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경(에자즈바쉬)-양효진(현대건설) 선수 ⓒ 박진철 기자
한국 V리그는 지난 2005시즌부터 올 시즌인 2019-2020시즌까지 16년(16시즌)을 쉼 없이 달려왔다. 그리고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남녀 배구가 겨울철 최고 인기 스포츠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는 점이다.
특히 여자배구는 올 시즌 '1경기당 케이블TV 평균시청률'이 1.05%를 기록하며, 사상 최초로 프로야구를 넘어섰다. 그러면서 평균시청률 부문에서 프로야구, 프로축구, 프로배구, 프로농구 등 국내 프로 스포츠 전 종목을 통틀어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관련기사 :
'찬밥 신세'였던 여자배구, 시청률 대박난 이유).
치솟는 인기만큼 기록도 풍성했다. 그 중에서도 2개의 기록은 단연 눈에 띈다. 앞으로도 깨지기 어려운 '불멸의 레전드 기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바로 김연경(32세·192cm)과 양효진(31세·190cm)이 세운 기록이다. 김연경은 개인 기록 부문에서 한 시즌에 무려 7관왕을 달성했고, 양효진은 11년(11시즌) 동안 블로킹왕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V리그를 관장하는 한국배구연맹(KOVO)은 매 시즌 선수들이 달성한 개인 기록을 부문별로 순위를 매겨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해 왔다. 그 중에는 시즌이 종료된 후 시상식에서 개인별로 수상하는 부문도 있고, 하지 않는 부문도 있다.
한 선수가 여러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다는 것은 그만큼 기량이 출중하고, 팀 입장에서도 쓰임새가 많다는 뜻이다. 당연히 팀 기여도가 많고, 높은 연봉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신인 선수가 '개인 기록 7관왕-시상 6관왕' 싹쓸이
김연경은 V리그 개인 기록(비시상 부문 포함)과 개인상 시상 부문에서 역대 남녀 선수를 통틀어 '유일무이한 대기록'을 남겼다.
바로 2005-2006시즌에 세운 기록이다. 그는 '개인 기록(비시상 포함)' 부문에서 7관왕을 달성했다. 득점, 공격성공률, 서브, 오픈공격, 시간차공격, 이동공격, 퀵오픈 등 7개 부문에서 1위를 휩쓸었다.
'개인상 시상' 부문에서도 6관왕을 차지했다. V리그 한 시즌 최고의 영예인 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전 MVP를 비롯해, 정규리그 MVP, 신인선수상, 득점상, 공격상(공격성공률), 서브상을 수상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이 있다. 이 기록들을 김연경이 프로 무대에 갓 데뷔한 신인 선수 시절에 달성했다는 점이다. 김연경은 2005-2006시즌에 고교도 졸업하지 않은 신인 선수로 V리그에 처음 등장했다. 때문에 김연경의 전설적인 기록은 앞으로도 깨기 어렵다.
김연경은 외국인 선수가 전면 도입된 시즌에도 개인 기록 부문 3관왕, 챔피언결정전 MVP 3회 수상, 정규리그 MVP 3회 수상 등 독보적인 활약을 이어갔다.
개인 기록 부문에서 김연경 다음으로는 다관왕을 달성한 선수는 남자배구 삼성화재 외국인 선수였던 레오(30세·206cm)다. 레오는 2012-2013시즌 V리그에서 6관왕을 기록했다.
5관왕 이상을 달성한 선수도 역대 총 5명뿐이다. 김연경 7관왕, 레오 6관왕에 이어, 케니(2009-2010시즌 현대건설), 몬타뇨(2010-2011, 2011-2012시즌 KGC인삼공사), 폴리(2014-2015시즌 현대건설)가 모두 5관왕을 기록했다.
4관왕을 한 선수도 보비(2006-2007시즌 대한항공), 가빈(2009-2010, 2010-2011시즌 삼성화재), 파다르(2017-2018시즌 우리카드), 베띠(2008-2009시즌 GS칼텍스), 양효진(2019-2020시즌 현대건설)으로 5명뿐이다.
세계 최고 '완성형 공격수'... 살아 있는 레전드 되다
▲ 2019 클럽 세계선수권, 영광의 수상자들... 김연경, '베스트 레프트 공격수' 수상 (2019.12.8) ⓒ 국제배구연맹
김연경(현 에자즈바쉬)은 한국 V리그에서는 더 이상 이룰 게 없는 상황이 됐고 해외로 진출했다.
낭중지추였다. 세계 무대에서도 곧바로 뛰어난 실력이 드러났다. 해를 거듭할수록 기량도 일취월장했다. 일본 리그, 중국 리그, 유럽 리그 등 가는 곳마다 '도장깨기'를 하듯 정상을 밟았다.
결국 김연경은 세계적으로도 최상급 반열에 올랐다. 특히 공격과 수비력 모두 최정상급 실력을 갖춘 세계 최고의 '완성형 공격수'가 됐다. 공격력이 뛰어난 선수는 많지만, 김연경만큼 공격과 수비력이 모두 뛰어난 선수는 세계 배구 역사에서도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해외 언론과 세계적인 감독들이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선수'라고 극찬한 것도 그 때문이다. 또한 김연경이 여자배구 선수 중에서 '연봉 세계 1위'를 차지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김연경은 지난해 12월 열린 2019 클럽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베스트 레프트 공격수'(Best Outside hitter) 상을 수상했다. 그러면서 주요 클럽 대회에서 모두 베스트 개인상을 수상하는 역사적 대기록을 완성했다.
김연경은 지금까지 각종 클럽 대회에서 수많은 우승과 MVP 수상 경력을 쌓았다. 지난 2011-2012시즌부터 유럽 리그에서 활약하면서 터키 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 2회(2014-2015, 2016-2017), 터키 컵 우승 3회(2014-2015, 2016-2017, 2018-2019),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2011-2012), 유럽배구연맹컵 우승 1회(2013-2014)를 달성했다. 그리고 이들 대회에서 모두 MVP 수상 기록이 있다.
김연경의 마지막 꿈... 대한민국에 '올림픽 메달' 선사
김연경 배구 인생에서 최고봉은 단연 '올림픽 MVP' 수상이다. 김연경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대회 MVP를 수상했다. 당시 대한민국은 메달권이 아닌 4위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대회 MVP를 우승 팀 선수가 아닌 김연경에게 수여했다.
이는 종목을 불문하고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김연경이 기량과 기록 면에서 너무도 눈부신 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김연경은 런던 올림픽 득점 부문에서 전체 선수 중 압도적 1위로 득점왕을 차지했다.
김연경은 2015년 월드컵 대회에서도 득점왕을 차지했다. 서브 리시브도 전체 4위를 기록했다. 2009년 월드그랜드챔피언스컵 대회에서도 베스트 득점상(득점왕)을 수상했다.
김연경의 기록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한국 나이로 33살인 김연경은 여전히 세계 최정상 클럽 팀에서 주축 선수로 뛰고 있다.
사실 김연경 개인으로서는 더 이상 이룰 게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마지막 꿈이 하나 있다. 대한민국에게 올림픽 메달이라는 큰 선물은 안겨주고 대표팀에서 영예롭게 은퇴하는 것이다.
양효진, 11년 연속 블로킹왕... 개인기록 4관왕도 금자탑
▲ 코로나19 영향 직전, 여자배구 '관중 폭발'... 평일임에도 '만원 초과' 관중인 4156명이 운집했던 장충체육관 (2020.1.16) ⓒ 박진철 기자
양효진(현대건설)도 V리그에서 남녀 선수를 통틀어 전무후무한 레전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블로킹 부문에서 2009-2010시즌부터 2019-2020시즌까지 무려 11년 연속 블로킹 1위를 달성했다. 이 기록도 현재 진행 중이다.
양효진은 개인 기록 부문에서 국내 선수 중 김연경 다음으로 다관왕을 달성한 선수다. 2019-2020시즌 V리그에서 공격성공률, 블로킹, 오픈공격, 속공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며 4관왕을 기록했다. 국내 선수 중 4관왕은 남녀 통틀어 양효진이 유일하다.
이어 정대영, 황연주, 김해란, 이경수, 박철우, 여오현 등이 3관왕, 한송이, 전광인 등이 2관왕 기록을 갖고 있다.
양효진은 2013-2014시즌부터 2019-2020시즌까지 7년 연속 V리그 여자배구 '연봉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 대우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점은 이미 증명된 셈이다.
양효진은 고교 유망주와 프로 신인급 선수들에게도 희망의 등대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가 아니어도 최고의 레전드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양효진은 2007-2008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4순위로 현대건설에 지명됐다.
김연경과 양효진은 대표팀에서 오랫동안 룸메이트로 지내면서 친자매나 다름없는 사이가 됐다. 두 선수가 언제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갈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오래 남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하다.
두 레전드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배구팬들은 아직은 '행복한 추억'을 쌓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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