회연결망서비스)에 당시 오재원의 스윙 장면을 올리면서 오재원 쪽을 옹호하는 듯한 해석으로 미국 야구팬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기도 했다. 프리드먼은 "오재원의 동작이 공을 치려고 하는 행동으로 보이는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명백히 타격 의사를 보이지 않은 만큼 오재원의 동작을 스윙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반면 일부 미국팬들은 명백한 헛스윙이고 스트라이크 판정이 내려졌어야 한다며 심판의 오심을 주장하기도 했다. 국내 야구팬들의 의견도 저마다 분분하다. 

KBO 심판들의 판단은 어땠을까. 직접 경기를 맡았던 이민호 심판은 "스윙 여부는 타자가 공격하려고 하는 행위를 보고 판단한다"며 "이 장면으로 스윙을 선언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허운 심판위원장도 "타격 행위가 아니며, 스윙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정작 당사자인 오재원은 다소 애매모호한 태도로 설명을 피했다. 오재원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윙 영상이 큰 이슈가 되자, "이유가 없지는 않았지만 자세히 이야기 하지는 않겠다. 내가 혼자 욕먹는 것이 낫다"고 답했다.

오재원은 야구팬들 사이에서 평가가 극과 극을 달리는 선수다. 프로선수로서 파이팅과 승부욕이 워낙 뛰어나고 팬서비스도 훌륭하여 호평을 받기도 하지만, 반면 상대팀에게는 거친 경기매너와 얄미운 행동으로 구설수에 오른 경력도 여러 번이다.

다만 오재원에 대한 호불호와는 별개로, 이유가 있다고 해서 불필요한 행동이 미화되지는 않는다. 정당한 이유없이 경기흐름을 끊거나 투수의 투구동작을 방해할 수 있는 플레이는 자제하는 게 맞다. 또한 심판의 판정과 경기운영에도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심판은 오재원이 타격 의지가 없다고 판단했으면서도 경기를 중단시키지도 않았고, 정작 헛스윙 동작을 인정하지도 않아 보는 이들에게 혼선을 일으킨 측면이 있다. 

이번에는 가벼운 해프닝 정도로 넘어갔지만 앞으로 중요한 승부처에서 이런 장면이 또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사소한 룰이라도 실제 경기에서는 그 해석 차이에 따라 팀에 엄청난 영향을 가져올 수도 있는 게 야구다. 애매모호한 상황일수록 분명히 정리하고 넘어가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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