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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발생한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사회는 유례없는 재난을 마주했다. 일상의 회복을 향한 갖가지 노력과 정부대책이 세워졌으나, 여성노동이 저평가 되고 있던 사회에서 재난을 마주한 여성노동자는 해고 1순위에 처하고, 정당한 가치 인정 없이 가정과 사회에서 요구되는 돌봄노동을 모두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2020년 제4회 '임금차별타파의 날'을 맞아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노동조합은 여성노동자들의 현실과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채 재난위기 대책이 논의 되고 있는 것에 문제제기 한다. 코로나19를 마주한 여성노동자들이 일터와 삶터에서 어떻게 살아나가고 있는지 <해고·돌봄 0순위, 재난 속 여성노동자>기획을 세워 총 13개의 글을 오마이뉴스에 기고해 여성의 현장 상황을 알리고자 한다.[편집자말]
[이전 기사: 관광도시 '경주'의 여성노동자 이야기... "무조건 쉬라네요"]

3월 2일, 교육부는 개학 연기를 발표했다. 이에 때아닌 보릿고개를 맞이한 이들이 있었다. 바로 학교비정규직 "방학 중 비근무자(이하 방중비근무자)"들이다.

학교에는 40만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 여성노동자의 비율은 약 90%로 학교비정규직 문제는 여성비정규직 문제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근로형태도 다양하다. 특히, 방학 중에는 근무하지 않아 임금을 받지 못하는 방중비근무자들은 10만여 명이다.

방중비근무자들에게 개학 연기는 가혹했다. 휴업수당도 지급받지 못하고, 생계대책도 없었다. 전국여성노동조합은 이들의 목소리를 모아 교육 당국에 대책을 마련하라 요구했다. 그 결과, 대다수의 방중비근무자들은 3월 둘째 주부터 출근했다.

한편, 방중비근무자인 매점관리원인 A씨는 출근지시를 받지 못했다. 학교 측에 문의하니 임금재원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매점을 폐업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그동안 성실히 일했던 일터와 직업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매점관리원, 어쩌면 추억 속으로...
 
 고등학교 매점에는 "매점관리원"이 없고 자판기가 있다.
 고등학교 매점에는 "매점관리원"이 없고 자판기가 있다.
ⓒ 전국여성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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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날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곳.
지친 몸과 마음에 달콤한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곳.
종 친 것도 모르고 친구들과 수다 삼매경에 빠지는 곳.
학창 시절 추억 한 켠에는 언제나 매점이 있었고, 그 매점을 관리하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매점관리원이다.

A씨는 매점관리원으로 7년을 일했다. 주로 매점에서 판매, 관리업무를 하였지만, 학교 민원업무 및 환경정화, 행정실 업무 보조도 하였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조력자의 역할도 도맡았다.

A씨의 교육청 소속의 무기계약직이지만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 다른 학교비정규직과 다른 점이 있다면 임금이 교육비특별회계가 아닌 매점 수익금(학교운영비)에서 지급된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A씨의 임금은 교육청이 마련한 예산에서 지급되지 않고 매점에서 발생된 수익에서 지급된다. 그러니, 같은 방중비근무자여도 매점매출이 없어 임금을 줄 수 없다는 이유로 출근 지시가 없었다. 이에 A씨는 노동조합에 상담했다.
  
A씨의 상담을 시작으로 노동조합은 매점관리원들에게 연락했다. 매점관리원 대다수가 생계를 걱정하며 출근 지시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노동조합은 이 문제를 교육 당국에 알리고, 적극적으로 해결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그 결과, A씨와 동료들은 4월부터 출근할 수 있게 되었다.

4월 첫 주, 드디어 A씨가 첫 출근을 하였다. 그러나 A씨는 웃을 수 없었다. 매점을 찾는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기 때문이다. 매점 폐업 이야기가 점점 현실화될까 노심초사했다. 학교에 출근해도 업무분장이 제대로 되지 않아 잡초제거만 하다 오는 날도 있었다.

매점관리원들의 고용위기는 예전부터 존재했다.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매점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이 학생들의 건강을 해친다는 부정적 시선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학생 수의 감소, 0교시 폐지, 야간자율학습시간 조정 등으로 매출은 점점 줄어들어 학교는 매점을 유지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고 매번 매출이 감소한 것은 아니다. 한때 A씨의 매점은 순이익이 연간 6천만원 이상 발생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매점수익금은 회계연도 안에 모두 소진해야 하는 구조이기에 학교사업비로 모두 사용되어왔다. 따라서 이번 코로나19 사태처럼 학사일정이 정상화되지 못해 매출이 없거나 부진했을 때 매점관리원의 인건비를 마련할 방법이 없다. 매점관리원에게 책임이 전가되는 것이다. 그리고 책임의 결과는 매점의 폐업과 매점관리원의 해고로 연결된다.

A씨 주변 학교들의 매점에는 "사람"은 없고 "기계"가 들어왔다. 바로 자판기다.

노동조합은 지난 3년간의 A씨 근무지역의 매점 현황을 살펴보았다. 50여개의 매점 중 30여개 매점이 문을 닫았고, 그 자리에 자판기가 있었다.

A씨는 "근본적으로 매점의 설립 취지가 학생들의 복지를 위함임에도 매출이 높을 때는 수익금만 취하고, 매점관리원의 처우개선은 탁상행정으로 방치해버린 결과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매점폐업의 실질적 문제를 부각하는 상황을 만든 것 같다"라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였다.

노동조합은 교육청에 매점관리원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고, 현재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다.

여성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이 필요하다
 
 지난 3월 9일, 전국여성노동조합은 학교비정규직 방학 중 비근무자들의 복무차별을 규탄하고 돔봄교실 안전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였다.
 지난 3월 9일, 전국여성노동조합은 학교비정규직 방학 중 비근무자들의 복무차별을 규탄하고 돔봄교실 안전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였다.
ⓒ 전국여성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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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여성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으며 심각한 고용 위기와 경제적 위협을 가하고 있다. 이번 위기가 처음이 아니다. 1997년 IMF 위기, 2008년 금융위기 등 여성노동자들은 경제 위기에서 가장 먼저 해고되고, 취약한 일자리를 강요받았다. 이는 전국여성노동조합이 출범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전국여성노동조합은 이번 코로나19 위기에도 여성노동자들을 보호했다.

학교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생계안정과 돌봄전담사의 안전대책을 촉구하여 대책을 마련하게 하고, 인력감축과 무급휴직 압박을 받고 있던 청소노동자들은 교섭을 통해 피해를 막아냈다. 또한,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우리 사회에 전달하여 대책 마련을 촉구하였다. 이는 노동조합이 함께 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지난 통계청이 발표한 <전국노동조합조직현황(2018년 기준)>에 의하면 우리나라 노동조합 조직률은 11.8%이고, 여성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약 5%로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재난의 피해를 혼자서 대응해야 하는 여성노동자들이 많다는 의미이다.

여성노동자들에게 여성을 위한 노동조합이 필요하다.

누구도 여성노동자의 목소리를 대신 내주지 않는다. 여성 스스로 목소리를 높여 현실을 외쳐야 한다. 더 많은 여성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이라는 우산 아래 이 위기를 극복하고 평등한 세상을 바꾸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 [상담] 코로나19 관련 여성 노동상담 : 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 tel.1670-1611(전국공통) / 전국여성노동조합 상담전화 tel. 1644-1884(전국공통)
* [참여] '코로나19가 여성의 임금노동과 가족 내 돌봄노동에 미친 영향' 설문조사 : https://bit.ly/2020womenwo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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