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는 '자신을 살게 하는 60곡의 노래' 명단을 발표했다.

보노는 '자신을 살게 하는 60곡의 노래' 명단을 발표했다. ⓒ U2 공식 사이트

 
록밴드 U2의 리더이자, 사회 운동가인 보노(Bono, 본명: 폴 데이비드 휴슨)가 지난 10일 예순 번째 생일을 맞았다. 환갑을 맞은 그는 팬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했다. '나를 살아가게 하는 60곡의 노래' 플레이리스트를 U2의 공식 사이트에 공개한 것이다. 보노가 콜라보했던 곡들이 몇 곡 수록되어 있긴 하지만, 이 플레이 리스트는 결코 U2의 음악을 다루지 않았다. 그는 60곡을 만든 아티스트들에게 손편지를 적어 보내기도 했다. 현재 6장의 편지가 공개되었고, 나머지 편지들도 연이어 공개될 예정이다.
 
우선 그는 뿌리를 잊지 않았다. 보노는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의 'Ruby Tuesday', 비틀즈(The Beatles)의 'I Want To Hold Your Hand', 섹스 피스톨즈와 클래시 등 자신에게 우상이었을 전설들의 노래를 선곡했다. U2는 명곡 'With Or Without You'를 부를 때 다른 노래를 붙여 부르는 경우가 잦았다. 조이 디비전(Joy Divison)의 'Love Will Tear Us Apart', 그리고 루 리드(Lou Reed)의 'Satelite Of Love'도 그중 하나였다. 두 곡 모두 '보노를 살게 한 노래'로 선정되었다.
 
U2와 같은 시대에 얼터너티브 록의 흐름을 견인한 R.E.M 역시 그 이름을 올렸다. 보노는 U2 이후의 얼터너티브 록 밴드들에게도 관심이 많았다. 1990년대의 오아시스와 버브, 너바나, 펄잼, 그리고 2000년대의 콜드플레이와 아케이드 파이어 등이 그 주인공이었다.
 
시대와 장르 가리지 않는, 전설의 선곡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는 유일하게 자신의 노래 두 곡을 이 명단에 올렸다. 보노는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의 'Life On Mars'를 추천하면서, 보위 대신 그의 아들인 영화 감독 던칸 존스(Duncan Jones)에게 편지를 썼다. 보노는 자신이 열 세살에 보위의 노래를 들으면서 얼마나 많은 공상에 잠겼는지를 고백했다. (2016년 1월, 데이비드 보위가 타계했을 당시, 보노는 데이비드 보위를 일컬어 '내가 생각하는 록 스타의 이상'이라고 표현했던 바 있다.)
 
보노의 취향은 록음악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장르를 총망라했다.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부터, 레게의 전설 밥 말리(Bob Marley), 일렉트로니카 음악의 선구자인 크라프트베르크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돋보였다. (크라프트베르크의 원년 멤버인 플로리안 슈나이더가 며칠 전 세상을 떠났다. 보노는 그에 대한 추모 역시 잊지 않았다.) 보노는 퍼블릭 에너미와 칸예 웨스트는 물론, 다프트 펑크와 나일 로저스, 퍼렐의 역작 'Get Lucky' 등 흑인 음악에도 찬사를 보냈다. 퓰리처 상을 수상하는 등 이 시대 최고의 래퍼로 손꼽히는 켄드릭 라마 역시 빼 놓을 수 없었다. 보노가 선곡한 켄드릭 라마의 노래 'XXX'는 U2가 직접 피쳐링한 곡이기도 하다.
 
비욘세(Beyonce)와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가 함께 부른 'Freedom', 레이디 가가(Lady Gaga)의 'Born This Way'도 자리를 차지했다. 'Freedom'은 미국 사회의 인종 차별을 다룬 노래고, 'Born This Way' 역시 모든 종류의 차별에 반대하고 존재의 아름다움을 긍정한 곡이다. 음악을 통해 세상을 바꿀 방법을 고민해 온 보노인 만큼, 시대 정신을 고민한 것은 아니었을까.

올해 초 그래미 어워드에서 4개의 본상을 모두 수상한 빌리 아일리시가 이 명단에 오른 것 역시 해외 언론에서 화제가 되었다. 보노는 'Everything I Wanted'를 추천하는 것은 물론, 빌리 아일리시와 프로듀서 피니어스 오코넬에게 찬사를 보냈다. 보노는 빌리 아일리시가 자신의 어두운 내면을 표현하는 방식에 주목했다. 환갑의 록 뮤지션이 10대 팝 뮤지션의 음악을 추천하는 것은 얼마나 흥미로운 그림인가. 보노는 시대와 장르에 따라 음악의 고하를 나누지 않았다. 다른 장르를 비하하거나 평가절하하는 전설도 많이 있지만, 보노의 플레이 리스트에 편식이란 없었다.
 
음악을 통해 위로를 받고, 힘을 얻는 것은 아티스트와 팬 모두 동일한 것이다. 보노는 이 플레이 리스트를 통해 '전설' 같은 수식어를 내려놓고, 열렬한 음악 팬의 한 사람으로서 '팬레터'를 보냈다. 이 플레이 리스트의 의의는, 단순히 그가 선호하는 음악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동료 아티스트에 대한 존경심을 진하게 표현했다는 데에 있다.  '보노를 살게 한 60곡의 노래'는 U2의 공식 사이트를 비롯하여, 애플 뮤직, 스포티파이, 유튜브 뮤직 등 플랫폼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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