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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5·18민주화운동 40주기가 되는 날이다. 강물이, 마이산과 함께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을 보았다. 중간에 지루해하며 그만 볼지도 모른다는 내 예상을 뒤엎고 아이들은 집중하며 끝까지 다 보았다. 기념식이 끝나고 아이들과 난 얼굴을 마주했다.

강물 : "울컥했어. 할머니가 편지 읽어줄 때……."
마이산 : "나도. 밥 해놓고 할아버지를 기다렸다고 했는데……. 다시는 만나지 못 했어……."


아이들은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내가 영화를 보다가 울기라도 하면 "엄마, 저건 영화야. 왜 울어?" 하며 당혹스러워 하던 아이들이 타인의 슬픔에 공감을 하고 있다.

타인의 슬픔에 공감하는 아이들

마이산 : "애국가 나올 때 가슴에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빙빙 돌다가 위로 올라가는 느낌이 들었어."
강물 : "애국가 3절 영상이 기억에 남아."
나 : "'내 정은 청산이오' 헌정공연 중간 중간에 나온 그림들 어디서 본 적 있지 않아?"
강물 : "음... 글쎄."
나 : "재작년 겨울에 광주에서 봤었는데."


2018년 12월에 우리가족은 광주5·18기념문화센터에 갔었다. 그때 보았다. <도미야마 다에코-광주의 피에타> 전시를. 당시 4학년이던 강물과 마이산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관람하는 어른들을 마지못해 따라다녔다. 도미야마 다에코의 전시물에도 마찬가지였는데, 해설사의 그림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자 '무섭다'며 전시실 밖으로 나가버렸었다.

그랬던 아이들이 올해 6학년이 되었다. 6학년 1학기 사회교과서에는 민주화운동에 대한 내용이 실려 있다. 근대역사를 배운 아이들은 전과는 다르게 관심을 보인다. 그에 보답하고자 나는 관련 책을 선물해준다.

<아무리 얘기해도>와 <제니의 다락방>은 5월에 읽은 책들이다.
 
40년 전의 5월을 배울 수 있는 책들입니다.
▲ 5월의 민주화 운동 40년 전의 5월을 배울 수 있는 책들입니다.
ⓒ 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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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얘기해도>는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시리즈 중 하나이다. 이 책은 2020년의 서울의 모 고등학교가 배경으로 시작된다. 강물이와 마이산은 초등학생이지만 책 속의 고등학생들과 1980년의 광주를 경험하지는 못했다. 책이나 영화, 기사 등의 기록물로만 접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아이들이 이 책을 읽도록 해주었다.

<제니의 다락방>은 광주기독병원 원목(병원에서 일하는 목사)으로 있었던 헌틀리 목사의 딸 제니퍼 헌틀리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동화이다. <안네의 일기>에서 유태인의 처참함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그 당시의 살아있는 경험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이 책도 9살 소녀의 눈높이에서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아이들은 읽고 나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시작했다.

강물 : "제니가 "박 대통령은 좋은 대통령이지요? 그렇죠?"라고 물어봤을 때, 아빠가 "글쎄다. 대단한 독재자이긴 하지."라고 대답한 게 어떤 의미인지 알겠어."
마이산 : "나는 제니가 군인들에게 아이스티를 가져다 줄 때,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어. 나라면 그렇게 못 했을 거 같아. 그랬다면 숨어있던 사람들이 다 잡혀갔겠지. 제니는 용감해."
강물 : "맞아."


나 역시도 '나라면'이라는 질문에 선뜻 답할 수가 없다. 아이들도 그랬던 것이다.

5월의 전남도청 앞 광장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 5·18 민주광장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하고 있다. 2020.5.18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 5·18 민주광장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하고 있다. 2020.5.18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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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면 그날 도청에 남을 수 있었을까? 그 대답이 무엇이든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시간을 가졌다면, 우리는 그날의 희생자들에게 응답한 것입니다."

이 말은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에 있었던 질문과 답이다. 우리가 마음에 품고 있는 질문에 해답을 주는 것, 동시에 위안을 주는 말이었다. 우리들의 이야기는 다시 기념식으로 돌아간다.

강물 : "기념식 볼 때 5·18민주화 운동을 순서대로 설명해주던 누나하고 형이 멋있어 보였어. 나도 그렇게 되고 싶어."
마이산 : "그 누나랑 형은 역사공부를 많이 했을 걸. 나도 역사공부 많이 해서 그렇게 되어야겠어."


생각지도 못하게 역사공부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되었다.

"오월정신은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희망이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며 만들어진 것."
"진상규명의 가장 큰 동력은 광주 아픔에 공감하는 우리 국민들입니다."


대통령 연설 중에 내 뇌리에 자리 잡은 말들이다. '죽은 자들의 부름에 산 자들이 진정으로 응답하는 길은 5월의 전남도청 앞의 광장을 기억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4·19혁명, 부마민주항쟁,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에 이어 촛불항쟁까지 내가 겪어보지 못한 간접 경험이 참여해본 직접 경험으로 이어진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내 가슴은 오늘 하루 동안 아리면서 뜨거웠다. 이 뜨거움이 계속되기를, 내 아이들의 가슴으로 전달되고 나아가 아이들의 아이들에게까지 전달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브런치에 실립니다.


태그:#5·18 40주기, #1980년 5월, #광주의 피에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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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아들을 키우며 꿈을 이루고 싶은 엄마입니다.아이부터 어른까지 온 가족이 다같이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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