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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코로나19의 지역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생활 속 거리 두기' 체제로 전환되면서, '코로나 종식'에 대한 희망도 커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태원 클럽을 기점으로 집단 감염이 발생한 이후, 코로나19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전 학년의 등교 수업이 일주일씩 연기되었다.   

수천만 명이 움직인 국회의원 선거에서 조차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자 전 세계는 'K-방역'에 대한 찬사를 보냈다. 시민들은 답답해도 일상생활 내내 마스크를 썼고, 손을 씻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지켜온 약속이었다. 그러나 일탈자들의 행동은 사회적 약속과 방역 당국의 헌신 그리고 시민들에게 찬물을 뿌린 셈이다. 
 
 이태원 한  클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가 확진자  증가하자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인근 대형병원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선 대기자들 사이에서 의료진이 검사 안내를 하고 있다.
 이태원 한 클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가 확진자 증가하자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인근 대형병원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선 대기자들 사이에서 의료진이 검사 안내를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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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7일, <국민일보>는 이 사안을 보도하면서 '이태원 게이클럽에 코로나19 확진자 다녀갔다'라는 헤드라인을 띄웠다. 즉시 밀폐된 공간에서 마스크를 벗고 다닌 '용인 66번 확진자'에게 대중의 비난이 집중되었다. 그러나 이 사태에서 '게이 클럽'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하는 언론사의 태도가 온당한지 질문을 던진다. 국민일보가 '게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하자, 온라인 공간에서는 '원래 게이가 싫었다'며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글이 등장했다. 이들은 성 소수자를 비인간적 집단으로 타자화하고 있었다. '공신력을 갖춘' 언론의 보도는 이들의 혐오에 정당성을 부여한 셈이다.

앞선 지난 3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브리핑에서 "사회적 비난이 두려워 진단검사를 받아야 할 사람이 이를 거부해 추가 감염이 더 크게 일어날 경우 그 피해는 공동체 전체로 돌아간다"고 설명했던 바 있다. 이와 함께 '인용 및 보도 시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사생활 정보공개를 삼갈 것'을 강조했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 역시 "차별과 배제는 공동체 정신을 훼손할 뿐 아니라 코로나19 감염을 드러낼 수 없는 사회 분위기를 만듦으로써 결국 방역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했다.

성소수자는 하나의 단체가 아니다

<타락한 저항: 지배하는 '피해자'들, 우리 안의 반지성주의>의 저자인 이라영 작가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반지성주의를 경고했다. 그는 "반지성주의자들은 혐오하는 대상을 모르기 위해 애쓰며, 모르지만 규정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잘 모르는 대상을 '비인간적인 것'으로 규정하며, 경험 대신 단편적인 지식을 판단의 근거로 삼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퀴어 퍼레이드의 자극적인 사진 한 장을 보고, '동성애자들은 길거리에서 음란한 행위를 하는 성도착자들이다'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방송인 홍석천씨의 사회 관계망 서비스에 '동성애자인 당신은 왜 입장을 밝히지 않느냐'는 내용의 댓글이 다수 달렸다. 이러한 댓글 역시 '몰이해'와 '타자화'에 근거한다. 물론 홍석천씨는 한국에서 커밍아웃한 성소수자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이다. 그러나 그가 모든 성소수자들과 동일한 경향성을 공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특정 성적 지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균일한 가치관을 지닌 단체'로 일원화하는 것은 무용한 일이다. 

'신천지'와 '성소수자'를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사람이 있다. 신천지는 비좁은 공간에 많은 인원이 거리 확보를 하지 않은 채 예배를 보는 집단적 특성을 가지고 있었으며, 조직적인 은폐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지탄을 받았다. 그러나 성소수자는 종교 집단이 아니다. 개인의 지향일 뿐이며, 모두가 연결된 네트워크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성소수자라는 정체성 자체가 비난의 명분이 되어선 안 될 것이다.

전국 확진자가 2000명을 넘긴 상황이었던 지난 2월 28일, 서울 강남의 모 클럽에도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전광판에는 '코로나 따위 개나 줘라'라는 문구가 반짝거렸다. 여기서 감염자가 발생했다는 근거는 없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하지 않는 사람들은 많았다.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지 않았던 클럽 업주들, 그리고 마스크를 벗고 경각심을 버린 개인들의 이기적 행태를 비판해야 옳다. 검사를 거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자발적 참여를 요구해야 한다. 우리는 '성소수자 클럽'이 아니라, 클럽에 가는 일 자체가 문제라고 말해야 한다.

개신교 재단에 의해 설립된 국민일보는 과거에도 호모포비아적 보도로 비판받았던 적이 몇 차례 있다. 2016년 8월에는 탈동성애를 선언한 남성의 이야기를 기사화하면서 '동성애는 사랑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올해 3월에는 '이 시국에 게이들은 찜방서 집단난교 벌이고 있었다'라는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작성하기도 했다.

우리는 언제까지 혐오를 재생산하고 정당화하는 보도를 지켜 보아야 하는가? 대상을 인간으로서 이해하고자 하지 않는 혐오는 본질을 흐린다. 이러한 태도가 방역에도, 공공선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타락한 저항 - 지배하는 ‘피해자’들, 우리 안의 반지성주의

이라영 (지은이), 교유서가(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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