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텔레그램 n번방 방지법'(개정 성폭력처벌법)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디지털 성범죄 근절과 강력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텔레그램 n번방 방지법"(개정 성폭력처벌법)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디지털 성범죄 근절과 강력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문제는 아직도 법이 여전하다는 거다. 현행법은 피해자를 피해자로 분류하지 않는다. 주변에서 아무리 공분하더라도 현행법은 피해자들에게 '성매매에 얼마나 가담했는지'를 묻는다." -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래 아청법) 개정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법무부가 아청법 개정에 동의한다고 하면서다. 국회에서 법 개정 논의를 한 지 꼬박 5년 만의 일이다. 

논의의 중심에는 아청법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있다. 지난 9일 공대위는 과천정부청사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및 법무부 실무자들과 함께 간담회를 하고 현행 아청법 내 '대상 아동·청소년 규정 삭제'와 '미성년자 의제강간 피해자 연령 상향'을 요구한 바 있다.

현행 아청법은 연령 구분 없이 '피해 아동·청소년'과 '대상 아동·청소년' 두 가지로 구분한다. 피해아동으로 분류될 경우 국가의 보호 및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성매매에 '자발적'으로 가담됐다고 판단될 경우 대상 아동청소년으로 분류돼 보호처분을 받는다. 절도·폭력 등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이나 성폭력 가해 청소년과 같은 유형으로 보는 것이다. 피해자로 보호받는 게 아니라, 보호관찰부터 감호위탁, 소년원 송치 등 신체적 자유를 제한하는 처벌을 받는다.

이날 추 장관의 대답은 긍정적이었다. 전문가 측의 요구사항을 모두 받아들이겠다고 한 것.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법무부가 찬성하면 아청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했으나 법무부가 반대해 무산됐다. 

당시 간담회 현장에 참석했던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22일과 23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법무부 입장 변화에는) N번방 사건이 주요 계기가 됐다"라며 "법무부가 동의한 이상 20대 국회는 임기 전에 개정안을 빠르게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아청법 공대위의 대표직도 겸임하고 있다. 

조 대표는 "이번 N번방 피해자 가운데 아동·청소년들 다수가 아직도 피해 사실을 증언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성매매에 자발적으로 가담했다고 판단하는 대상 아동·청소년 규정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 대표에게 현행 아청법의 문제와 아청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미치는 영향을 물었다. 아래는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현행법은 성범죄 피해자를 피해자로 보지 않아"
 
 십대여성인권센터 조진경 대표
 십대여성인권센터 조진경 대표
ⓒ 이영주

관련사진보기

 
- 지난 9일 간담회에서 아청법 내 두 가지의 안건을 특정해서 개정 요구를 했다.
"먼저 '대상 아동·청소년' 조항은 우리 아청법 공대위에서 중점적으로 요구해 온 사안이다. 현행 아청법은 해당 조항을 근거로 피해자를 피해자로 보지 않는다. 아무리 주변에서 공분하더라도 현행법이 바뀌지 않는 한 이들은 성매매 가담자로 분류될 뿐이다. N번방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곧장 말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행법은 피해 사실보다 자발적 성관계 여부를 따진다.

미성년자 의제강간 기준 연령이 상향돼야 하는 이유도 같다. 현행법은 성인이 만 13세 미만임을 알고도 성관계를 했을 경우 피해자의 항거 여부와 상관 없이 강간죄를 적용한다. 우리는 해당 연령 기준을 더 올려야만 많은 아동·청소년 피해자들을 보호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야 아동·청소년 성범죄자들을 강하게 처벌하고 가해자들의 행위를 위축시킬 수 있다."

23일 오전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국회의원회관에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 범죄물을 제작·판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소지·광고·구매하는 행위까지 처벌하기로 했다. 현행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도 높이겠다고 밝혔다.

- 작년까지만 해도 법무부는 '대상 아동·청소년' 규정 삭제에 회의적이었다.
"법무부의 주장은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 이전까지 법무부는 '반복적인 아동·청소년 성매매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를 놓고 우리(공대위 측)와 의견이 갈렸다. 우리는 아동·청소년의 성을 매수한 가해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했고, 법무부는 아이가 성착취, 성매매에 가담하지 않도록 규제해야 한다고 했다. 법무부의 의견은 현재 피해자들을 피해자로 보지 않는, 이들에게 '자발성' 여부를 묻는 현행법에 근거한 것이었다.

아동·청소년은 성인과 성관계를 놓고 동등하게 거래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명백한 위계, 위력에 의한 성폭력이다. 이 아이들을 피해자로 볼 것인지, 가담자로 볼 것인지에 따라 법을 보는 관점이 달라진다. N번방 유사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아동·청소년 피해자도 처벌하는 법이 아닌, 피해자의 발언권을 보호하고 유사 범죄를 반복적으로 일으키는 가해자들을 처벌하는 법으로 바뀌어야 한다." 

- 이번 N번방 피해자들 가운데 현행 아청법으로 피해 입은 사례가 있었나?
"있다. N번방 피해자 가운데 아동·청소년도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아직 현행 아청법의 영향을 받는다. 아직 다수의 피해자들이 피해사례를 밝히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법이 자신을 지켜주고 있다는 확신이 없어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하는 것이다. 만일 이들이 피해 사실을 더 빨리 말할 수 있었다면 분명 더 많은 가해자들이 잡혔을 거다. 현행법으로는 역부족이다. 과거 숱한 디지털 성범죄 범인들을 그렇게 놓쳤다."

- 미성년자 의제강간 기준 연령 상향, 대상 아동·청소년 개념 삭제에 이어 '아청법 양형 기준 논의'도 화두다. 모두 연관된 사안이라고 보나?
"물론이다. 양형이 결정 되더라도 피해자들이 지금처럼 피해 사실을 말할 수 없다면 법 개정의 의미가 무색해진다. 피해자가 진술하지 않는 이상 가해자들을 잡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 가해자를 강력히 처벌한다는 맥락상 관련 개정안이 함께 반영되는 게 맞다.

현행 아청법은 처벌 수위가 매우 광범위하고 모호하다. 다크웹 운영자 송아무개씨는 징역 1년 6개월 형을 받았다. 작년 우리가 고발했던 아동·청소년음란물 판매자는 고작 징역 1년 형에 그쳤다. 이게 지금 법원의 판결 정도다. 양형 기준을 세운다는 건 이 기준을 높이고, 더 구체화 한다는 거다."

아청법 제 11조 2항은 영리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판매·대여·배포·제공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소지·운반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한다. 조 대표는 "최대치 형량만 정해놓은 모호한 처벌 규정 탓에 대체로 가장 낮은 형량만 적용돼 왔다"고 비판했다.

아청법 제 13조는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를 한 자와 이들을 유인하거나 성을 팔도록 권유한 자들의 처벌규정을 명시해 놨다. 성을 팔도록 권유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불과했다. 성을 산 사람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상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었다. 하지만 관련 판결은 대체로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했다.

이에 정부는 23일 오전에 열린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 브리핑에서 "국민 눈높이보다 낮은 형량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 불신요인으로 작용했다"라며 "(대책으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목전에 둔 아청법 개정... 남은 공은 20대 국회의 몫
 
 21대 총선에 출마한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후보 및 당원들이 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주변에서 '텔레그램 n번방 방지-처벌법' 제정 등을 위한 원포인트 국회 개원을 촉구하는 1시간 침묵 선거운동을 벌였다.
 21대 총선에 출마한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후보 및 당원들이 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주변에서 "텔레그램 n번방 방지-처벌법" 제정 등을 위한 원포인트 국회 개원을 촉구하는 1시간 침묵 선거운동을 벌였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 아청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패러다임이 바뀔 거다. 이전까지는 아동·청소년 성매매 관련 사안이 경찰에 접수되면 피해자인 아동·청소년들도 경찰에 입건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경찰은 피해자를 잡을 필요가 없다. 되레 분산됐던 인력이 성범죄자들을 잡는 데 총동원 될 거다. 

수사 과정에서도 변화가 있을 거다. 현재의 수사 방식은 피해자들이 성착취 과정에 얼마나 개입됐는지, 자발성이 있었는지를 묻는다. 또, 피해자들은 성착취 과정에서 얼마나 저항을 했는지 스스로 입증해야만 했다. 수사 당국이 피해사실보다 피해자의 항거 여부를 중요하게 놓고 수사했기 때문이다. 2차 가해식 수사였다. 이제는 이런 수사가 아니라 가해자 중심의 수사가 이뤄질 거라고 본다. 가해자들은 위축되고 피해자들은 신고를 하게 될 것이다."

- 아청법 공대위는 개정안 통과 시점을 언제로 전망하고 있나?
"20대 국회의 임기는 5월 30일까지다. 그 전에 이 법이 통과돼야 한다. 20대 국회가 끝나면 아청법 개정을 위해 현재까지 노력해 온 것이 물거품 된다. 21대 국회로 넘어가면서 통과되지 못한 법안은 모두 폐기되기 때문이다. 21대 국회로 넘어가면 발의부터 시작해서 최소 6개월, 최대 1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 사이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나올지 가늠할 수 없다.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법무부가 찬성하면 통과시켜준다고 했다. 남은 공은 20대 국회의 몫이다."

- 이밖에 디지털 성착취 근절을 위해 개선돼야 하는 게 있다면 무엇일까.
"온라인 그루밍도 처벌해야 한다. 아동·청소년을 온라인에서 유인해 이들이 동의한 것처럼 가장한 뒤 성적으로 착취하는 방식이다. 디지털 성범죄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사진 유포·협박에 대한 처벌 규정도 마련해야 한다. 수사당국은 이전까지 사진 유포·협박으로 신고를 해도 대체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물리적·직접적 폭력이 있어야 협박으로 인정된다는 식이었다. 온라인 성범죄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거다. 이런 선례를 막기 위해서라도 해당 범죄의 성격을 명확히 알고, 그에 상응하는 추가 법안이 제정돼야 한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