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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에어컨 사용 지침이 포함된 등교수업 관련 세부지침 수정안을 발표한 7일 서울 광진구 양진초등학교에서 교장과 교직원이 교실 에어컨을 청소 및 점검하고 있다.
 교육부가 에어컨 사용 지침이 포함된 등교수업 관련 세부지침 수정안을 발표한 7일 서울 광진구 양진초등학교에서 교장과 교직원이 교실 에어컨을 청소 및 점검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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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초·중·고 10개교 가운데 6개교 정도가 오는 8월 1일부터 8일 사이 '혹서기'에도 수업을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여파로 1학기 개학이 미뤄지자 여름방학도 혹서기 이후로 밀린 것이다. 하지만, 마스크를 쓰고 '찜통수업'을 견뎌야 하는 학생들을 위해 이런 혹독한 일정을 피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학기 끝내고 방학 관례 '찜통수업' 자초

7일 <오마이뉴스>는 교원들의 도움을 받아 전국 초중고 75개교를 대상으로 올해 여름방학 일정을 무작위로 긴급 조사했다. 교육당국이 올해 학교의 학사일정을 아직 조사하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들의 건강'과 직결된 찜통더위 속 수업 경향성을 파악해보기 위해서다.

이 조사결과 혹서기인 8월 1~8일 중에도 수업을 하는 학교는 43개교(초 13, 중 11, 고 19)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학교 가운데 57.3%가 찜통더위 시기에도 수업을 강행하는 쪽으로 학사일정을 정한 것이다.

특히 상당수의 일반계 고교는 여름방학 일정을 8월 14일 이후로 잡았다. 9월부터 시작하는 대입 수시 일정에 맞추어 1차(중간고사), 2차(기말고사) 학교 지필시험을 봐야하는 고3 형편을 고려해 방학 일정을 늦춘 것이다.

하지만 대입과 상관없는 초·중학교의 경우에도 여름방학을 늦게 잡은 학교가 상당수 있었다. 심지어 8월 말에 방학을 시작하는 초등학교도 있었다.

반면 조사대상 학교의 42.7%인 32개 학교(초 23, 중 8, 고 1)는 8월 1~8일 혹서기 전인 7월 30일 전후로 여름방학에 들어갈 예정이다. 방학 시작 시기를 예년과 비슷하게 잡은 것이다.

이들 학교도 코로나 휴업 탓에 '수업일수 확보' 규정에 쫓겼는데도 어떻게 혹서기 수업을 피할 수 있었을까? 상당수의 학교는 여름방학 뒤에도 1학기 수업을 1~3주가량 더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이 1학기를 끝내지 않고 방학에 들어가도록 한 것이다.

반면, 혹서기 수업을 결정한 상당수의 초·중학교는 1학기를 마무리하느라 방학 일정을 늦춘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시행령은 제44조에서 "제1학기는 3월 1일부터 교육과정 운영을 고려하여 학교의 장이 정한 날까지, 제2학기는 제1학기 종료일 다음 날부터 다음 해 2월 말일까지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학교장 의지에 따라 여름방학 이후에 1학기를 이어서 진행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다.

다만 학칙에서 '1학기는 여름방학 종료일까지 한다'는 식으로 규정한 학교가 일부 있다. 경기 궁내중도 이런 상황이었는데 지난 4월 학교운영위를 열어 '1학기는 학교장이 정한 날까지 한다'로 바꿨다. 1학기가 마무리되지 않은 8월 1일부터 방학에 들어가기 위해서였다.

이 학교 조성범 교감은 "지금 상당수 학교가 1학기를 끝내고 여름방학에 들어가는 옛 관례를 지키려다 보니 혹서기 수업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우리 학교는 학생 건강권 보호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점에 교사, 학생, 학부모가 모두 동의해 학칙을 바꿔 방학 일정을 앞당겼다"고 말했다.

"방학 일정 지금도 바꿀 수 있어"

경남지역 한 중학교 교장도 "마스크를 쓴 학생들을 혹서기에 학교에 잡아두고 수업을 시킨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면서 "혹서기 수업을 피하라는 지침을 내리지 않은 교육당국도 문제지만, 전국 학교도 학사일정을 이제라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남도교육청이 지난 3월말에 학교에 보낸 공문.
 전남도교육청이 지난 3월말에 학교에 보낸 공문.
ⓒ 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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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전남도교육청이 지난 3월 말 학교에 보낸 공문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교육청은 "8월 3일부터 14일까지를 방학기간에 포함할 것"을 권고하면서 "학기 일정은 학교장이 결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업일수 산출 예시 표에서도 혹서기에 수업을 피할 수 있는 일정을 제시했다.

전남도교육청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특별한 상황이기 때문에 학교가 혹서기 수업을 피하기 위해 지금도 학사일정을 바꿔 방학을 앞당기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태그:#코로나19, #찜통수업, #여름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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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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