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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에는 '10번째 사람'이라는 의사결정 도구가 있다. <월드워Z>라는 영화로 대중들에게 유명해진 방법이다. '월드워Z'는 세계적으로 급작스럽게 좀비가 창궐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을 그린다. 와중에 좀비의 위협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나라가 있는데, 좀비가 퍼진다는 정보를 수집한 뒤 바로 대책을 강구한 이스라엘이다. 주인공은 이스라엘 관료에게 왜 좀비가 나타났다는 터무니없는 말을 믿고 도시에 벽을 쌓았느냐고 묻는다. 그러자 관료는 '10번째 사람'이 결정을 도왔다고 말한다.

'10번째 사람'은 의사결정기구 구성원 10명 중 9명이 하나의 의견에 찬성하는 경우, 10번째 사람은 무조건 그 의견에 반대해야 한다는 의사결정 도구다. 이스라엘 관료의 대부분은 좀비가 나타났다는 정보가 헛소리라고 주장했지만, 10번째 사람이었던 관료는 좀비가 진짜 존재하기 때문에 그런 정보가 생겼다고 주장해 좀비에 대비할 수 있었다. 편안하게 묻어갈 수 있는 여론에 갇힌 게 아니라 다른 의견을 제시할 수 있었기 때문에 위기를 극복한 것이다.
  
21대 총선에서 보수는 10번째 사람이 부족했다.

현재 여당으로 대표되는 진보는 총선을 치루기 전 악재가 많았다. 종합부동산세 강화로 대표되는 부동산 정책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집값은 반복적인 상승세를 기록했으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으로 대표되는 인사 문제가 꾸준히 거론됐다. 코로나19 사태에 성공적으로 대응한 점이 진보의 총선 승리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보수는 부동산, 인사 문제로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보수 측은 그런 문제를 자세히 논의하지 못하고 단지 반(反)문재인·반(反)북이라는 말을 외칠 뿐이었다. 논쟁을 통한 조율보다는 '빨갱이' '반미' '매국노'라는 이름을 붙여 반대 의견을 무시하는 모습을 더 많이 보여줬다. 능동적으로 자신들의 논리와 대안을 펼치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이미 존재하는 진보의 정책·현안에 반대할 뿐 생산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그런 언행은 보수가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아니라 단순히 진보 측을 끌어내리려 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그 와중에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 대한 막말을 다시 저지른 차명진 전 의원의 모습과 대다수의 유권자보다 구독자와 조회수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보수 유튜버들의 의견에 따라가는 듯한 보수 측의 행보는 계속 자충수를 놓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유튜버들의 개표 조작·부정 선거 등의 의심스러운 주장에 동조하는 일부 당원을 비판하는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에게서 '10번째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그들에게 보수가 돌려준 것은 무엇이었을까. 차명진 전 후보자는 전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당 지도부가 패배 원인을 자신의 세월호 막말 탓으로 돌린다고 비난했다. 이준석 위원은 류여해 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으로부터 '말은 함부로 하는 거 아니란다. 보수의 품격을 먼저 배우고 오너라' '덜 컸구나'라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진보를 표방하는 여당은 21대 총선에서 180석을 차지했다. 180석은 국회 전체 의석의 60%이며, 이는 단독으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법안을 처리할 수 있고 이론상 개헌을 제외한 모든 입법 활동이 가능한 수치다. 보수가 다음 대선과 총선에서 같은 결과를 마주하고 싶지 않다면 10번째 사람을 적극적으로 육성해 수동적이고 부정적인 모습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국정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림대 미디어스쿨의 <로컬보도 캡스톤디자인> 수업에 학생기자가 현장취재를 거쳐 출고한 기사를 기자 출신 교수가 에디팅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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