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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상규 위원장이 안건을 상정하고 있다.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상규 위원장이 안건을 상정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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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헌 더불어민주당 법사위 간사 : "문화강국으로 커나가기 위해 제정된 법입니다. (중략) K팝 등 예술 자체가 강점 콘텐츠 아닙니까. 적극적인 예술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다소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20대 국회에서 이건 좀..."

지난 20일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직전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송기헌 민주당 간사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상대로 '예술인 권리보장법안' 통과의 필요성을 언급한 대목입니다. 김도읍·장제원 미래통합당 의원이 체계·자구 등 추가 수정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최종 통과를 반대하고 나서자, 방어 논리를 제시한 겁니다. 여당 의원 중에선 유일했습니다.

"미래통합당 때문에 통과 안 된다" 민주당 해명의 이면

결과적으로 이 법안은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이날 법사위에서 여당과 정부가 제시한 입법 취지가 전혀 먹혀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예술인권리보장법안은 'K팝을 통한 문화 강국 양성'이나, 콘텐츠 산업 강화를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안이 아닙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홈페이지에서 검색한 이 법안의 '제안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태'와 예술계 '미투' 운동 등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를 침해하는 사태가 연이어 발생하여 많은 예술인들이 직·간접적 피해를 본바, 불공정한 예술 환경과 사회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인 예술인의 삶을 구제할 수 있는 법령을 제정해야 한다는 예술계의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임.

따라서, '예술표현의 자유'와 '예술인의 직업적 권리 보호'를 법률로 규율하여 예술인에 대한 권리침해 행위를 방지하고, 성평등한 예술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폐쇄적 예술계 환경과 권리구제 사각지대에 놓인 예술인에게 실효적인 피해구제 방안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임."

"법안 자체를 모르는 겁니다. 법사위에 뒤늦게 쓸려왔고, 송기헌 의원만 그러고 있는데 나머지 (여당) 다른 의원들은 반론도 안했고. 다 어디 갔냐고요..."

이성미 여성문화예술연합 대표의 말입니다. 지난해 4월, 다른 의원실을 전전하다 김영주 민주당 의원의 대표 발의로 상정된 이 법안을 시작 단계부터 이끌어 온 인물입니다. 이 대표는 지난 20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힘이 쭉 빠진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여당도, 야당도 의지가 없다"는 한탄이었습니다.

그는 "지난해 11월 기자회견 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위원실을 다 돌았다, 그런데 이 법안을 발의한 김영주 의원이나 민주당 문체위 간사인 신동근 의원 빼고는 이 법안이 있다는 것도 모르더라"라면서 "항상 미래통합당이 반대해서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대응하는데, 직접 의원들을 만나면 법안의 중요성에 공감하지도 못하고 당 지도부 또한 이를 알리려고 하는 의지가 없었다"라고 토로했습니다.

주무부처 장관도 모르는 법안 심사 과정

당시 법사위 회의에선 주무부처 장관조차 해당 법안이 국회에서 얼마나 심의됐는지 파악하지 못하는 장면도 등장했습니다. 송기헌 의원이 "문체위에서 상당한 논의가 있었다고 생각이 드는데, 어느 정도 논의됐느냐"라고 묻자, 박양우 장관은 "지난해 4월 발의해 그동안 소위원회에서도 굉장히 많이 논의됐다"라고 답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이 법안은 지난해 4월 발의된 후 고작 6번의 문체위 법안심사소위 중 딱 한 번, 지난 7일 소위에서 논의 된 끝에 수정안이 가결돼 법사위로 올라왔습니다. 패스트트랙 사태로 협치의 다리가 절단된 20대 국회 암흑기 동안 쭉 잠들어 있다가 막판 법안심사소위에서 겨우 회생하게 된 겁니다.

'일 안하는 국회'의 벼락치기였지만, 행정부와 입법부가 모처럼 합을 맞춘 결과였습니다. 지난 7일 법안심사소위 회의록을 봐도, 위원들의 다급함이 느껴집니다. 상임위 전문위원 등 입법부의 조언은 물론, 문체부차관 등 정부 측의 법안 수정 의견을 모두 받아들이는 대목에섭니다.

오영우 문체부 1차관 : "입법 취지에는 전적으로 동감하기 때문에요. 수석전문위원께서 여러 검토 요소를 말씀하셨고, 대부분 법무부와 행안부 의견을 반영한 내용이라 이를 조정해 정부 측이 우려한 부분이 (수용) 된다면 (처리) 취지에 동감합니다."

김영주 의원 : 정부 측에서 이야기하신 것처럼, 아까 (수정 제안된) 내용은 다 빼겠습니다. 우선 제정법을 만들어 놓고..."

미래통합당 소속 박인숙 소위원장 : "뭉텅뭉텅 (수정이 필요한 부분을) 빼더라도, 큰 틀만 가게 하는 건 어떨까 생각합니다. 이의 없으시죠? 가결하겠습니다."


'얼마나 논의했느냐'는 송 의원의 질문에 대한 박양우 장관의 답변이 아쉬운 대목입니다. 박 장관의 답변을 듣자마자 김도읍 의원이 "제정법인데 공청회도 없었다, 소위 한 번 열어서 제정법을 얼마나 심도 있게 논의했다는 거냐"라며 반대 기세를 올렸습니다. 장제원 의원도 덩달아 재수정을 요구했습니다.

사실 김 의원이 제기한 반대 이유는 모두 반론이 가능한 대목입니다. 국회법 58조에 따라, 제정법이라 하더라도 상임위원회 의결로 공청회를 생략할 수 있습니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11월 공청회 생략을 의결한 뒤 소위로 회부된 바 있고요.

논의 횟수에 대한 공세는 사실 주관 상임위에 대한 법사위의 월권입니다. 속기록에서 보듯이, 정부 측과 전문위원의 수정 의견이 모두 반영 돼 문체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의결을 합의했기 때문입니다. 여상규 위원장도 지난 2018년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법사위는 절대 법안의 저수지가 돼선 안된다"라며 법사위의 지나친 입안 개입을 우려한 바 있습니다.

이는 20대 국회만의 일이 아닙니다. 19대 국회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를 평가한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국회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제도에 관한 연구)를 보면 법사위가 법안 완결성을 위한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설하면서도, "(때로) 법안의 실질적인 내용까지 심사해 국회법 정신에 위배되는 월권을 행하고 있으며, 신속한 법안 처리에도 방해요소로 작용한다는 부정적 측면이 실제하고 있음이 실증적으로 확인 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기본만 해도 이렇게 힘들지 않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지난 20일 보류 결정된 예술인의 지위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수정안과 기존 법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지난 20일 보류 결정된 예술인의 지위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수정안과 기존 법안.
ⓒ 조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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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정치학자 야스차 뭉크는 저서 <위험한 민주주의>에서 "왜 국민이 뽑은 대표자에게 국민의 목소리가 거의 무의미해지게 됐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정치 엘리트와 유권자 다수 사이의 사회적·문화적 균열이 커진 점"을 그 원인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이 균열은 곧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시민들의 애정을 약화시켜 포퓰리스트의 탄생을 부추기고 있다는 해설도 덧붙입니다.

21대 국회 개원을 일주일여 앞둔 지금, 여당을 중심으로 '일하는 국회'에 대한 논의가 한창입니다. 매월 2회 이상 법안심사소위 개회 의무화, 한 상임위에 2개 이상 복수상임위 설치, 법사위 체계 및 자구 심사권 폐지 등 구체적인 제안도 이미 나와 있습니다. 의원을 평가할 때 발의 건수 대신 회의 참여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국민을 대표하는 입법 기관'. 국회의원들이 행정부를 상대로 상임위원회의에서 질의를 던질 때, 자신을 소개하는 표현 중 가장 흔한 말입니다. 국회 개혁에 너도나도 목소리를 높이는 이때, 법안을 손꼽아 기다린 시민은 다시 의문을 가집니다. 시민과 국회의원이 법안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부터 좁혀야 한다는 요구입니다. 이성미 여성문화예술연합 대표에게 21대에서도 원점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겠냐고 물었습니다.

"(한숨)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우리가 생각하는 국회의원들의 기본만 해도 이렇게까지 힘들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우리만 그럴까요. 법안 대다수가 이러고 있을 것 아닙니까. 지금 시스템에선 국회의원들이 (법안을 등한시해도) 손해 보지 않죠. 그게 문젭니다. 민주당은 잘하려고 했는데 미래통합당 반대 때문에 못했다? 아니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둘 다 일을 안했어요."

적어도 법사위까지 올라온 법안의 취지 정도는 여야와 정부가 모두 숙지하고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비판입니다. 숙지할 수조차 없게 만든 '일 안한 국회'에 대한 자조이기도 합니다. 시민이 입법을 포기하게 만드는 국회, 괜찮을까요. 

법률안 처리율 역대 최저치 37.8%, 접수 법안 2만 4139건 중 미처리 법안 1만 5012건, 법안소위 미상정 법안 8036건. 국회 개혁은 예술인권리보장법안과 같은 폐기 법안 위에서 다시 쓰는 집권 여당의 오답노트입니다.

[관련기사]
"21대 가서 하시죠" 이 한 마디로 좌절된 '예술인 권리보장법' http://omn.kr/1nnz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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