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1970년생들 사이에서 김병지, 강호동은 전설로 남아있다. 그도 그럴 것이 국가대표 골키퍼로 활약하게 되는 김병지는 쟁쟁한 축구선수들 사이에서도 반사신경, 운동능력 등을 인정받은 신체능력의 소유자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최고의 선수 이만기를 누르고 천하장사 세대교체의 주역으로 떠올랐던 강호동은 큰 체격과 더불어 다양한 기술, 유연성은 물론 심리전, 두뇌싸움까지 능한 전천후 괴물이었다. 첫 천하장사 패권을 거머쥔 때의 나이가 불과 만 19세였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청소년기의 그가 어떤 존재였는지 짐작할 만하다.

김병지, 강호동은 탈 일반인급 신체능력에 근성, 배짱까지 두둑했던지라 당시를 지낸 또래들 사이에서 지금까지도 전설로 불리고 있다. 그로인해 '마산상고 강호동과 마산공고 김병지 중 누가 더 강할까?'라는 질문 역시 수도 없이 쏟아졌지만, 정작 둘은 실제로 격돌한 적은 없다고 한다.

1989년생 종합격투기 파이터 이둘희는 조선대 부속고교 시절 광주 최강 싸움짱으로 유명했다. 당당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펀치력을 앞세워 근방의 실력자들을 줄줄이 제압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학교 전설은 당사자들보다는 또래 친구, 선후배들 사이에서 더욱 입에 오르내리며 때로는 과장, 왜곡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같은 시절은 한때의 추억일 뿐이다. 학창 시절이 화려(?)했다고 곧 그것이 사회에서의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외려 나이 먹고도 주먹자랑을 일삼는 이들은 사회생활시 철없는 이들로 치부되어 외면당하기 일쑤다. 김병지, 강호동, 이둘희 등은 학교 졸업 후 자신이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며 성실히 살아가고 있다.
 
 맥스FC 헤비급 챔피언 명현만

맥스FC 헤비급 챔피언 명현만 ⓒ 맥스FC 제공

 
뜨거웠던 구도, 조용한 마무리
 
최근 맥스 FC 헤비급 챔피언 '명승사자' 명현만(36·명현만멀티짐)과 이른바 1987년생 부산통으로 불리는 위대한의 스파링이 격투 팬들 사이에서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아무리 위대한이 학창시절 유명한 싸움꾼으로 이름을 날렸고 조직폭력배 출신이라 하더라도 명현만의 현재 위치를 봤을 때 스파링은 적절치 않아보였으나, 여기에 대한 주변의 관심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특히 위대한의 경우 정식 격투경기를 치러본 적도 없는 일반인임에도 불구하고 인지도(?), 화제성 등에서는 대한민국 최고 입식격투단체 헤비급 챔피언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보여주며 주변을 놀라게 했다. 비록 단기간에 쏟아진 관심이기는하지만 한창때 최홍만, 권아솔과 비교될 정도다. 예상보다 훨씬 큰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짐에 여기저기서 씁쓸한 반응이 터져 나왔다.

실제로 위대한 효과(?)는 포탈사이트, 각종 커뮤니티 등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특히 본격적으로 대립구도가 만들어지던 4월말에서 5월초까지는 어지간한 스포츠 빅매치 이상 가는 관심이 쏟아졌다. 정식 관련기사만 100여개가 훌쩍 넘었고, 상당수 기사가 상위권을 휩쓸었다.

실시간 검색어 1위도 여러차례 기록했으며 각종 커뮤니티 관련글은 수천 건에 다다랐다. 인터넷 방송에도 많은 접속자가 몰리며 큰 인기를 끈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러 격투기 카페 등에서는 현재까지도 명현만, 위대한 관련 논쟁 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비판, 비난의 목소리도 많이 섞여있기는 하지만 당분간 위대한 관련글, 영상 등에 대한 관심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위대한이 명현만에게 "스파링을 하고 싶다"고 연락을 해온 것이 시작이었다. 이에 명현만은 제안을 받아들였는데 그 과정에서 자신의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심경을 밝혔다. "위대한은 자신의 범죄 이력에 대해서 제대로 된 사과나 반성도 없이 장난스럽게 격투기 컨텐츠를 만들고 있다"며 "먼저 연락이 왔으니 그냥 지나치지 않겠다. 지옥을 선물해 주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만약 위대한이 스파링에서 내게 3라운드를 버티어낸다면 해외 메이저 단체 시합으로 예정되어 있는 내 경기의 개런티 모두를 위대한에게 주겠다. 대신 그렇지 못할 경우 자신에게 피해를 입었던 피해자들을 향해 공식적으로 진심 어린 사죄를 해야 한다"는 말로 일침을 가했다. 명현만이 소속되어있는 맥스FC측 역시 의료진과 공인 심판의 배석을 조건으로 조건부 승인을 검토할 예정이었다.

그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명현만의 권선징악 콘셉트로인해 스파링사건이 더욱 크게 알려지자 위대한에 대한 팬들의 질책이 쏟아졌다. 촉망받던 야구 선수에서 범죄이력이 드러나며 프로팀에서 방출 당한 사건이 다시 회자되는 것을 비롯 그밖에 각종 크고 작은 범죄와 연루된 얘기들이 오갔다.

자신을 향한 무수한 비난의 목소리에 위대한은 화가 났고 인터넷 방송을 통해 분노를 표현했다. 단순히 기분이 나쁘다는 정도가 아닌 선을 넘은 발언을 쏟아냈다. 이벤트성 스파링이 자칫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될 상황에 놓였고 이에 맥스FC측에서도 "선수와 단체의 품위를 손상시킬 수 있는 비난이나 도발이 지속될 경우,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을 엄중 경고한다"며 스파링 불허를 결정했다.

그런 상황에서 명현만은 같이 화를 내기보다 지혜롭게 대응했다. "좋은 마음으로 스파링하자는 사람에게 그런 식으로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면 안되는 것 아니냐?"는 위대한의 항의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한다"고 답변한 후 지난달 30일 부산의 한 체육관서 지인들 몇몇이 참석한 가운데 개인적으로 위대한과 스파링을 가졌다.
 
 스파링 종료후 명현만은 자신의 SNS에 의미심장한 글을 남기기도 했다.

스파링 종료후 명현만은 자신의 SNS에 의미심장한 글을 남기기도 했다. ⓒ 명현만 페이스북 갈무리

 
둘의 스파링은 유튜브 채널 '다같이산다 김만수르TV김도윤'을 통해 지난 1일 공개됐는데 어지간한 UFC 빅매치 이상가는 시선이 몰렸다. 국내 기준일 뿐이지만 정식 경기도 아닌 단순한 스파링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위대한에 대한 팬들의 관심도가 높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물론 많은 비난여론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반적인 인기와는 다른 성격의 관심이다).

일단 이날 스파링은 위대한이 원했던 대로 복싱룰로 치러졌다. 킥을 장기로 하는 킥복서 명현만 입장에서는 차포 떼고 스파링을 치르는 것이었다. 거기에 위대한이 갈비뼈를 다쳤다고 밝힘에 따라 명현만은 몸통공격을 아예 시도하지 않았다. 안면 쪽에 가볍게 잽을 넣고 풀스윙보다는 단타 위주로 스파링을 펼쳐나갔다.

반면 위대한은 안면가드를 탄탄히 한 채 본인이 할 수 있는 모든 공격을 시도하는 모습이었다. 영상속 명현만은 크게 힘을 쓰지 않은 채 위대한을 가볍게 받아주는 선에서 스파링을 펼쳐나가는 기색이 역력했다. 종료 후 명현만과 위대한은 가볍게 포옹하며 서로를 격려했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스파링을 마쳤다.

스파링을 마친 후 바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진 명현만은 자신의 SNS에 "진정한 그 사람을 위한 지인이나 친구라면 좋은 방향으로 인도해주고 그게 아니라면, 모르겠다 정말. 그냥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다. 그냥 공허하다. 내 생각이 주제넘었다. 부산까지 와서 그냥 씁쓸..."이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남기기도 했다.

스파링이 끝난 지 일주일 이상이 지났음에도 각 커뮤니티 등에서는 여전히 위대한(그의 친구들 포함) 등의 이름이 활발하게 언급되고 있다. 의견과 내용도 다양하다. 심지어 위대한에게 도전장을 낸 일반인들의 모습까지 보인다. 어떤 의미이건 간에 여러 가지 생각과 의미를 남기게 된 작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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