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초봄부터 피기 시작한 여의도 생태숲의 꽃들이 5월에 절정을 이룬 느낌이다. 시선이 가는 곳마다 거의 눈에 들어온다고 할 정도로 꽃들이 지천이다. 게다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찔레꽃, 아기똥풀꽃, 이팝나무꽃, 말발도리꽃, 서양민들레꽃, 메꽃, 금계국꽃, 별꽃, 토끼풀꽃, 씀바귀꽃, 가락지나물꽃, 살갈퀴꽃, 지칭개꽃, 개망초꽃. 최근 열흘 새 생태숲 산책길에 만난 꽃식물사회의 성원들이다. 

꽃들은 저마다 높이가 다르다. 여의도 생태숲의 꽃 중 가슴 높이, 또는 그 이상까지 피어 있는 것은 이팝나무꽃, 말발도리꽃, 찔레꽃 들이다. 이것들은 눈높이도 알맞고 꽃도 풍성하여 특별히 시선을 주지 않아도 저절로 눈에 잡힌다. 
 
좌우에 찔레꽃이 피어 있어 산책길이 즐겁다.
▲ 신록이 짙어진 여의도 생태숲 산책로 좌우에 찔레꽃이 피어 있어 산책길이 즐겁다.
ⓒ 강등학

관련사진보기

 
말발도리는 2m 정도의 낙엽관목으로 산골짜기 돌틈에서 자란다.
▲ 여의도 생태숲에서 만난 말발도리꽃 말발도리는 2m 정도의 낙엽관목으로 산골짜기 돌틈에서 자란다.
ⓒ 강등학

관련사진보기

 
그 중에도 찔레꽃은 개체가 많아서 산책길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무성해진 푸른 잎을 배경으로 하양, 또는 연홍의 꽃들이 몇 송이씩 다발로 피어있는 찔레꽃의 자태는 참 보기 좋다. 소박하면서도 고상하여 귀태마저 느끼게 한다. 
  
장사익이 어느 담장 밑에 외로이 핀 '찔레꽃'을 두고 별처럼 슬프고, 달처럼 서럽다고 노래했지만, 이곳의 찔레꽃들은 외롭거나 슬프지 않다. 어느 곳에서나 눈에 먼저 들어오니 찔레꽃은 생태숲 곳곳에서 꽃식물사회를 이끄는 주류라고 할 수 있다. 
 
찔레꽃은 전국의 산과 들의 기슭과 계곡에서 흔히 볼 수 있어 친근하다.
▲ 여의도 생태숲의 찔레꽃 찔레꽃은 전국의 산과 들의 기슭과 계곡에서 흔히 볼 수 있어 친근하다.
ⓒ 강등학

관련사진보기

 
여의도 생태숲에서 눈높이를 조금 낮추면 중위권 꽃식물들이 보인다. 넉 장의 노랑색 꽃잎을 지닌 애기똥풀, 각각 노란색과 흰색의 긴 꽃잎들을 둥글게 펼친 금계국과 개망초, 망울 모양 끝에 보라색 술을 하늘로 내민 지칭개들이 있다. 
 
국화과의 두해살이꽃이다.
▲ 여의도 생태숯의 개망초꽃 국화과의 두해살이꽃이다.
ⓒ 강등학

관련사진보기

   
우리나라 농촌 들녘에서 아주 흔하게 관찰되는 터주식물이다.
▲ 여의도 생태숲의 지칭개꽃 우리나라 농촌 들녘에서 아주 흔하게 관찰되는 터주식물이다.
ⓒ 강등학

관련사진보기

 
중위권 꽃식물들은 허리 부근까지 적당한 높이로 자라나 각각의 꽃 빛과 형상으로 나무 밑의 풀숲을 생기롭게 장식한다. 우선 애기똥풀은 숲속 풀밭에 군락을 이루어 짙푸른 녹음을 군데군데 노랗게 채색하며 보석인양 장식한다. 

그리고 키가 큰 나머지 꽃식물들은 가벼운 바람에도 가는 줄기로 꽃을 흔들어대 숲의 음악을 들려주려는 듯 생동감을 연출한다. 특히 금계국꽃은 노란빛이 강렬하여 그 움직임이 녹음을 베이스로 시각적 리듬을 일으키며 시선을 홀린다. 
 
마을 주면에서 흔히 자라는 두해살이풀이며, 꽃말은 '엄마의 사랑'이라고 한다.
▲ 여의도 생태숲의 애기똥풀과 나무 마을 주면에서 흔히 자라는 두해살이풀이며, 꽃말은 "엄마의 사랑"이라고 한다.
ⓒ 강등학

관련사진보기

   
국화과의 한해살이, 또는 두해살이풀이다.
▲ 여의도 생태숲의 금계국꽃 국화과의 한해살이, 또는 두해살이풀이다.
ⓒ 강등학

관련사진보기

 
눈높이를 아주 낮추면 발목을 넘어설 정도로 자라는 하위권 꽃식물들이 보인다. 토끼풀이나 별꽃처럼 본디 키가 작거나 메꽃이나 살갈퀴처럼 줄기는 길어도 덩굴로 자라는 것들이다. 씀바귀나 가락지나물은 키가 다소 크지만, 잘해야 무릎 정도의 높이에 지나지 않는다. 
 
 전국의 밭이나 들, 산록에서 덩굴져 자라는 두해살이식물이다. 나비모양의 홍자색꽃이 재미있다.
▲ 여의도 생태숲의 살갈퀴꽃  전국의 밭이나 들, 산록에서 덩굴져 자라는 두해살이식물이다. 나비모양의 홍자색꽃이 재미있다.
ⓒ 강등학

관련사진보기

   
전국의 들에서 자라는 덩굴성 다년생식물이다. 깔대기 모양의 연한 홍색꽃이 순박해 보인다.
▲ 여의도 생태숲의 메꽃 전국의 들에서 자라는 덩굴성 다년생식물이다. 깔대기 모양의 연한 홍색꽃이 순박해 보인다.
ⓒ 강등학

관련사진보기

 
하위권 꽃식물은 대개 그 꽃들도 잘다. 지름이 1cm 내외의 것이 대부분이다. 그 중에도 별꽃은 5mm 이내로 정말 잘다. 내가 처음에 언뜻 별꽃을 보고 그저 푸른 잎 위에 촘촘히 박힌 흰점으로 인식했던 것도 무리는 아니다. 

별꽃은 밤하늘의 별과 다름없다. 이름처럼 짙푸름 위에 흰빛으로 총총히 빛난다. 호기심에 자세히 들여다봤다. 10장의 꽃잎을 힘차게 펼치고 있었다. 순간 나는 그 분위기에 적잖이 놀랐다. 비록 작지만, 그 안에 어떤 당당함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별꽃이 예뻤다. 내 마음도 환해졌다. 
 
전국의 밭이나 길가에 흔히 자란다. 꽃은 작아도 있을 것은 다 있다.
▲ 여의도 생태숲의 별꽃 전국의 밭이나 길가에 흔히 자란다. 꽃은 작아도 있을 것은 다 있다.
ⓒ 강등학

관련사진보기

 
생태숲에 핀 꽃은 저마다 높낮이가 다르고, 모양과 색깔도 제각각이다. 그러나 어디에 어떤 모양으로 피어있건 꽃식물사회에 공통된 섭리가 있다. 꽃은 그냥 피는 것이 아니라 피워내야 핀다는 것이다. 

언 땅은 야생의 꽃식물들도 좋아하지 않는다. 종자로 있든지, 뿌리로 있든지 겨울은 그저 견뎌내야 하는 시련이다. 그래서 꽃식물이 수행한 생명 활동의 서사는 같지 않아도, 그 값은 서로 다르지 않다. 모두 야생살이를 하며 주어진 본연의 소임을 해낸 작은 영웅들이며, 장한 존재들이다. 

그러고 보면 5월 여의도 생태숲의 꽃잔치는 꽃을 피워낸 꽃식물들의 축제가 아닐 수 없다. 저마다 스스로 피워낸 꽃들을 자랑스레 내놓고 있다. 5월의 꽃들이 아주 당당해 보이는 까닭이다. 그래서 나는 생태숲의 꽃잔치를 이룬 꽃식물들에게 축하의 마음을 보내고 싶다. 

자연의 섭리가 사람의 삶이라고 다르겠는가? 우리 역시 어려워도 쉽게 놓지 않고, 온 마음을 다해 삶의 꽃을 피워야 한다. 힘은 들어도 그리하면 사람도 꽃보다 아름다울 수 있다. 글쓰기를 마치면 안치환의 노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들어야겠다. 

태그:#여의도 생태숲, #야생화, #들꽃, #장사익, #안치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노래와 문화에 관심을 두면서 짬짬이 세상 일을 말하고자 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