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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교복 통과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중인 성남시민단체 대표들.  
발언하고 있는 양미화 성남평화연대 대표와 신옥희 성남여성회 대표
 무상교복 통과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중인 성남시민단체 대표들. 발언하고 있는 양미화 성남평화연대 대표와 신옥희 성남여성회 대표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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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국적 청소년도 우리 학교 학생이고, 우리 반 친구입니다. 학교에서 차별을 당하지 않게 해주세요."

서울시 금천구의 한 중학교 교사가 들고 있는 손 피켓에는 외국 국적 학생도 교복지원금 대상에 포함해달라는 간절한 바람이 담겼다.

금천구를 비롯해 서울시 일부 자치구가 중·고등학생 교복비 지원 사업에서 외국 국적 학생을 제외해 차별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가운데, 경기도의 무상교복 지원 사업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2016년 경기 성남에서 전국 처음으로 시작된 차별 없는 무상교복 지원 사업은 현재 경기도 내 31개 시군 전 지역으로 확산했다. 경기도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10여 개 지자체가 무상교복 정책을 시행 중이다. 반면 무상교복 사업 추진을 위한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시의 무상교복 논의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무상교복은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중·고교 1학년 신입생에게 무료로 교복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무상급식과 같은 보편적 복지정책이다.

서울시 18개 자치구 중 교복지원 조례가 있는 자치구는 강동구, 금천구, 중구, 마포구, 동대문구 등 5개 구다. 그나마 동대문구는 지난해 구의회에서 교복지원 예산이 삭감되면서 올해 사업은 추진하지도 못했다. 나머지 4개 구는 모두 학생 1인당 30만 원씩 교복지원비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 국적의 학생들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교복지원 조례에서 지원 대상을 해당 구에 주민등록을 둔 학생으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가운데)이 7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실에서 서울시교육청-서울시-자치구가 함께하는 '학생 식재료 꾸러미 지원' 사업 추진을 발표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가운데)이 7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실에서 서울시교육청-서울시-자치구가 함께하는 "학생 식재료 꾸러미 지원" 사업 추진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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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구 소재 한 중학교에서 교복 관련 업무를 하는 교사 조남규씨는 "담임 선생님들이 '우리가 차별하지 말자고 다문화 교육을 하면서 외국인은 교복지원을 안 한다고 하면 무슨 교육 효과가 있겠느냐'고 하더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금천구의회 백승권 행정재경위원회 위원장은 "조례를 발의하면서 미처 외국인 학생까지 생각하지 못했다"며 조례 개정 의사를 밝혔다. [관련 기사 보기 : 외국인 학생만 빼고 교복 지원? 어느 교사의 이유 있는 반발]

문제는 나머지 14개 자치구의 학생들은 아예 교복비를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자치구별로 진행한 교복나눔 행사 등으로 교복비 부담을 줄여왔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그런 행사마저 전면 취소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 차원에서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무상교복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의 무상교복 정책 추진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다른 광역단체들과 달리 서울시는 단체장이나 교육감의 공약사업이 아니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8월 열린 서울시의회 임시회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무상교복 예산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면서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박원순 시장은 "무상교복은 서울시교육청과 (예산을) 5대 5로 한다면 당연히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조희연 교육감은 "서울시가 (예산을) 100% 부담해야 한다"고 맞섰다.

특히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울시의회 의원들이 무상교복 지원 조례 제정에 나서자, 조희연 교육감은 입장문을 내고 정책 추진 유보를 요청했다. 지난해 4월부터 추진한 `편안한 교복 공론화`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교복과 편안한 교복을 자유롭게 선택해서 입도록 하는 병행 방안`이 압도적 다수라는 것이다.
 
30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 열린 편안한 교복 공론화 추진단 발대식에서 조희연 교육감(앞줄 왼쪽 다섯번째), 김종욱 추진단장(앞줄 왼쪽 두번째)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과 편안한 교복 공론화 추진단은 8~9월 시민 1천명 이상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공론화 의제를 도출한 뒤 학생 300명가량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학생, 학부모, 교사,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300명 규모 시민참여단이 토론을 벌여 오는 11월께 '편안한 교복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일선 학교는 이 가이드라인을 반영해 내년 자율적으로 교복 규정을 바꾸게 된다.
 30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 열린 편안한 교복 공론화 추진단 발대식에서 조희연 교육감(앞줄 왼쪽 다섯번째), 김종욱 추진단장(앞줄 왼쪽 두번째)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과 편안한 교복 공론화 추진단은 8~9월 시민 1천명 이상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공론화 의제를 도출한 뒤 학생 300명가량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학생, 학부모, 교사,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300명 규모 시민참여단이 토론을 벌여 오는 11월께 "편안한 교복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일선 학교는 이 가이드라인을 반영해 내년 자율적으로 교복 규정을 바꾸게 된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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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교육감은 "지금 이 시기에 무상교복 정책을 채택한다면, 이는 획일적 교복을 탈피하려는 `탈 교복` 선택을 뒤집게 하는 정책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며 "어떤 학교들은 이미 `탈 교복`을 선택했거나, 앞으로 선택할 계획인데, 무상교복 정책이 시작되고, 이런 학교의 학생들에 대해서만 교복비를 지원해주지 않으면 형평성에 맞지 않게 된다"고 우려했다.

'소년공' 이재명 지사가 무상교복에 애착을 둔 이유는...

반면, 경기 성남에서 시작한 무상교복 지원 사업을 경기도 전역으로 확대할 수 있었던 것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보편적 복지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재명 지사는 성남시장 재직 시설인 지난 2016년 전국 최초로 중학교 신입생에 대한 교복비 지원을 시작했다. 애초 고등학교까지 사업을 확대하려고 했지만, 박근혜 정부의 횡포로 어려움을 겪었다. 박근혜 정부는 당시 이재명 시장이 추진한 3대 무상복지(무상교복·공공산후조리원·청년배당) 정책을 '망국적 포퓰리즘'이라며 반대했다.

박근혜 정부는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 협의 운용지침'을 변경해 지자체가 복지 제도를 신설할 경우 반드시 중앙정부와 협의를 거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했지만, 예상대로 '불수용' 결정이 내려졌다. 사회보장 기본법을 악용해 사실상 지방정부를 통제한 것이다. 심지어 통제에 따르지 않으면 지자체의 교부금을 삭감하겠다며 시행령을 마음대로 바꾸는 전횡을 일삼기도 했다.

지방분권을 국정과제로 제시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야 사회보장위원회의 '수용' 결정이 내려졌고, 성남시는 2018년부터 고등학교 신입생까지 무상교복 지원 사업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성남에서 시작된 고교 무상교복 지원 사업은 용인, 광명, 과천, 오산시 등 경기도 전역으로 확대되는 `나비효과`를 불러왔다.

그해 경기도지사에 취임한 이재명 지사는 무상교복 지원 사업을 경기도 전역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지사는 "무상교복은 헌법 정신에도 부합하고 재정적 부담도 무상급식에 비해 크지 않다"며 "학부모들의 과중한 교육비와 가계 부담을 줄이고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해 보편적 교육복지가 실현되는 경기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무상교복 입법예고를 하고 있는 모습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무상교복 입법예고를 하고 있는 모습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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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지난해 경기도 내 31개 시군 전체 중학교 신입생을 대상으로 교복을 지원한 이후 올해 고등학교 신입생까지 대상을 확대했다. 중·고등학생 25만9,000명을 대상으로 예산 약 779억 원(2020년 기준, 도 194억 원, 시군 194억 원, 교육청 389억 원)이 소요됐다.

특히 도내 중·고등학교 입학생뿐만 아니라 도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비인가 대안 교육기관 입학생 및 타시도 소재 중학교 입학생도 지원 대상이다. 또한, 외국 전입생, 다문화 및 외국인 가정 학생 등도 지원 대상에 포함해 모든 차별을 없앴다. 2019년 기준 도내 외국인, 다문화가정 중·고등학생은 2,897명이다.

이 지사는 무상교복 지원 사업에 애착을 두게 된 것이 가난한 어린 시절 교복을 입어보지 못한 아픔에서 기인했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본인의 어린 시절 일기를 재구성한 연재글 <나의 소년공 다이어리>에서 "나의 청소년기는 교복을 입지 못한 상처로 얼룩져 있었다"며 "학교 대신 공장에 다녔고, 교복이 아닌 작업복을 입었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이재명 지사는 검정고시를 거쳐 중앙대 법대에 합격하자마자 곧바로 대학교 교복을 맞춰 입고 입학식에서 참석했다고 한다. 이 지사는 "이런 경험을 갖고 있는 나는 요즘도 비싼 교복값에 휘청이는 청소년과 학부모에게 유난히 마음 쓰이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런 고민거리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태그:#이재명경기도지사, #박원순서울시장, #무상교복, #외국학생차별, #조희연서울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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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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