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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셈 정치가 아닌 뺄셈 정치가 패배를 이끌었다. 대권 주자 견제를 위해 힘쓴 결과는 파멸이었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 이야기다.

미래통합당은 제21대 총선에서 민주당에 참혹한 패배를 당했다. 서울에서는 강남 권역과 용산을 제외하고 전패했고, 인천에서는 고작 중구강화군옹진군만을 건졌다. 경기도에서도 분당갑을 제외하면 외곽의 농촌이 혼재된 지역에서나 가까스로 체면치레를 했다. 대전에서는 전패했고, 강원도에서도 원주와 춘천을 잃었다. PK에서는 민주당의 부산 의석 3석을 빼앗았지만, 경합지로 여겨지던 경남 양산을을 손에 넣지 못했다.

미래통합당의 막말 논란과 부실한 대처가 대패에 큰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미래통합당이 이미지 쇄신을 위한 덧셈 정치를 할 수 있는 순간이 있었다. 또한, 민주당 의석도 빼앗을 수 있었다. 하지만 황교안 대표의 대권 주자 견제 욕심이 일을 그르치고 말았다.

유승민, 홍준표, 김무성 등...잠재적 대선 주자 견제 노력

황교안 대표는 2월초 까지도 지역구를 고르지 못하고 있었다. 준비 기간이 길어지자 서울 용산, 양천갑 등에서 이른바 '당선 가능한 험지'를 물색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아냥이 이어졌다. 그때, 비박 대표 주자로 보수색이 옅은 유승민 의원을 종로에 공천하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이 나왔다.

2월 6일 권성주 새로운보수당 대변인은 종로에 유승민 의원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2년 총선 당시 부산 사상구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출마하자 새누리당에서 신인 손수조 후보를 공천한 사례를 예로 들었다. 권철현 전 주일대사를 공천했으면 문재인 후보를 이길 수 있었음에도 신인을 공천하고 패한 결과, 문재인 정권이 탄생했다는 논리였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도 이에 대해 "대단히 환영할 만한 제안"이라며 "심도깊게 검토해 볼 만한, 정치적으로 유의미한 제안"이라고 언급했다. 김영우 의원도 유승민 의원의 종로 출마설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다음날 황교안 대표가 종로 출마를 선언하면서 유승민 의원의 종로 출마론은 무산되었다. 유승민 의원은 총선에 불출마하며 미래통합당 지도부와 거리를 두었다. 결국 황교안 대표는 종로에서 40.0%를 획득하며 58.4%를 획득한 민주당 이낙연 후보에게 대패했다.

홍준표-김두관 모두 당선...경남 양산을-대구 수성을 패배

한 달 후,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공천 문제로 갈등이 불거졌다. 홍준표 전 대표는 처음에 고향인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출마를 검토했으나, 민주당에게 빼앗긴 경남 양산을 지역을 탈환하겠다며 경남 양산을 출마로 선회했다.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은 "절반의 수확을 거뒀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황교안 대표가 이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 황교안 대표는 "혼자 판단하는 대로 되는 것은 아니고 당과 협의를 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후 미래통합당은 후보자 추가 공고에 나섰다. 사실상 홍준표 전 대표를 공천할 생각이 없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었다. 나동연 전 양산시장의 공천설이 퍼져나갔다.

양산을에 출마한 민주당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이와 관련하여,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종로에서 이낙연 전 국무총리한테 지고, 양산시을에서 홍준표 전 대표가 김두관을 이기면 당내 위치가 바뀔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양산시을에 보내는 안에 결재를 안하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결국 3월 12일 홍준표 전 대표는 경남 양산을 출마를 포기했다. 홍준표 전 대표는 "25년 정치를 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 당해본다. 이젠 사람이 무섭다"며 나동연 전 양산시장을 비판했다. 홍준표 전 대표는 대구 수성을에 출마, 미래통합당 이인선 후보와 민주당 이상식 후보를 꺾고 당선되었다. 민주당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미래통합당 나동연 후보를 48.9% 대 47.3%라는 아슬아슬한 격차로 꺾고 승리했다.

3월 24일에는 또 다른 거물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광주 출마설이 돌았다. 김무성 전 대표는 부산에서 의원을 지내다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부친이 전남방직을 경영하는 등 호남과도 연이 없지는 않았다. 이석연 공천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이 광주 출마론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바람이 불었다.

그동안 민주당이 TK, PK 지역에 대한 도전을 꾸준히 추진한 반면, 미래통합당을 비롯한 보수 정당은 호남 지역을 사실상 사지로 여기고 꺼리는 편이었다. 호남 출신 정운천, 이정현 의원마저 지역구를 버린 상황에서 김무성 출마론은 이미지 쇄신을 위한 대형 카드였다.

그러나 황교안 대표는 광주 출마론에 대해 적절한 배치가 아니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결국 김무성 의원은 광주에 출마하지 않았다. 총선 결과를 살펴보면, 미래통합당의 영역은 영남과 강남 일부 지역으로 쪼그라들었다. 영남 편중이 극심해진 것이다.
 

태그:#황교안, #홍준표, #유승민, #김무성,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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