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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비례용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180석을 차지했다. 민주당 계열 정당이 180석을 차지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이에 반해 미래통합당과 비례용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은 모두 103석을 얻는 데 그쳤다. '보수 콘크리트'라 불리던 120석마저도 무너진 결과다. 

줄곧 미래통합당에 쓴소리를 해온 조대원 전 자유한국당 고양정 당협위원장은 총선 결과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지난 22일 서울 신사역 근처에서 조 위원장을 만났다. 다음은 조 전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참고로 그는 이번 총선에서 고양정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바 있다. 

"선거를 로또 바라보듯... 지금 로또 안 맞아 충격 상태"
 
조대원 전 자유한국당 고양 정 당협 위원장
 조대원 전 자유한국당 고양 정 당협 위원장
ⓒ 조대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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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대 총선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났어요. 미래통합당은 아직 참패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총선 후 미래통합당의 움직임을 어떻게 보셨나요?
"'우왕좌왕하며 산으로 간다'는 표현이 적합한 것 같아요. 반성하고 뭐가 문제였는지 제대로 짚으려고 하지 않아요. 총선을 무슨 로또하듯 요행수만 바라면서 치렀어요. 그런데 그 로또가 안 맞아 지금 충격에 빠진 거고요.

객관적으로 바라본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총선에서 이길 거라곤 아무도 기대 안 했는데, 본인들만 몰랐죠. 다 지난 얘기지만, 저 같은 사람이 '잘못하면 100석도 무너질 수 있다'고 방송에 나와 우려를 나타낸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저더러 '내부총질한다' '배신자다' '공천 떨어지고 몽니 부린다'면서 온갖 욕설을 퍼부었어요. 상식의 눈으로 각종 수치를 세밀하게 살폈다면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이었는데도 말이죠."

- '100석 못 할지도 모른다'는 근거는 뭐였나요?
"저는 끊임없이 여론조사 수치를 지켜보며 흐름을 읽고 있었어요. 그런데 우리 당(미래통합당)은 그러지 못했던 것 같아요. 계속 여의도연구원(여연)에서 보여주는 보기 좋은 수치와 자료만 들여다보며 현실감을 잃어가고 있었죠. 정권 잃고 최근 몇 년간 여연이 많이 망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저는 우리 당에서 나오는 여론조사는 잘 믿지 않아요.

심지어 여연이 이번엔 보기 좋게 한다고 유선 비율을 30%까지 올렸다는 얘기도 언론 통해서 봤어요. 저도 그렇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이 누가 유선 전화를 집에 두나요. 저처럼 세입자로 2년에 한 번씩 집 옮겨야 하는 사람들은 유선 전화 두는 게 불편해요. 그러니까 결국 여연 여론조사는 우리 당에 표 잘 안 주는 젊은층과 서민층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왜곡 편향된 정보를 지도부에 제공한 겁니다. 결국 미래통합당이 이긴다는 오판을 불러일으킨 것이죠."

- 너무 안일하게 선거를 치렀다는 이야기인가요?
"많이 안일했죠. 황교안 대표가 총선 당일 밤 11시 반께 사퇴한다고 할 때 저는 한 지상파 라디오에서 개표방송 생중계 중이었어요. 황 대표의 얘기가 끝나자마자 마이크 붙잡고 바로 화를 냈어요. '아직도 저분은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다, 그간 본인이 뭐가 문제였는지 못 깨닫고 있다'라고. 황 대표는 '국정에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야당이 화학적으로 결합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등 책임 회피성 얘기만 늘어놨어요.

제가 방송에서 '우리는 국정농단 세력이었다! 그래서 심판받고 망했는데 그렇게 심판해주신 국민께 우린 죄가 없다! 당신들이 잘못 판결했다! 지난 3년 내내 국민께 대들며 싸웠다, 그래서 이번에 또다시 국민으로부터 3차 탄핵을 당했다, 2년 전 지방선거에서 괴멸 수준의 타격을 입었음에도 황교안 대표 같은 국민 눈높이 안 맞는 사람을 세워 전광훈 목사나 김문수 전 지사 이런 분들하고 태극기 집회에 가서 손 붙잡고 갔으니 이런 참담한 결과가 이렇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라면서 속에 있던 말을 막 쏟아내자 진행자가 그만하라고 신호를 주더군요.

방송에 대고 쏟아놓고도 분이 안 풀려 방송 마치고 새벽 3시에 '이제 우리 당은 5가지가 없는 5무 정당'이라고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글을 썼어요. 5무가 뭐냐면, 첫째 무능(無能)하여 국정을 이끌 능력이 없고 둘째 무지(無知)하여 국민의 심정과 처지에 대해 아는 것이 없고 셋째 무치(無恥)하여 자신의 잘못에 대한 부끄러움이 없고 넷째 무의(無義)하여 국민에 대한 신의는 고사하고 같은 당 동료 간에도 의리가 없고 다섯째 무망(無望)하여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이나 가망이 도무지 안 보인다'입니다."

"이언주 부산행, 결정적 패착 장면 중 하나"
 
부산 남구을의 미래통합당 이언주 후보가 지난 1일 부산시의회 앞을 찾아 울먹이며 말하고 있다
 부산 남구을의 미래통합당 이언주 후보가 지난 1일 부산시의회 앞을 찾아 울먹이며 말하고 있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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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교안 대표 책임이 크다고 보세요?
"그럼요. 만약 지난번 전당대회 때 황교안 전 총리가 아닌 오세훈 전 시장이 당 대표가 됐다면 지금보다는 분명 나았을 거예요. 제가 이 당에 16년 있었는데 황교안 전 대표는 역대 최악의 대표예요. 정치에 대해 전혀 모르면서 독선적이기까지 해요."

- 이번 총선에서 결정적 장면을 꼽는다면?
"저는 이언주 의원 같은 사람을 부산에 꽂으려고 한 장면을 꼽고 싶어요. 아주 비상식적이었고 공정하지도 않았잖아요. 경상도에서 쉽게 배지 달아 제법 경쟁력 갖춘 사람들을 수도권 선거가 어렵다면서 수도권으로 불러 올렸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수도권에서 국회의원 하면서 실력이 검증된 사람을 부산에 꽂으려고 해요? 이건 누가 보더라도 이 의원이 철새고 막말 정치인이라 수도권 유권자들에겐 안 되니 텃밭인 부산에라도 꽂아 배지 한 번 더 달아주려고 꼼수를 부린 거잖아요. 젊은층과 합리적 중도층이 봤을 때, '저 당은 우릴 우롱하고 바보로 여기는 거 아냐' '역시 기득권 정당 반칙 정당' '저런 당으로는 문재인 정권 견제가 안 되겠으니, 차라리 현 정부에 힘을 실어주자'는 프레임으로 바뀌어 버렸다고 봅니다."

- 미래통합당 공천에 대한 얘기도 많아요. 3월 초만 해도 이른바 'TK 친박'들이 대폭 컷오프되면서 민주당보다 낫다는 평가도 나왔어요. 그런데 지금은 공천이 잘못됐다는 주장도 많은데?
"김형오 공관위원장이 '죽기 딱 좋은 계절이다'라면서 혁신적인 말을 할 땐 기대가 컸죠. 그런데 지나고 보니 결국 정치적 수사에 불과했어요. 다 지났으니 이제야 밝히는 거지만, 제가 이번 공천 과정에서 공심위 관계자로부터 문자와 전화를 도합 열 번 가까이 받았어요. 

처음엔 제 지역구에서 비례대표인 국회의원 아무개와 2인 경선을 하라고 하더니, 또 조금 지나선 안양·부천·구리 이런 곳은 어떠냐고 물었어요. 거부했죠. 그러자 나중엔 '고양시 안에서는 고양갑이 비어있는 셈'이라면서 제 의중을 떠보더라고요.

'일단 고양정은 부동산 문제가 큰 이슈니 다른 사람으로 전략공천하고, 당신은 고양갑에 유력후보로 분류돼 3~4일 후쯤 발표될 것'이라고 얘기하더군요. 그런데 일주일 끌어서 결국 발표한 인물이 이미 그 지역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해 비어있다고 했던 지역 당협위원장을 다시 공천하더군요. 그걸 보며 피식 웃음밖에 안 나오더군요. 김형오 공관위원장 측근들은 줄줄이 양지에 꽂히는 것과는 매우 대조되죠."

- '민주당 지지라기보다 통합당이 싫어서'라는 평가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유권자들이 왜 통합당을 싫어한다고 생각하나요?
"통합당이 민주당보다 더 싫은 이유는 백만 가지죠(웃음). 제가 생각해봐도 국민의 평균 상식에 맞지 않는 언행을 하는 사람들이 우리 당 언저리에 참 많아요. 예를 들어 이번에 긴급재난지원금도 준다고 했다가 갖가지 핑계 붙여서 내용 바꾸고 지연시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잖아요. 이런 모습을 국민들이 바라봤을 때 '저 사람들 도대체 뭐야'라고 여기지 않겠어요? 

문제는 그걸 우리 안에서만 못 느끼고 못 깨닫는 겁니다. 현 정부·여당이 잘못하고 지적할 게 얼마나 많은데, 핵심을 못 잡아내고 자꾸 엉뚱한 거 물고 늘어지잖아요. 실제로는 우리가 하는 게 맞다고 하더라도 국민 다수가 '너희 통합당이 틀렸어!', 이렇게 느낀다면 그게 현실인 거예요.

고양시만 해도 그래요. 자꾸 집 가진 사람들 편만 들고 '내가 당선되면 여러분들 집값 올려줄 수 있다'라는 이야기나 하고 앉았으니 어떻게 이길 수가 있겠어요. 고양시에 집 가진 사람들만 사는 게 아니고, 전·월세 사는 세입자들도 절반이나 되는데 말이죠.

우리 당 지도부는 3기 신도시 반대 집회에 나온 사람들의 환호에 취해 '다른 곳은 몰라도 이 지역에선 무조건 내가 이긴다'고 착각에 빠진 지역 정치인들과 매한가지였어요. 그런 비상식적 행태를 사전투표 유권자들이 응징해버린 거죠. 그걸 못 깨닫고 아직도 사전투표 조작 의혹 운운하며 떼 쓰고 우기는 몇몇 사람들을 보면서 '몇 년은 더 우리 당이 어려운 시간을 보내겠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라고요."

"통합당은 '묻지마 반대', 꼭 그렇게만 볼 순 없지만"

- 지지층만 봤다고 보세요?
"그렇죠. 제가 정당 생활을 해보니 평상시엔 돈 내고 시간 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당원들이 참 소중해요. 사실 일반 유권자들은 그렇게 자기 시간과 돈을 쓰지 않거든요. 그런데, 일반 유권자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으니 투표를 안 하느냐? 그것도 아니란 말이죠. 대부분 투표를 한단 말이죠. 평소 반응을 잘 안 한다고 중도층들이 투표장에 나온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려선 곤란하다는 겁니다."

- '막말 논란'도 영향이 있었을까요?
"평소에도 정당과 정치인의 이미지 형성에 영향을 주지만, 특히 선거 직전에는 회복 불능의 직격탄이죠."

- 통합당은 문재인 정부 3년 동안 대안을 내놓기보다는 '묻지마 반대'로 국민들에게 외면을 받았다는 분석도 있던데?
"'묻지마 반대'라는 표현은 좀 그렇죠. 실은 우리가 좀 더 지혜롭게 얘기를 했으면 충분히 비판하고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요. 내용을 담는 형식과 태도에서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묻지마 반대'로 비치죠. 아무리 우리 당이 좋은 뜻을 갖고 추진했다고 해도 그게 국민들께는 '묻지마 반대'로 인식됐다는 지점에서 현재 우리 당이 처한 위기의 핵심이 있다고 봅니다."

- 대안이 없지 않았나요?
"예를 들어 재난지원금을 놓고도 '100% 다 주자' 혹은 '70%만 주자' '국채 발행이 뭐가 그리 큰 문제라고 호들갑이냐' '국채 발행하면 안 되고 현재 짜놓은 예산 항목을 조정하는 선에서 해야 한다', 뭐 이런 의견들이 모두 대안일 수 있는 거예요.

현재 국가부채가 38% 정도 되는데 이걸 민주당 쪽에서는 '아직 재정 건전성이 좋다, 부채를 더 높여도 된다, 지금은 돈을 풀 때다'라고 하지만 보수 측에서는 '아니다, 국가 부채 40%는 마지노선이다, 이걸 반드시 지켜야 한다'라고 말하는 게 또한 대안인 거예요.

우리처럼 자원 없고 국가신용도도 세계 최정상급이 아닌 나라가 IMF 터졌을 때 나라가 파산하지 않고 헤쳐 나올 수 있었던 데에는 그때 우리의 채무 비율이 고작 11%밖에 안 돼서 그런 재정건전성을 바탕으로 공적자금을 조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그런 경험을 가진 보수적 공무원 출신이 보수정당에 많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통합당의 반대 논리를 무조건 발목 잡는다고만 이야기할 수는 없는 거죠."

"지금은 집 무너져 재설계 필요한데, 선거기술자라니"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수락한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21대 국회, 어떻게 해야 하나' 토론회에 참석한 뒤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수락한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21대 국회, 어떻게 해야 하나" 토론회에 참석한 뒤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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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기 전당대회와 비대위를 놓고 통합당은 논쟁을 벌였는데요. 현 상황을 보면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가는 것 같은데?(통합당은 28일 전국위를 열어 김종인 비대위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저는 반대해요. 저는 기본적으로 김종인이라는 분을 '선거기술자'로 보고 있어요. 현재 통합당은 집이 다 무너져서 더 이상 쓸 수 없는 상태입니다. 그걸 갈아엎고 다시 설계해서 집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에요. 설계자·건축가가 필요한데, 문 좀 잘 고치는 기술자를 부른다고 해서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 싶어요."

- 2022년 3월이 대선입니다. 지금 상황으로 보면 (통합당 집권이) 어렵지 않을까 싶거든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세요?
"대선이 2년도 채 안 남았는데 솔직히 지금 우리 당에서 누가 나가도 질 것이라고 봅니다. 저는 누가 우리 당 비대위원장이나 당 대표가 되든 첫 번째 해야 할 일은 '우리가 국정농단 세력이었다는 것을 가슴으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 후 '국민들의 질책과 심판을 겸허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지금까지 국민들께 반항하고 대들다가 이렇게 됐다'는 걸 솔직히 고백해야 한다고 봐요.

그다음에 늘 우리에게 문제가 됐던 현대사 인식 문제, 예를 들어 5.18 광주민주화운동 같은 건 유가족 단체를 찾아가서 그분들께 우리 당 대표가 먼저 무릎 꿇고 사죄하며 '이 당이 그동안 똑바로 하지 못했다, 이런 문제로 계속 여러분들 마음 아프게 했다, 그러나 거듭나겠다'면서 약속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세월호도 마찬가지고요. 이렇게 무릎 꿇고 용서를 빌고, 문제를 해결한 뒤 처음부터 다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통합당이 그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요?
"쉽지 않지만 저는 달라질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총선에서 지고 일주일동안 보여준 모습을 보니...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겠다는 우울한 생각이 들기도 해요."

-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려요.
"나라가 제대로 서려면 견제와 균형의 시스템이 작동하는 민주주의가 있어야 합니다. 비록 지금은 국민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치는 통합당이지만 그래도 위기감과 문제의식을 느끼며 한번 제대로 바꿔보려는 젊은 정치인들이 적지 않아요. 국민 여러분이 조금만 저희에게 관심과 힘을 실어주시면 반드시 이 당을 바꿔낼 수 있을 거예요."

태그:#조대원, #총선, #미래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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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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