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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민형배(광주 광산을) 당선자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나 향후 의정활동 계획을 밝히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광주 광산을) 당선자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나 향후 의정활동 계획을 밝히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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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84.05%. 21대 총선 득표율 1위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당선자(광주 광산을)의 말이다. 겸손을 위한 말이 아니었다. 여당 의석 숫자가 대선 승리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경험적 위기의식이었다. 이번 총선 결과를 지역주의 부활로 보는 시선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자신이 받은 높은 득표율에는 기쁨과 공포를 동시에 느꼈다고 말했다. "'잘못하면 끝장이다'라는 오싹한 느낌이었다"는 소회였다. 당선자는 첫 경선에서 탈락한 뒤 재심을 통해 최종 당선까지, 선거기간 이례적으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7일 백팩 차림에 수행원 없이 홀로 인터뷰 장소를 찾은 민 당선자는 계속 분주한 모습이었다. 말은 길고 빨랐다. 지자체장 간담회부터 당선자 공부모임까지 오전마다 소화한 일정을 줄줄이 말했다. 김진표 의원 등 중진 의원을 만나 '포스트 코로나19'를 논하기도 하고, 마음 맞는 당선자들과 상임위원회 간 의제를 연결하는 입법 그룹도 구상 중이라고 했다.

거대 여당에 부여된 책임에서 기인한 중압감이었다. 이는 지난 6일 원내대표 토론회 이후 비공개 회의에서 한 당선자가 제안한 '초선 소통 모임' 개설에 민 당선자가 반대표를 던진 이유이기도 하다. 규합을 위한 소통보다 입법 근력을 먼저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민 당선자는 "가치를 공유하는 의원들이 그룹으로 뭉쳐 조직적 유능함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두 가지 주제로 이미 그룹이 만들어졌다. 자치와 공존이 주제인데, 공존의 경우 코로나19 이후의 시민 상을 고민하는 그룹이다"라고 말했다. 21대에서 집중하고 싶은 의제는 전 분야에서의 분권과 양극화 해소라고 밝혔다.

전제 조건은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국회 개혁이다. '꼰대 국회'를 뜯어 고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여기선 선수가 깡패라고 하더라, 완전히 꼰대다, (선수에 따른 관행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어 그 경직성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민 당선자는 이어 "개원 후에는 역동적 추진력이 필요하다, 계속 겸손해선 일이 안 된다"고 말했다.

청와대 출신이 대거 국회에 입성하면서, '할 말 하는 초선이 없을 것'이라는 일각의 분석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았다. 국정 경험이 있기에 정부 정책에 더 활발히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 다만, 당론을 앞서는 '튀는 발언'은 경계했다. 민 당선자는 "발생하지 않은 일을 미리 비판하는 자기 충족적 예언은 옳지 않다"면서 "조직적 유능함이 나오기 위해선 당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아래는 민 당선자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총선, 무능한 국회에 대한 주권자들의 보복... '선수가 깡패'인 국회 바꿔야"

- 전국 최다 득표율로 당선됐다.
"두 가지가 동시에 있었다. 일단 안도했다. 경선을 두 번 치렀기 때문에... 잠깐 기뻤고, 그 뒤엔 무섭더라. 두렵고. 광주에서 민주당이 전석을 휩쓸었다. 4년 전엔 모두 내줬다. 개인적으로나 민주당으로나 큰 영광이지만, 시민이 무엇을 명령하고 있는가 생각하면 '잘못하면 죽음이다, 끝장이다'하는 오싹한 느낌이 들더라.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 호남을 석권한 민주당과 영남에 쏠린 미래통합당. 이번 총선에서 지역주의를 다시 소환하는 분석이 많다.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의 변화를 정치 영역으로 가져와서 보자. 코로나19는 인류가 자연과 공존하지 못한 부조화 때문에 발생했다. 자연이 결국 생태계 파괴에 대한 보복을 한 것인데, 정치도 마찬가지다. 주권자들이 (무능한 국회에) 보복을 했다고 본다.

이때 지역적 편차가 발생한다. 혹자는 이걸 지역주의로 설명한다. 사실 지역주의란 말은 자기가 살고 있는 터전에 대한 자부심을 뜻하는 말이다. 2006년 청와대에 들어갈 때, 자기소개서의 첫 문장이 '나는 지역주의자다'였다. 다른 말로 자치주의자다. 다만, 이걸 정치적으로 왜곡해서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공학적으로 접근하는 게 문제다."

- 지역주의로 해석할 수 없는 결과라는 말인가.
"이번 선거는 지역 격차로만 설명할 수 없다. 놀라운 것은, 영남의 젊은 세대가 더 이상 부모 세대의 투표 경향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과를 떠나) 부산과 울산, 경남에 대한 민주당 득표율이 4년 전 총선에 비해 올라갔다. 대구에서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을 호남당이라고 본 것도 잘못이다. 권리당원 70만 명 중 수도권에만 45%가 있고, 호남은 27%다. 전체 163석 중 수도권에서 121석을 석권했다.

이걸 두고 지역주의 투표라고 할 수 있을까? 선거 결과에 지역주의를 이야기하는 것은 특정 지역을 차별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이 말은 가치중립적으로 써야 한다. 김영춘, 김부겸 의원 중 지역주의를 이야기한 사람이 있던가. (지역주의라는 해석은) 시대에서 지체된 보수 세력들이 기득권을 지키고 싶어 만들어낸 말이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광주 광산을) 당선자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나 향후 의정활동 계획을 밝히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광주 광산을) 당선자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나 향후 의정활동 계획을 밝히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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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이 아닌 호남 다선 의원들이 대부분 탈락했고, 광주에선 신진 초선들이 대거 입성했다.
"광주만 놓고 보면, 완벽한 변화가 있다. 4년 전엔 광주에 집을 둔 사람이 1~2명이었다. 지금은 광주가 아닌 곳에 집이 있는 사람이 딱 한 사람이다. 다 초짜들만 돼서 어쩌냐,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엉뚱한 논리다. 광주 사람들, 즉 광주에서 성장한 사람이 거의 당선됐다. 전략공천, 낙하산이 없었고 젊은 세대들이 들어왔다. 세력이 교체됐다."

- 거대 여당의 초선 의원, 무엇을 먼저 해야 할까?
"당내 조직적 유능함이 꼭 필요하다. (원내대표 후보자 토론회 이후) 초선 의원들만 잠깐 이야기하자고 해서, 한 당선자가 소통방을 하나 만들자, 이런 거 저런 거 해보자고 했는데, 제가 반대했다. 소통은 좋지만, 지금은 조용히 준비해야 한다. 아직 국회의원 신분이 아니다. 그 전까지는 준비를 해야 한다."

- 가장 경계해야할 일은?
"분열하는 순간 다음 대선은 없다. 원내대표도 사실 두 사람을 한꺼번에 뽑자고 제안했다. 대선은 (여당의) 숫자가 많아서 이기는 선거가 아니다. 김대중 대통령도 83석을 가지고 당선됐다.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제가 (원내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아쉬웠던 건, 이 (거대 여당의) 힘을 어떻게 조직화하고, 이를 통해 어떻게 국정을 잘 돌아가게 할 것인가... 이런 역동적인 비전이 강조됐으면 했는데, 많이들 조심하시더라."

- 구체적으로 어떤 비전을 제안하고 싶나.
"제일 먼저 해야할 일은 일하는 국회를 만드는 거다. 혁신적으로 접근해야한다. 구청장으로 일할 때 보니, 여성들이 전부 밀려있더라. 제가 보기에는 여성들이 훨씬 일을 잘 하는 경우가 많은데 말이다. 같은 조건이면 성과가 더 나왔다. 그런데 인사팀장 같은 직급은 아예 생각도 못하게 돼있더라. 그래서 광산구청장 시절 예산, 감사, 인사팀장이 모두 여성이었다.

국회도 마찬가지다. 당내 운영방식이나 상임위원회 배치를 혁신적으로 해야한다. 상임위 배치 때, (원내대표 후보자들이) 초선을 우선하겠다고 했는데, 실제로 그래야한다. 재선, 3선 하신 분들은 다 기본이 돼있지 않나. 12년 쯤 했다면 짜장 뽑다가 우동도 잘 뽑는다. 초선들에겐 자기 능력에 맞게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 국회 개혁을 위해서 전제돼야할 일은 무엇인가.
"재경선 트라우마 때문에 깊은 고민을 못했지만, 지금은 국회법을 살피고 있다. 기본이기 때문이다. 자치단체장을 하면서 지방의회를 가서 보니까, 미안한 말이지만 우리 정치권이 얼마나 허술한지 알 수 있었다. 후보자들이 지방자치법을 한 번도 안 읽고 당선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정치가 그렇다. 정치 엘리트 육성 과정 자체가 없다. 신인 가점도 특별한 경우 말고는 동네 정치를 해본 사람들에게 줘야 한다."

- 초선이 기회를 쥐기 힘든 구조이기도 하다.
"여기선 선수가 깡패라고 하더라. 완전히 꼰대다. 정치권이 아닌 다른 곳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면, 설 자리를 잃는다. 예를 들어, 상임위원장은 3선 이상이 하게 돼있는데, (높은 선수가 가진) 장점은 물론 있다. 다만 이걸 기정사실화 하는 것은 경직성을 그대로 유지하게 만든다. 지역 정치인 출신인데 국회 들어온 지 1년 되니 똑같아졌다는 말이 나올 때가 있다. 그만큼 국회 문화가 수직적이란 뜻이다."

"모든 분야에서 분권해야... 재벌 중심 경제 분산도 필요"

- 일각에선 집권 여당의 '겸손'을 강조하기도 한다.
"개원 후에는 역동적인 추진력이 필요하다. 계속 겸손만 해선 일이 안 된다. 당도 무거운 책임감이 생긴 만큼, 이걸 어떻게 발현할지 고민하고 있을 거다. 광주만 보면, 8명의 국회의원이 상임위원회에서 자기 지역구만 챙기는 게 아니라, 광주 전체를 함께 챙기도록 조직적인 유능함을 갖춰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광주 광산을) 당선자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나 향후 의정활동 계획을 밝히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광주 광산을) 당선자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나 향후 의정활동 계획을 밝히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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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대 국회에서 던지고 싶은 의제가 있다면?
"양극화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지가 가장 고민이다. 지금 당장은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해야 한다. 이제 한 사회 구성의 근본 원리가 바뀔 것이다. 더 이상 성장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 자동차를 7대에서 10대로 늘리는 관점이 아니라, 7대를 6대로 줄이고 '내가 안 쓸 땐 니가 쓰라'는 식의 관점으로 변해야 한다. 어떻게 공존하고 상생하느냐, 그런 프레임이 필요하다."

- 1호 법안으로 '재난 대응 사회 취약계층 지원 기본법'을 예고했다.
"재난을 관리하는 법이 있는데, 피해 보상만 중심이 돼있더라. 물적 피해와 인적 피해를 복구하는 것이 골자다. 코로나19는 그게 끝이 아니다. 직장이 사라지고 공동체가 파괴돼 사회생활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생각했다. 제일 먼저 공격당하는 게 취약계층인데, 지자체별로 기준이 없거나 다 다르다. 이걸 만들어야 한다.

사회적 재난 상황에서 대응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분권이 필요하다. 나는 자치 근본주의자다. 행정 자치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시민들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제도화 해준다는 것을 뜻한다. 행정, 정치 분권 뿐 아니라 경제도 분권이 필요하다. 재벌에 집중된 경제 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

- 국회 혁신을 강조했는데, 단적으로 지난 국회에선 5.18을 폄하하는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된 징계도 받지 않고 임기를 마무리했다. 5.18 특별법도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
"시민은 저 만큼 가고 있는데, 제도는 뒤에 있다. 낡은 이데올로기를 처벌하거나 대응할 제도가 없다. 그 틈에 그런 발언이 나온거다. 5.18을 모욕하고 왜곡하면 처벌하는 역사왜곡처벌법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이것도 자치 분권과 연결된다. 광산구청장을 할 때, 슬로건이 '광산이 하면 대한민국이 바뀐다'였다. 강원도지사를 지낸 이광재 당선자도 관심이 많더라. 5.18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게 광주만의 이야기일까? 제주 4.3사건을 생각해봐라. 광주에서 어떻게 지역 문제를 푸느냐에 따라 또 다른 변화가 나올 수 있다."

- 희망하는 상임위가 있다면? 조직적 유능함을 어떤 방식으로 실현할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21대 국회에선 꼭 이 문제만큼은 풀어보자, 동의하는 의원들이 그룹으로 모여서 조직적 유능함을 만들어야 한다. 그린 뉴딜을 가령 생각해보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다 엮여 있다.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가치에 집중해서, 정파 내지 의견 그룹이 생겨야 한다.

나더러 국토위를 갈 거냐고 하던데, 아니다. 산자위나 정무위, 행안위, 보건복지위도 제 분야다. 조직된 유능함을 위한 그룹에 함께 있는 분이 더 전문가라면, 양보할 수도 있다. 두 가지 주제로 벌써 그룹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자치와 균형, 공존하는 시민 등. 공존 문제를 다루는 곳은 코로나19 이후 시민의 상은 어떤 것일까 고민하는 그룹이다."

"586 세대론, 과거 빨갱이 프레임 또 덧씌우는 격"

- 청와대 출신에 친문을 자처한 초선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할 말 하는' 신인이 드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말 기우다. 보수 언론의 프레임이다. 청와대 출신이기에, 더 활발히 이야기할 거다. 다만, 정리되지 않은 돌출 행동과 발언은 문제다. 정돈된 자기 주장을 충분히 이야기하면 된다. 발생하지 않은 일을 미리 비판하는 자기충족적 예언은 옳지 않다. 조직적 유능함이 나오려면, 당이 먼저다. 정부에 비판적 이야기를 못할 것이다? 전혀. 튀기 위해서 비판하느냐, 제대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 하느냐가 중요하다. 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 20대 국회에서 민주당의 또 다른 화두는 '586 책임론' 등 세대론이었다. 21대 국회에선 이 같은 세대론이 어떻게 적용돼야 한다고 보나.
"정말 엉뚱한 이데올로기다. 이 사회의 중추가 4050이다. 1980년대에 몰아붙이던 빨갱이 프레임을 덧씌우는 격이다. 젊은층도 이번 총선에서 많이 들어왔다. 더 주목해야할 것은 지역 정치 세력이 대거 진입했다는 거다. 지자체와 지방의회 경험이 있는 분들이 39명이나 된다. 지역주도형 의제를 위해 그분들과 뭔가를 해보려고 한다.

586을 공격하거나 지역주의로 공세하는 것은 다 낡은 이데올로기다. 사상가 안토니오 그람시는 가장 큰 위기는 낡은 것이 사라지고 있는데 새로운 것이 등장하지 않는 상황에 있다고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사회를 구성하기 위해, 새로운 정치를 얼마나 정립할 수 있느냐... 이걸 해내지 못하면 위기는 계속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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