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제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시작되었다. 선거를 대비한 정책공약들이 발표되었고 유권자들은 꼼꼼하게 그리고 신중하게 정책공약들을 살펴보며 투표에 임할 준비를 하고 있다.

정책공약은 각 정당이 자신의 철학과 이념을 담아 유권자들에게 제시하는 약속의 결정체이다. 이를 통해 2020년 주요 정당들의 수준과 관점, 가치 등을 파악할 수 있으며, 당선된 국회의원들은 법과 제도적 측면에서 한국 사회의 다양한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그렇다면 제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주요 정당들은 어떤 국제개발협력 정책공약을 제시했을까? 주요 정당들이 국제개발협력 개혁의 주체로서 어떤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 이들이 제시한 정책공약을 분석해 보았다. 

분석 대상은 제 21대 국회의원선거 지역구/비례대표 출마자를 배출한 4개 당으로 선정했다.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정의당, 녹색당이다. 민생당, 국민의당은 정책공약집에 국제개발협력 내용이 없고, 비례정당후보를 배출한 더불어시민당, 미래한국당, 열린민주당은 선거 후 독자정당으로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므로 제외했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참여 주요 4개 정당의 국제개발협력 정책 정리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참여 주요 4개 정당의 국제개발협력 정책 정리
ⓒ 발전대안 피다

관련사진보기


더불어민주당
: 더불어민주당의 정책공약을 보면 'ODA 지원확대'로 국제개발협력은 독립적인 정책분야가 아닌 신남방, 신북방정책 등을 통해 외교영역을 확대하는 하위 정책수단 성격을 가진다. 원조의 양적확대라는 정책방향만 제시하는 것에 그치고 원조의 질, 수행체계 등을 다루지 못해 정책 범위의 포괄성이 떨어진다.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집권여당으로서 산적한 국제개발협력 정책을 진지하게 다루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이 아쉽다. 100대 국정과제에서 제시한 내용들과 연계하는 지점도 명확하지 않다.

미래통합당
: 제1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국제개발협력을 독립적 성격의 정책분야가 아닌 공공외교를 위한 국민참여 수단으로 설정했다. 한중일 대학생 공동 해외봉사단이라는 접근은 과거에 시도 되지 않은 비교적 신선한 접근이나 참여자를 한중일 3국 대학생으로 한정한 점은 아쉽다. 개도국 주민들의 봉사대상으로, 한중일 특정계층만의 우호증진과 단합의 기회로 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또한, 타국 주민의 삶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해외봉사단을 '우수 복무 병사'에게 제공하는 포상 성격의 프로그램은 문제가 있다. 한국형 공적개발원조모델로 제시한 'K-POP + ODA'는 자칫하면 공여국 중심의 일방주의, 문화우월주의가 결합된 문제 정책이 될 수 있다. 2016년 문제시 되었던 코리아에이드(Korea Aid) 사례를 잘 살펴보아야 한다.

정의당  
: 진보정당인 정의당은 독립적인 분야로서의 국제개발협력 정책공약이 아닌 평화외교 전략 및 기여외교 수단으로 국제개발협력을 제시했다. 국제사회 구성원들이 공동으로 설정한 발전 목표 적용, 원조의 질적 개선을 위한 법 개정, 보편적 가치를 제고하는 분야에 대한 원조 제공, 구체적인 ODA 규모증대 목표치 제시 등 원조의 양, 질적 측면과 제도적 개선까지 아우르는 등 주요 정당 중에서 가장 폭넓고 구체적인 과제를 제시했다.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 점은 국제개발협력 수행체계 개선, 원조이념의 정립, 분절화 해소 등 한국 국제개발협력이 오랫동안 직면해온 주요 문제들을 추가적으로 다루지 못한 것이다.
   
녹색당
: 녹색당은 '지구적불평등을 해소를 위한' 내용으로 '이주민들과 연계된 공적개발원조(ODA) 협력사업 체계구축' 이라는 1개의 정책공약을 제시했다. 독립적인 국제개발협력 정책분야를 설정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지구적불평등해소라는 상위목표를 제시해 진보정당의 성격에 부합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이주민'이라는 명시적인 정책대상은 밝혔지만, 구체적인 규모나 내용이 부족하다. 또한 원조의 양, 질, 수행체계, 전략목표 등은 다루지 못해 정책의 포괄성도 떨어진다. 당내 사정이 있었겠지만 2016년 제 20대 총선에서 제시한 공약보다 축소되어 담대한 대안적 공약을 제시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국제개발협력은 한국사회에서 주요 정책으로 주목받지 못해온 분야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번 집권여당과 제1 야당이 제시한 정책공약의 내용을 보면 아쉬운 수준이다. 

한 가지 더 우려스러운 지점은, 최근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재난지원금 마련을 위해 축소해야 할 예산 항목 중 하나로 ODA가 지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살기위해서 더 열악한 상태에 있는 개도국 시민들을 외면해야 하는가? 열악한 의료시스템과 부족한 장비, 곧 다가올 식량위기, 불안정한 경제와 사회는 더 취약한 이들에게 더 치명적일 것이다. '코로나19 위기는 한국 국제개발협력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로 많은 국가들이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고립과 배척을 선택했다. 한국 국제개발협력은 어떠한 길을 선택할 것인가? 발전대안 피다는 한국 국제개발협력이 어느 한 공동체의 고립적이고 배제적인 추구를 통해 이루어지는 발전이 아닌, 인도적인 원칙 하에 보편적이고 포괄적으로 추구되는 사람이 꽃피는 발전 그리고 연대로서의 국제개발협력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우리 안에 여전히 삶과 생존의 위기가 존재하지만, 고통받는 세계와의 연대로서의 국제개발협력 또한 필요하다. 21대 국회에서 실행하는 한국 국제개발협력은 가장 고통받고 자체적인 역량이 부족한 국가들에게 우선적인 연대의 손을 내밀 수 있기를 기대한다.

태그:#21대총선, #국제개발협력, #ODA, #정책공약, #국회
댓글

발전대안 피다(구 ODA Watch)는 시민들과 함께 '개발'을 넘어 '발전'을 고민하고, 국내의 부조리하고 불평등한 개발을 '감시'하며 '대안'을 찾아가는 시민사회단체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