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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오랜만에 남편과 동네 밤마실을 나섰다. 동네 먹자골목에 사람들이 가득 차 있는 곳이 많았다. 낮에 거리를 나가도 다니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더니, 먹자골목 가게들마다 사람들로 가득했다. 지역 상권을 위해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는 것이 걱정이라고 해야 할지 혼란이 왔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며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 것 같았다. 우리도 사회적 거리두기 시작하고 나서 처음 돌아보는 밤마실이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니 하나 더 이유가 있었다.

경기 재난기본소득이 막 지역화폐로 입금되고 있는 중이다. 가게들을 보니 입구에 '지역화폐, 경기 재난지원금 사용 가능'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내수 경기를 살리기 위해 국민들에게 지급한 것이 효과를 보는 건가 싶었다.

평일 저녁 먹자골목에는 가게마다 청춘들이 넘쳤다. 유난히 젊은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니 그동안 참느라 얼마나 답답했을까 이해가 되었다. 그런데 막상 눈앞에 가게가 북적거리는 것을 보니, 내수 경기 활성화를 위해 북적거리는 것이 맞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수가 많이 줄었으나 아직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이다. 공들여 쌓은 방역 시스템이 한방에 무너지고 다른 나라들처럼 다시 혼란에 돌입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마음 저런 마음이 왔다 갔다 했다.
  
부천 중동시장
▲ 재래시장 부천 중동시장
ⓒ 장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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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대형 마트가 모두 문을 닫았다. 토요일에 라면 등 간단한 먹거리도 미리 사놓지 못했는데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 시장으로 향했다. 입구부터 사람들이 북적였다. 코로나19 이전의 시장 모습, 아니 명절 때 시장의 모습이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을 볼 수 있다니... 사회적 거리두기가 너무 익숙한 단어여서 단번에 머리에 떠올랐지만 일단은 시장의 활기가 반가웠다.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의 표정이나 시장 상인들의 모습 모두 생기가 있어 보였다. 상인들의 호객 소리도 유난히 크고 힘찼다. 가게마다에 역시 먹자골목에서 본 '지역화폐, 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팻말이 붙어 있었다.

사람들의 문의가 많아서 붙여 놓은 것인지, 재난기본소득이 입금이 되었다는 것을 알고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붙여 놓은 것인지, 무튼 재난지원금이 시장의 경기 활성화에 큰 영향이 있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았다.
 
부천 중동시장
▲ 재래시장 부천 중동시장
ⓒ 장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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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중동시장(재난지원금 사용가능)
▲ 재래시장 부천 중동시장(재난지원금 사용가능)
ⓒ 장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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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은 날로부터 3개월 안에 그 금액을 사용해야 하니 가게와 시장을 많이 찾는구나 생각했다. 경기도의 경우 일인 당 십만 원의 금액에, 시에서 지급하는 지원금을 합한 돈이 지급되는데, 그 돈으로나마 이렇게 활기찬 시장의 모습을 볼 수 있다니. 국가의 정책이 사람들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낮에 공원에서도 사람들이 북적였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가족들은 물론이고 어린이용 놀이기구를 타는 어린이 손님들과 자전거 타는 청춘들, 마술 쇼를 선보이는 젊은이와 그를 둘러싼 관람객까지. 일거에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 듯한 풍경이었다.

방역의 최일선에 있는 사람의 마음으로 걱정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여느 해 봄의 풍경 같은 모습은 반갑기까지 했다. 하지만 조금씩만 더 주의를 당부하고 싶다. 누군가는 코로나19를 3차 세계대전이라고도 부른다. 총성 없는 전쟁의 상황에서 각 나라는 살아남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었지만 코로나19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누군가는 여전히 사투를 벌이고 있다. 나는 그 중심에서 비껴 있으니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직은 아닌 것이다.

태그:#사회적거리두기완화, #지역상권, #공원, #재래시장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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